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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정유미 공유 82년생 김지영/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결혼 이야기

정유미 공유 82년생 김지영/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결혼 이야기

 

정유미공유 주연의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 주연의 [결혼 이야기]의 간략한 줄거리와 리뷰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조남주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1982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 이야기][프란시스 하], [위 아 영], [오징어와 고래],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등을 연출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작품으로, 파경을 맞은 부부의 이혼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합니다.

 

정유미 공유 82년생 김지영/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결혼 이야기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 정유미 공유 김미경

 

1982년 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오늘을 살아가는 지영(정유미). 때론 어딘가 갇힌 듯 답답하기도 하지만 남편 대현(공유)과 사랑스러운 딸, 그리고 자주 만나진 못해도 항상 든든한 가족들이 지영에겐 큰 힘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는 지영에게 대현은 아내가 상처입을까 두려워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지영은 이런 대현에게 언제나 괜찮다며 웃어보이기만 한다.

 

정유미 공유 82년생 김지영/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결혼 이야기

 

가치와 존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이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해도 육아며 집안일이며 그 외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일에 그에 걸맞는 가치를 부여해 준다면, 여자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일이 좀 덜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남녀 따질 것 없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상대가 어떤 삶을 선택하든 존중해 준다면 산후우울증이니 빙의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도 적을 거라고 여겨진다.

 

저마다 하는 일이 다 소중한 일인데, 그것을 오직 경제적 능력에 맞춰 비교를 하며 우열을 가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꾸 좌절감이 드는 게 아닐까? 게다가 전업주부가 되어도, 워킹맘이 되어도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인데, 전업주부는 전업주부라고 얕보고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마땅치 않아한다면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아이 자랄 때 엄마가 곁에 있어줘야 한다면서 정작 경력 단절을 감수하고 아이 곁에 머무는 엄마는 무시하곤 하니 모순 아닌가?

 

 

힘겨운 삶이 상대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82년생 김지영이 시어머니도 무난한 편이고 시누이도 배려심이 있으며 남편도 자상하다고 해서 그렇지 못한 여자에 비하면 살 만한 것 아니냐는 말은 전혀 도움도 위로도 안 된다. 자신의 힘겨움은 자신에겐 백 프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때는 저 정도는 말할 거리도 아니었다느니, 요즘 여자들의 배부른 소리라느니 하는 말은 마음의 상처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사람은 나가서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육아며 집안일을 잘 보살피는 것이리라. 일종의 분업이다. 단, 여기에 경중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남자든 여자든 직접 돈을 벌어온다고 해서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게 아니며, 그렇게 나가서 돈을 벌오올 수 있도록 해주는 다른 한 사람의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만 확실하게 입력된다면 누구도 자기만 희생당한다는 억울한 느낌은 덜 들 테니까. 현재의 상황이 그렇질 못하니 이런 영화도 나오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이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문제,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그러니 아마 앞으로도 쉬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잔걸음으로 열심히 변화의 물결을 타고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착한딸콤플렉스, 착한아내콤플렉스, 착한엄마콤플렉스, 착한며느리콤플렉스가 지영의 말문을 단게 만든 걸까? 하고 싶은 말은 가슴속에 한가득인데 정작 제목소리는 내지 못하고 남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으니 그 답답한 심정이 오죽하랴. 이 암울한 지영 역을 정유미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결혼 이야기 노아 바움백 감독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결혼생활의 파경을 맞았지만 아이 문제 등 여전히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아담 드라이버)는 서로에 대한 원망을 쏟아놓으면서도 최대한 자제력을 보이며 지난 세월과 현재를 돌아본다. 

 

 

만난 지 2초 만에 사랑에 빠진 사람과 결국 함께 살지 못하고 이혼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의 설렘이 사라진 그 자리엔 무심함과 무신경함과 심하면 경멸과 멸시, 혐오, 증오마저 둥둥 떠다닌다. 그럼에도 이 두 부부,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아담 드라이버)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인성이 올바른 사람들이다. 진흙탕 싸움이 되게 마련인 이혼 과정을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면서 잘 치러나가고 있으니. 변호사들 말에 따르면 이혼에 돌입하면 점잖아보이던 사람들도 밑바닥까지 내보이기 일쑤라던데.

 

누군가의 일반적인 희생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어떤 관계든 계속 지속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모든 관계에서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일방적 희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부모자식 관계든, 부부 관계든 이웃 관계든, 노사관계든 다를 바가 없다. 기브 앤 테이크가 어느 정도 형평을 이루지 못하면 시소 게임을 하다가 아예 내려가버리는 형국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혼생활은 어쩌면 시소 타기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매 순간 순간 세심하게 균형을 잡아주지 않으면 밸런스를 잃고 엉덩방아를 찧게 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소 위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상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은 깨닫는 일이다. 혼자 타는 시소가 무슨 재미가 있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비슷해 보여도 백인백색이듯이, 결혼생활 또한 그 부부만의 문제다, 따라서 사실 주변에서의 조언과 충고는 대부분 그리 효과가 없다. 또 결혼한 부부 모두에게 안성맞춤인 처방전도 없다. 저런 여자라면, 혹은 저런 여자라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며 살 텐데 하는 우스갯소리도 종종 하지만, 부부의 문제는 오직 두 사람만이 풀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니콜과 찰리의 고통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최선의 선택이기를 바라면서.

 

스칼렛 요한슨과 생활연기의 달인인 아담 드라이버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결혼 이야기, 아니, 이혼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두 영화 모두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결혼생활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나라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부부 외에도 가족과의 관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에 미국 영화 [결혼 이야기]는 오직 두 부부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차이점이 크게 느껴졌다.       

 

이상, 정유미 공유 82년생 김지영/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결혼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