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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육룡이 나르샤 극악무도한 탐관오리 길태미(임견미)의 최후

 

육룡이 나르샤 극악무도한 탐관오리 길태미(임견미)의 최후

 

 

중국 노나라의 위대한 사상가 묵자(墨子)는 "정치란 약한 자를 밟아버리고, 강한 자에게 세력을 더해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처럼 부족한 자에게서 먹을것을 빼앗아 부유한 자에게 보태주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수많은 나라가 탄생하고 멸망했는데, 멸망한 이유를 보면 실제로 묵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예가 많습니다. 날이 새고 밤이 새도록 먹고 즐기는 초호화판 잔치 속에서 멸망해 간 로마가 그렇고, 권문세력들의 극악무도한 갑질로 패망의 길을 치달은 고려가 또한 그렇습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팩션사극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약한 자를 짓밟고 부족한 자에게서 먹을것을 빼앗아 부유한 자에게 보태주는" 숱한 악행 끝에 결국 제 무덤을 판 이인임과 염흥방, 임견미 등 도당 3인방이 각각 이인겸(최종원), 홍인방(전노민), 길태미(박혁권}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8회에서는 이 3인 중 길태미(임견미)의 최후를 다루었는데, 그 동안 화려한 의상과 짙은 화장, 간드러진 말투 등 예사롭지 않은 모습에 은근히 귀여운 구석까지 내보였던 길태미여서 그랬는지 그의 죽음에 다소 안타까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악인은 악인일 뿐, 길태미의 몹쓸 악행으로 인해 고통받은 백성들을 생각하면 한 조각의 동정조차 아까울 것 같습니다. 육룡이 나르샤 극악무도한 탐관오리 길태미(임견미)의 최후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육룡이 나르샤 극악무도한 간탐관오리 길태미(임견미)의 최후

 

땅새 이방지(변요한)와 신들린 듯한  격전을 벌이다가 이방지의 칼에 먼저 무릎을 꿇고 만 길태미다. 고려에 자신보다 더 뛰어난 칼솜씨를 가진 사람은 없다고 늘 자신만만해하던 삼한제일검 길태미이기에 그의 패배는 더 처절해 보인다.

 

 

길태미는 허탈하면서도 억울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라고 묻는다. 그리고 "니놈은 평생 약한 자들을 짓밟고 빼앗았어!"라는 대답에 "그럼 약한 자를 짓밟지 강한 자를 짓밟냐? 약한 자한테서 빼앗지 강한 자한테서 빼앗냐구? 세상이 생겨난 이래 약자는 언제나 강자한테 짓밟히는 거야. 천년 전에도 천년 후에도 약자는 강자한테 빼앗기는 거라구!" 하고 소리친다.

 


이어서 길태미는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강자는 약자를 병탄한다(빼앗아삼킨다)!"고 소리친다. 실제로 이인임, 염흥방, 임견미 등은 종들을 시켜 좋은 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물푸레나무로 때리고 빼앗았고, 땅주인은 그들의 위세에 눌려 엄연한 땅문서가 있어도 항변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빼앗겼다고 한다. 또 지방과 중앙의 권력을 온전히 잡고 휘두른 이들은 돈을 받고 벼슬을 파는가 하면 타인의 노비를 강탈하고, 심지어는 왕릉, 왕실 창고, 나루, 역 등에 소속된 땅에 이르기까지 강탈하지 않은 땅이 없었다고 한다. 

 

 

또 길태미는 "강자는 약자를 인탄한다(짓밟고 빼앗는다). 이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야!"라고 소리친다. 권력을 쥔 자들이 왜 그토록 약한 자들을 함부로 무시하고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말이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모든 강자들이 다 그럴 리는 없다. 그랬다면 이 세상에 평화로운 순간이라고는 단 한순간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런 몹쓸 강자들 때문에 온화하고 따뜻한 품성으로 약자들을 도운 강자들의 노력마저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이방지는 길태미의 말을 받아 “그래, 강자는 약자를 병탄하지 이렇게!”라며 길태미에게 마지막 칼을 휘두른다. 자신이 한 말로 스스로 올가미를 쓴 길태미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길태미는 검객답게 "누구한테 죽었는지 알고 가야 할 것 아니냐"며 이방지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고, 이방지는 "삼한제일검 이방지!"라는 외침으로 극악무도한 간신배 길태미의 최후와 더불어 새로운 삼한제일검의 탄생을 알린다.

 

 

극악무도한 탐관오리로 고려를 난세로 만든 장본인 중 하나인 길태미의 죽음에 환호를 보내는 백성들이다. 아무리 미워하던 사람도 막상 죽음을 맞으면 안타까워하고 가엾어하게 마련인데, 이처럼 숱한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죽어가는 인생이라니, 이보다 더 서글프고 비참한 죽음이 있을까 싶다. 실제로 [고려사]에 따르면 이때 "최영과 이성계가 그들의 소행을 분하게 여긴 나머지 마음과 힘을 합쳐 우왕을 설득해 제거하니 나라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며 길에서 노래하고 춤추었다"고 한다. 

 

 

길태미의 쌍둥이형 길선미다. 환호하는 백성들 속에 섞여  쌍둥이동생 길태미의 비참한 최후를 담담하게 지켜보면서 "아우님, 그리 가셨는가? 그래도 다행히 죽는 순간만큼은 탐관오리가 아니라 검객이셨네그려. 부디 이제 편히 쉬시게"라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쌍둥이형제임에도 길태미의 악랄한 표정과는 너무도 판이한 길선미의 선량해 보이는 표정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마음, 어떤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는지 증명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악인과 선인을 변화무쌍하게 오가면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박혁권의 연기력도 참으로 돋보인다. 임견미라는 실존인물이 박혁권의 멋진 연기 덕분에 후세에 더 생생한 캐릭터로 탄생한 셈이다.  


 극악무도한 탐관오리 임견미

 

 

고려 말 무사로 이성계와 함께 동녕부 토벌에 참가했던 임견미는 1377년 왜구 침입 때 서해도조전원수로 참전한 공을 인정받아 출세가도를 달렸다. 정치적으로는 이인임과 함께 손을 잡고 경복흥 일당을 숙청했으며, 우왕1년(1375년)에는 원나라 사신 접대를 둘러싸고 신진사대부와 이인임 등의 권문세족들이 갈등을 빚자 이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이후 임견미는 제손으로 유배를 보낸 명문가 염흥방의 집안과 사돈을 맺어 정치적 동지를 얻게 되고 수문하시중(좌의정)에까지 오르는데, 이때 뇌물을 받고 벼슬을 파는 등 지나친 탐오를 부리다가 결국 1388년 최영과 이성계의 손에 의해 제거당했다.

 

 

[고려사]에 의하면 "임견미는 시샘이 많고 음흉했으나 말재주가 있어서 사람들은 그를 당나라 숙종 때 간신인 이임보(李林甫)에 견줬다. 이인임이 오랫동안 정권을 잡으면서 도당들을 도처에 심었는데 임견미는 그 심복이었다. 임견미는 조반의 토지를 빼앗은 일로 권력을 전횡한 일이 조정에서 공론화되면서 몰락하게 되는데, 최영과 이성계의 군사가 집으로 오자 이에 항거하면서 사람을 시켜 자기 일당들에게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남산에 무장한 기병들이 늘어선 것을 알고 저항을 포기해 체포되면서 "예전에 염흥방과 함께 최영을 죽이려고 한 적이 있는데 이인임이 말려서 그만뒀는데, 결국 광평군(이인임) 때문에 망했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무진년(戊辰年)에 화를 당했다고 해서 '무진피화'(戊辰被禍), 혹은 정월(正月)에 처벌했다고 해서 ‘정월지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시 이 반란을 주도한 임견미, 염흥방의 아내와 그 자손들은 모두 죽고 재산도 몰수되었으며, 살아남은 딸 등은 관비가 되고 당시 처형된 사람이 1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상, 육룡이 나르샤 극악무도한 탐관오리 길태미(임견미)의 최후였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육룡이 나르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