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로 보는 세상

마스터-국수의 신 맷집으로 더 강력해진 김길도(조재현)의 악마성

 

마스터-국수의 신 맷집으로 더 강력해진 김길도(조재현)의 악마성

 

 

꽤 오래 전에 읽었던 글인데, 악마성을 타고난 싸이코패스 같은 사람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꼭 떠오르곤 하는 이야기다. 미국 어느 절해고도에 일단 들어가면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교도소가 있는데, 수차례 흉악한 죄를 저질러 형량이 높은 사람이 들어가기 때문에 죽어서도 세상 밖으로 못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끔찍한 살인죄를 연이어 저질러 이곳에 들어가게 된 한 남자의 어린 아들을 어느 교수부부가 데려다 길렀는데, 아무리 잔혹한 아버지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좋은 환경에서 키우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평온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반듯하게 잘 자랐고 공부도 잘해서 명문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로 점차 별다른 이유도 없는 상태에서  잔인한 성향을 드러내더니 급기야는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고, 그 흉포함이 날로 증폭돼 결국에는 범죄자들 중에서도 악질들만 간다는 그 교도소, 그러니까 자신의 친아버지가 갇혀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왜 좋은 환경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성장했는데도 그런 살인마의 속성을 드러내는지 의아해서 그 아이의 집안을 거슬러 올라가 조사해 보니, 그 아이 할아버지도 바로 그 교도소에 일찌감치 들어와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3대가 살인자들 중에서도 악명높은 살인자들이 가는 그곳에 갇혀 있는 셈이었다. 흔히 살인마의 유전인자는 타고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때 이 실화가 인용되는 듯했다.

 

마스터-국수의 신 맷집으로 더 강력해진 김길도(조재현)의 악마성

 

우리나라를 넘어 중국까지 광풍 속으로 몰아넣었던 송중기 송혜교 두 송송커플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서 지난주 [마스터-국수의 신]이 새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출연자가 조재현천정명이어서, 제목에서도 연상되듯 식객 같은 장인의 삶을 그려나가는 스토리인가 생각하며 별다른 정보도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엇! 뜨거라!" 싶었다. 폭력에, 살인에, 배신에, 방화까지 쉴새없이토리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프닝에서 국수에 관한 천정명의 내레이션이 이어지며  궁중꿩메밀국수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 후의 경악할 만한 전개는 예상도 못했던 터여서 급히 기본정보를 알아보니 [대물], [야왕], [쩐의전쟁] 등의 대작을 탄생시킨 박인권 만화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다. 복수를 위해 국수의 신이 되려는 주인공 무명(천정명)의 가슴 뛰는 성장기이자 국수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슬픈 연대기로 밑바닥에서부터 면의 장인이 되기까지 흥미진진한 성공 스토리를 담은 이야기로, 즉 국수가 주제가 아니라 복수가 주제였던 것이다. 

 

 

천정명이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상대는 김길도(조재현)다. 김길도는 하정태라는 남의 이름으로 살면서 궁락원이라는 기품이 넘치는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국수의 장인이자 경영자다. 하정태는 진짜 궁중꿩메밀국수를 만든 사람으로 천정명의 아버지다. 김길도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된 순간 하정태는 김길도에 의해 벼랑에서 죽임을 당하고, 김길도는 죽은 하정태의 국수 비법이 적힌 노트를 훔쳐 스스로 국수의 장인으로 거듭난 것이다.

 

저렇게 사람 좋은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지만, 극중 김길도라는 인물은 타고난 악마다. 죄책감도 죄의식도 없으며, 눈앞에서 누군가가 걸리적거린다 싶으면 아주 간단하게 죽여버리는 싸이코패스다. 그는 왜 그런 잔혹한 악마성을 가진 인간이 됐을까? 그에 대한 설명이 역시 천정명의 내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어린시절 배가 고파서 빵을 훔쳐먹으려다 들키면 김길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버지도 죽고 엄마도 죽어서 동생들에게 먹이려고 몰래 훔친 거라고 누구라도 깜빡 속아넘어갈 만큼 s능청스럽게 잘도 거짓말을 둘러댄다. 물론 아버지도 살아 있고 엄마는 집을 나간 상태다. 집에 가면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데, 허구헌날 아들을 개패듯 패는 폭력 아버지다. 김길도는 악마성은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하면서 점점 더 날개를 펼쳤을 것 같다.

 

 

조금 더 자라서 아버지 곁에서 도망쳐 나온 청년 김길도 역은 가수 겸 배우 바로가 맡았는데, 조재현이 바톤을 이어받을 때까지 착하다면 착한 얼굴로 악마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거짓말에 남을 속이는 짓이라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밥먹듯이 하는 김길도는 서울대생으로 위장해 입주과외선생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집에서 돈을 훔치다가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발각되자 재떨이를 내리쳐 죽여버리고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는 역시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육사생도가 되었다가, 항공기장이 되었다가 수시로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변신을 하면서 즐거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입주가정교사로 들어갔었던 집의 주인과 마주치자 이번에는 더 멀리 산속으로 달아나는데, 그곳에서 혼자 국수 비법을 연구하고 있던 하정태, 즉 천정명의 친아버지를 만난다.

 

 

하정태의 도움으로 산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김길도는 자신이 강도살인을 저지른 용의자라는 것을 하정태가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알자 절벽으로 데려가 아래도 내려가게 한 다음 줄을 끊어 추락시키고 자신이 하정태로 신분을 위장한다.

 

 

김길도의 청년 역과 성인 역을 맡은 바로와 조재현, 은근히 많이 닮아보인다. 그래서인지 1회에서 바로 성인역에 이르기까지 변신을 거듭하는데도 별로 괴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 인상이 선하고 좋은 편이어서 악인 역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지만, 사실 무엇보다고 무서운 것은 선함 뒤에 감춰진 악마성이다. 바로는 그런 이중성의 연기를 처음 해보는 것일 텐데도 마치 실제처럼 섬뜩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조재현님이야 워낙에 연기파이니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웃고 있어도, 아니 웃고 있어서 더 무서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길도의 악행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줄 알았던 하정태가 사실은 살아 있고, 기억을 잃기는 했지만 결혼을 해서 아내와 아이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국수에 독을 넣어 쓰러지게 다음 그 집에 불을 지른다. "이런 꼴을 당하게 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너희들 잘못이다, 왜 국으로 가만히 자빠져 있지 못하고 기어나와 가지고 죽음을 자초하느냐"고 큰소리를 쳐가면서 독극물로 쓰러진 하정태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 최순석의 몸과 집안 곳곳에 휘발유를 뿌리고 집을 통째로 불태워 버린 것이다.

 

 

이 끔찍한 상황에서도 아들 최순석이 용케도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자기 발로 보육원을 찾아가 몸을 의탁한다. 이 아들이 자라서 천정명, 즉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김길도에 대한 복수를 꾀한다는 것이 초반부의 스토리다. 엄마와 아버지가 불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불행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최순석, 이 아이에게 이제 세상 사람들은 <엄마 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과 아닌 사람, 딱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단 1회만으로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멋진 전개를 보여준 [마스터-국수의 신]이었다. 미리 이렇게 다 보여줘버려서 이만큼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혹여 용두사미가 돼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김길도의 악행은 그 후로도 계속돼 자신을 사위로 맞아 그 자리에까지 오도록 도와준 장인도 걸리적거린다고 죽이고, 이제 살아남은 하정태의 아들 최순석도 찾아 죽이려고 한다. 김길도는 아직 천정명이 최순석인 줄 모르고 있지만 곧 알게 될 테고, 천정명 또한 "당한 만큼 갚아주는 것, 그것이 복수"라며 복수의 염을 불태우고 있으니 이제 두 사람은 어떤 극한의 대립을 보여줄 것인가.  

 

그런데 드라마상으로는 김길도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고 자란 탓에 악의 화신이 된 것처럼 비쳐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에겐 대를 이어 흐르는 악마성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아버지도 아무리 술을 마셨다 한들 허구헌날 그토록 아내와 자식을 때렸을 리 없고, 또 아무리 어릴때부터 허구헌날 맞고 자랐다 한들 김길도처럼 인간의 탈을 쓴 악마 같은 짓을 서슴지 않을 수는 없을 듯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육룡이 나르샤] 이후 몰입해서 볼 만한 드라마가 시작된 것 같아 반갑다. 역대급 악의 화신 조재현과 그에 맞서 복수를 꿈꾸는 천정명의 멋진 연기가 기대된다. 

 

이상, 마스터-국수의 신 맷집으로 더 강력해진 김길도(조재현)의 악마성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