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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동네변호사 조들호 아버지에게 맞서는 신지욱(류수영) 검사의 고뇌

 

동네변호사 조들호 아버지에게 맞서는 신지욱(류수영) 검사의 고뇌 

 

 

명예, 권력 등 모든 것을 손에 쥔 검사 조들호(박신양)가 검찰 내 비리에 맞섰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후 변호사가 되어 법을 지켜나가는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 변호사는 속이 뻥 뚫리는사이다 같은 활약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지난회에서 조들호는 어이없게도 대화하우징 정금모(정원중) 회장의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몸을 숨기고 있던 이명준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됩니다. 비자금 장부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정회장과 신영일(김갑수) 지검장의 계략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조들호는 다름 아닌 신영일 지검장의 아들 신지욱(류수영) 검사의 양심적인 수사 덕분에 풀려나옵니다. 아버지가 체포케 한 조들호를 아들이 새로운 용의자를 잡고 풀어준 것이니, 아들의 입장에서는 참 난처했을 겁니다.  

 

늘 큰산처럼 거대해 보이기만 하는 아버지 신지검장의 그림자에 가려져 한 걸음 비켜선 삶을 살아온 아들 신지욱 검사입니다. "너무 큰 나무 옆에서는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세상이 알아주는 훌륭한 아버지를 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겠지만 바로 그 때문에 성인이 되고 검사가 되어서도 감히 아버지를 넘어서기 힘겨운 데서 오는 고뇌가 신지욱 검사에게서 느껴집니다. 더욱이 한없는 신뢰를 보냈던 아버지가 비자금 장부에 연루되고 그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아들마저 속인 채 그 일을 돕게 한 것을 알았으니, 그 심정이 얼마나 비참할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아버지에게 맞서는 신지욱(류수영) 검사의 고뇌입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아버지에게 맞서는 신지욱(류수영) 검사의 고뇌

 

신지욱 검사의 아버지인 신지검장은 비자금 장부의 행방을 알기 위해 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조들호가 잡혀가 있는 취조실을 찾는다. 하지만 조들호는 "제가 한때 존경했던 분이 어떻게 하면 낯짝이 이렇게 두꺼워질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하다"며 욕적인 말을 던지고, "대화그룹의 차명계좌를 많이 가지고 있더군요. 이제야 왜 정회장 일에 그토록 발벗고 나서는지 이해가 됩니다"라고 빈정거린다. 

 

그때 취조실 밖에서는 다시 돌아온 신지욱 검사가 아버지와 조들호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다. 아들의 친구이기도 한 조들호에게서 그런 경멸과 모멸감이 섞인 말을 듣고도 변변하게 반박도 못하는 아버지도 딱할 뿐더러,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처지가 그저 한심하고 비참하게 여겨질 뿐이다. 

 

 

비자금 장부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기는커녕 조들호에게서 모욕적인 말만 잔뜩 듣고 화가 난 신지검장은 취조실에서 나오자마자 조들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은밀히 사무실 책상 서랍 속에 시안화칼륨이 든 비닐봉지를 숨긴 후 찾아낸 것처럼 일을 꾸민다. 아버지가 그런 일을 지시한 것을 알 리 없는 신지욱 검사는 시안화칼륨 봉지를 증거물로 내보이며 조들호에게 어서 자백을 하라고 다시 다그친다. 

 

하지만 좁은 취조실 의자에 앉아서도 바깥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훤히 꿰뚫고 있는 조들호는 자신을 추궁하는 신지욱 검사를 향해 "쓸데없는 일로 애쓰지 말고 이럴 시간에 어서 가서 진범을 잡는 게 어떠냐"며 비웃는다. 그리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는데도 비자금 장부를 찾아내지 못한 신지검장이 다음엔 어떤 수순을 밟을지 미리 내다보고는 신검사에게 “내가 다음에 뭐 해야 되는지 가르쳐줄까? 사무실 직원들 집도 압수수색해라. 이런 거 더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라고 충고한다.

 

 

그 후 실제로 조들호의 말대로 시안화칼륨이라는 증거물이 나왔는데도 신지검장의 지시에 따라 또다시 사무실 직원들의 집까지 수색이 이루어지자 의아하게 여긴 신검사는 아버지를 찾아가 "정말로 비자금 장부를 찾고 있는 거냐? 그 사건에 연루된 게 맞냐?”고 묻는다. 그리고 "왜 아직도 조들호를 못 집어넣는 거냐? 다 만들어줬는데!”라는 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정말 만들어주신 게 맞습니까?”라며 되묻는다. 긴가민가했는데, 아버지가 정회장 비자금 장부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된 순간이다.    

 

 

한편 이은조(강소라)는 조들호의 조언에 따라 이명준이 살해된 집을 찾아가 환기구를 통해 침입한 사람이 있음을 밝혀낸다. 신지욱 검사는 강소라가 가져온 CCTV를 보고 유력한 용의자가 있음을 알고 수사를 위해 현장으로 나간다. 그리고 직접 환기구로 들어가 이명준 살해에 쓰였음직한 주사기를 발견한다. 이로써 조들호는 살인누명을 벗게 된다.

 

 

비로소 그 동안 일이 어떻게 전개돼 온 건지 명확하게 알게 된 신지욱 검사는 다시 아버지를 찾아가 "조들호를 풀어주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신지검장은 "왜 풀어줘? 이유가 뭐야?" 하며 소리친다. 하지만 아들은 단호한 표정으로 "환기구를 통해 들어간 새로운 용의자가 나타났다. 블랙박스에 다 찍혔고, 환기구 안에서 범행에 쓰인 주사바늘의 일부가 나왔다"며 아버지를 노려보면서 "어차피 처음부터 미심쩍은 사건이었다. 증거조작의 냄새도 났다. 죄없는 사람을 구속시킬 수는 없다"고 대답한다.

 

신지검장은 그런 아들을 향해 노발대발하며 "이러는 이유가 대체 뭐냐? 나한테 반항하는 거냐?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러는 것 같냐?"고 소리친다. 그리고 아들이 "그 이유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라면 아버지 뜻에 따를 수 없다!"며 맞서자 뺨까지 때린다. 하지만 아들은 작심을 한 듯 고삐를 늦추지 않고 "아버지! 언제까지 정회장에게 질질 끌려다니면서 검찰 얼굴에 먹칠을 할 겁니까!" 하고 소리친다. 

 

부자간의 팽팽하고도 살벌한 대립이다. 시키는 대로만 하던 아들에서 옳은 일이라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아들이 된 신지욱 검사다. 여느 상황이라면 참으로 기뻐할 일이지만, 자신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사안이니만큼 신지검장 입장에서 보면 난감하기 짝이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자신이 살아남아야 아들도 살아남을 텐데, 아들이 뭣도 모르고 찧고 까불고 있다고 생각했음직도 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물려주려는 것이 제대로 된 올바른 삶이 아닌 <비리로 물든 삶을 딛고 얻은 것>이라면, 생각이 올바로 박힌 아들이라면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정회장에게 더 이상 질질 끌려다니지 말라"는 말이 귀에 꽂혔던 것일까? 신지검장은 자신을 몰아세우는 아들을 달래듯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다. 난 그 동안 정회장에게 끌려다닌 게 아니다. 내가 그자를 이용한 거다. 세월이 가면 너도 이해하게 될 거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참으로 궁색하고도 구차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목숨을 걸고 법을 수호해야만 하는 검사로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마당에, <이용당하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들 뭐가 달라질까.     

 

 

[변호사 조들호]에는 신지욱 검사와 처지가 흡사한 사람이 또 한 사람 등장한다. 바로 조들호의 전아내이자 로펌 금산의 부대표인 장해경(박솔미)이다. 장해경에게도 로펌 금산의 대표인 아버지 장신우(강신일)는 넘기 어렵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넘어서야 하는 큰산이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길을 편안하게 걷는 사람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딸이 정회장을 위해 일하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자기 고집대로 조들호를 도우려고 나서자 고충을 털어놓는 장신우 대표에게 신지검장은 위로하듯 "부모에게는 늘 자식이 문제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신지욱 검사와 장해경 부대표에 관한 한 <부모에게만 자식이 문제인 게 아니라 자식에게도 부모가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옳은 길이라면 당연히 부모의 뜻에 따라야 하겠지만, 옳지 않은 길까지 단지 대단한 부모라는 이유로 따라야 한다는 것은 자기 주관이 있는 자식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자식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진창에 빠뜨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부모라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신지검장이나 장신우 대표는 감히 자신들의 말을 거역하고 팽팽하게 맞설 수 있는 아들과 딸을 두었으니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닐까. 

 

이상, 동네변호사 조들호 아버지에게 맞서는 신지욱(류수영) 검사의 고뇌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