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 오물 묻은 구두를 핥으라는 갑질까지 하다니!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말이 있다.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가랑이 밑으로 지나가는 굴욕을 참는다는 뜻이다. 한(漢)나라 때 밥을 빌어먹을 만큼 가난했던 한신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병법을 익혔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동네 깡패가 하루는 “쥐뿔도 없으면서 당당한 네놈의 모습이 눈꼴이 시구나. 어디 밤낮으로 허리에 칼을 차고 다니는 그 칼로 나를 찔러보든지 아니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서 지나가라!"고 조롱했다.
그 조롱에 한신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묵묵히 그 동네 깡패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나오는 수모를 견딘다. 그 후 한신은 유방을 도와 항우를 치고 한나라는 세우는 삼걸(三傑) 중 한 사람이 된다. 가슴에 품은 큰 뜻을 이루려면 한순간의 수모나 굴욕쯤 능히 견뎌낼 수 있어야 큰 사람이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할 때 흔히 인용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놀랍게도 빙빙 돌고 있는 큰 풍차를 향해 거침없이 돌격하는 돈키호테를 방불케 하는 조들호(박신양)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지난회에서는 이 <과하지욕>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한신이 동네 깡패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는 수모를 겪었다면, 한술 더 떠 소변이 튄 구두를 핥는 굴욕을 감수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사람 냄새 나는 조들호 옆에서 일하고 싶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로펌 금산을 나온 이은조(강소라)의 계부인 중소기업 사장 홍윤기(박충선)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오물 묻은 구두를 핥으라는 갑질까지 하다니!
계약서를 쓰지 않고 자재를 바꾸고, 공사기한을 연기하면서 수억의 피해를 입은 홍윤기 사장은 다음 공사를 맡으려면 항상 리베이트를 해왔기 때문에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늘었다. 결국 무려 20억원의 피해를 입게 된 그는 한 달 전부터 몇 차례나 아예 로펌을 끼고 대기업의 갑질을 대놓고 해대는 대화하우징의 정회장(정원중)을 찾아가 "한 번만 살려달라"고 사정한다. 하지만 당연히 정회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아니, 들은 척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다. 사진에서 보듯 홍사장도 입을 벌리고 있고 정회장도 입을 벌리고 있지만, 홍사장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안타까움을 하소연하기 위해 입을 벌린 것이고, 홍사장은 "니깟것 사정 내 알 바 아니다"라는 태평스러움을 뱉어내는 하품을 하기 위해 벌린 입이다. 남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는데 입을 떡 벌리고 하품이나 해댈 수 있는 그 뇌구조는 어떤 모양인지 정말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결국 사정이 다급해진 홍사장은 정회장을 쫓아 화장실까지 들어간다. 그러자 자꾸 찾아와 괴롭히는 홍사장에게 화가 난 정회장은 제발 살려달라고 비는 그에게 "살고 싶으면 당신 때문에 튄 이 오물 핥아"라며 다리를 들고 구두를 들이민다. 이젠 오물 묻은 구두를 핥으라는 극치의 갑질까지 보여준 것이다.
캘리포니아대 아론 제임스 철학과 교수에 따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갑질이 끊이지 않는 것은 스스로 "나는 특별하다"는 특권의식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특권의식은 사회적 통념을 기반으로 한 도덕성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도덕체계를 만들어 타인을 자연스럽게 무시하거나 타인의 불만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면 일종의 '권력중독' 상태가 되는데, 이 권력은 뇌 자체를 변화시켜 인간관계에 대한 지각과 판단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렇게 권력이 자기중심성을 강화하고 목표달성이나 자기만족에만 집중하면 공감능력이 떨어져 싸이코패스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이른바 권력에 도취한 갑들이 갖가지 행태로 보여주는 '갑질'이라는 것이다.
마침내 더 이상 빠져나갈 출구가 없는 궁지에 몰린 홍사장은 대화하우징 빌딩 옥상에 올라가 자살소동을 벌이고,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이런 홍사장을 돕기 위해 전격 나선다. 골리앗 대 다윗, 갑 대 을의 싸움이지만 단 한순간도 몸을 사리지 않는 조들호다.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라는 짱가의 주제처럼 턱! 나타나 척척 일을 처리하는 조들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동네변호사 조들호]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정말로 각 동네마다 조들호 같은 변호사가 한 사람씩 있어서 갑질에 억울한 희생양이 된 서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변호사란 약자 편에 서서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본분인 직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오히려 약자보다는 강자를 위해 일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돈에도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조들호의 행보가 천방지축 같아 보여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싶어지는 것이다.
재판과정을 거친 후 정회장을 찾아가 합의금으로 호탕하게 40억을 요구한다. 이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정회장은 “그거 주면 더이상 귀찮게 않겠나?”고 묻고, 조들호는 “우리끼리 계산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한다. 조들호가 검사를 그만두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회장이 파놓은 함정 때문이었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서 정회장은 잔뜩 비위가 상한 얼굴로 조들호에게 “너 그만 좀 까불어라”며 “용돈 좀 쥐어줄 테니까 이민 좀 가서 살면 안 되겠냐”고 말하지만 조들호는 "난 우리나라가 좋다. 게다가 난 김치찌개 없이는 밥 못 먹는다"며 유들유들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거절한다.
하지만 그 후 합의하겠다고 해놓고는 방심한 틈을 타 계략을 꾸민 대화하우징에 의해 조들호와 이은조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대화하우징의 갑질에 맞서 호쾌하게 일을 처리한 기쁨도 잠시, 다시 살인 혐의로 체포되는 위기에 봉착하는 조들호가 이번에는 어떤 멋진 활약으로 이 난관을 뚫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본다.
이상, 동네변호사 조들호 오물 묻은 구두를 핥으라는 갑질까지 하다니!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