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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 

 

안소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이스 주연의 [두 교황](The Two Popes)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된 베르골료 주교가 주고받은 대화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해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고 아름답게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

 

형식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고귀한 마음이 행여 흠집이 나지 않도록 잘 담아서 간수해야 한다. 단,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시하고 우선시해야 할 것은 마음이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형식은 공허한 허깨비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정한 마음이라면 형씩 따위쯤 크게 구애받지 않고도 잘 지켜내고 간수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성향은 이런 형식에 얽매이지 않도록 한다. 몸도 영혼도 가장 자유로운 상태여야만 신앙에 대한 진심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아바의 댄싱 퀸을 부르고, 탱고를 추고, 축구 경기장에 가서 목청껏 응원을 하고, 바티칸 궁으로 피자와 환타를 배달시켜 먹으면서도 품위와 권위를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

 

보수성향이 강한 베네딕토 16세는 눈 밝게도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자신의 뒤를 이을 교황으로 점찍었다.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의 능력과 자질을 인정하는 넓고 유연한 마음과 진실된 사랑이 가슴에 가득한 덕분이리라. 두 교황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지나친 형식주의를 지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인해 간혹 가톨릭교의 치부가 만천하게 드러나곤 하지만, 부도덕한 짓을 하고도 은폐하려고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리라. 오히려 그런 부도덕성을 스스로 드러내어 치유하게 만드는 것도 종교가 가진 중요한 역할일 테니.

 

 

하지만 그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떨쳐내기 어려운 마음의 멍에가 있다.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시절 3만여 명이 희생되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것이 그에겐 마음의 큰 죄로 남은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간디의 비폭력 저항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후로도 조용히 끈질기게 자신이 할 바를 다했다. 그럼에도 질세라(?) 서로에게 마음을 짐을 털어놓으며 고해하는 두 교황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도 귀엽기까지(ㅎㅎ) 하다. 

 

거의 교황 두 분의 대화로 이어지는 스토리이건만, 너무 따뜻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야 두말할 게 없고, 프란치스코 교황 역을 맡은 조나단 프라이스의 캐스팅이 신의 한 수다.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때 새벽 일찍부터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달려갔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곳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먼 발치에서나마 직접 뵙기 위해서였다. 다시 갖지 못할 기회였고,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다. (그 날의 기록은 다음 포스팅에 담겨 있다.)

 

이상, [두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