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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거짓말을 위한 변명 -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난 거짓말 할 줄 몰라" 혹은 "난 거짓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우리는 누구할 것 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심리학자는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무려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심리학자는 10분간의 대회에서 약 2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확한 수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거짓말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동의하는 한 가지 사실은, 우리 모두는 날마다 거짓말을 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 처음에는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거나,

“내가? 나는 절대로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 이유는 우리는 어릴때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쑥쑥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늑대와 양치기 소년 같은 이야기는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 다음에는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며 “하나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명언 또한 거짓말이 얼마나 나쁜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나쁘게만 인식되고 있는 거짓말을 위한 변명에 나선 사람이 있다.

바로 심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클라우디아 마이어다. 그는 <거짓말의 딜레마>라는

책을 통해 "거짓말은 삶과 존재의 일부이며, 진화의 원동력이자 생존전략이며, 일종의 사회적 윤활제다.

즉 거짓말은 우리 세상을 결속시킨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아이들은 어떻게 거짓말을 배우며, 사랑과 연애에서 거짓말이 왜 필요한지에 이르기까지

거짓말과 기만, 사기, 위조, 속임수 등의 실체와 심리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담고 있는데,

다음 글은 그 중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하얀거짓말고질적 거짓말쟁이,

여자의 거짓말과 남자의 허풍에 대한 글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와 방법은 다양하며 삶의 모든 영역에 퍼져 있다.

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애인이나 친구, 직장 동료나 상사, 부모와 자식에게조차도 곧잘 진실을 숨긴다.

거짓 맹세를 하고, 음모를 꾸미고, 만우절 거짓말로 누군가를 속이고, 약속에 늦으면

긴 거짓변명을 늘어놓고, 기분이 나빠도 거짓 미소를 짓는다.

 

만일 이렇게 나쁘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될까?
불친절한 빵집 점원에게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여기 다신 오나 봐라"라고 말하게 될 테고,

아무리 꾸며도 그닥 멋지지 않은 사람에게 “어쩌면 그렇게 멋이 안 나냐”고 솔직하게(?) 말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조지 서번은 거짓말을 ‘인간의 제2의 천성’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매사추세츠대학의 심리학 교수 로버트 펠드먼은 “거짓말은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 재능‘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의 공동생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거짓말의 횟수는 우리의 사회적 접촉에 따라 달라진다.
판매원이나 간호사, 변호사, 심리학자, 저널리스트들은 거짓말할 기회가 훨씬 많기 때문에

심심한 양치기 소년보다 더 자주 허풍을 떤다. 기회가 거짓말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의 횟수는 거짓말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느 범위까지 거짓말로 보느냐와도 관련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알면서도 고의로 거짓을 말할 때 거짓말이라고 여긴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나쁜 의지로 거짓을 말할 때에만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거짓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어서, 이미 400년 전에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는

“진실은 하나뿐이지만 거짓말에는 한없이 많은 변종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얀거짓말

이른바 하얀거짓말은 선의에서 하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하얀거짓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곧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는 거짓말로 위독한 환자를 격려해 주고,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켜 주고, 새로운 치료법을 시험해 보라고 설득하려 했던 의사는

경우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사의 말이 심리적 속임수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환자응 담당 의사에 대한 신뢰를 잃고 그를 의심할 뿐만 아니라 의사집단과

서양의학까지도 전부 의심하고 자포자기하거나 절망한 나머지 수상한 치료사의 도움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쁜 결과를 부르는 하얀거짓말이다.

 

또한 하얀거짓말이 정말로 최선의 해결책인지 잘 판단이 안 될 때도 있다.

이를테면 꽤 오래 전부터 여자친구와 헤어지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녀가 사법고시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주저하고 있는 남자의 경우, 이별을 유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거짓말이 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결코 함께 여행을 갈 것이 아니면서도 그녀와 휴가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고,

그녀가 “자기야, 사랑해”라는 말에 속마음은 아니면서도 “나도 사랑해”라고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더 나을까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왜냐하면 나중에 그 많은 거짓말에 대해 그녀가 느낄 경악과 실망이 이별의 아픔보다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고질적 거짓말쟁이
우리는 날마다 거짓말쟁이가 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평균적 거짓말쟁이인 우리보다 훨씬 도가 지나치다.

그들은 더 뻔뻔스럽고 충동적이며 연기에 소질이 다분하고 평생 환상에 빠져 살면서 거짓말을 멈추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 안톤 댈브뤽은 이런 현상에 공상허언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박적 거짓말을 나타내는 또 다른 개념은 허언증이다.

고질적 거짓말쟁이 들에게는 특정한 목적이 중요하지 않다.

즉 속임으로써 뭔가 이득을 얻거나 체면을 유지하거나 처벌을 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과정이 곧 목표다.

그들은 거짓말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공상세계, 위장, 망상에 중독되어 있다.

그들이 세운 공중누각과 공상세계 위에는 자기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정신적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즉 고질적 거짓말쟁이는 소망하는 현실을 만들어냄으로써 고통스러운 체험을 억압하고

남들을 조종하며 그들의 운명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고 한다.

 

 

이른바 뮌히하우젠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허언증 환자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중년남성들 중에 특히 이런 환자들이 많다.

이 병명은 1786년에 출간된 익살맞고 황당무계한 이야기 모음집인

<뮌히하우젠 남작의 놀라운 수륙여행>의 주인공, 거짓말쟁이 남작 카를 폰 뮌히하우젠에서 유래한다.

 

뮌히하우젠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여러 의사와 병원을 전전하면서 다양한 질병의 두드러진

증세를 보여주고, 가능하면 많은 의료기구를 이용한 비싼 검사를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약물치료를 독촉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요구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헤 자해를 하거나 독을 들이켜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뮌히하우젠증후군을 ‘자해병’. 자해행동, 자작질병이라고도 부른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의사와 간호사들의 관심과 애정, 연민을 얻으려고 한다.

 

 

 

 

 

여자의 거짓말, 남자의 허풍

진화와 여성해방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의 정해진 성 역할에 맞게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슈티그니츠는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전형적인 여성 거짓말과 남성 거짓말의 순위목록 을 제시했다.

 

남자들은 흔히 직위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기 때문에 남성 거짓말 목록의 1위는 자동차가 차지한다.

"자기 차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도 늘 제한속도를 지킨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남자는 거의 없다. 

2위는 직업으로, 남자들은 직업을 "끊임없이 과대평가"하고

자기가 하는 일의 중요성과 자신의 위치를 과대평가한다.

남자들이 잘하는 거짓말 3위는 여가다.

컨디션이 지하철까지 전력질주할 정도밖에 안 되면서도 매우 적극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남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반면에 주말에 소파에 누워

줄곧 텔레비전만 보면서 게으름 피웠다는 이야기는 일부러 감춘다.

 

반면에 여자는 몸무게 에 대해 가장 빈번하게 거짓말을 한다.

몸무게를 약간 줄여서 말하는데, 여자들의 거짓말 2위를 차지한 나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 시대의 날씬한 몸과 젊은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3위는 정조에 관한 거짓말이다. 남자의 경우 정조는 4위를 차지했다.

이 역시 우리 사회의 여성관과 남성관을 반영한다.

남자의 외도와 부정은 여전히 여성의 경우보다 쉽게 용서받기 때문에

남자들은 이 부문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적다.

여성이 즐겨하는 거짓말 4위는 쇼핑이다.

여자들은 친구들과 가족들 앞에서 싼 물건을 잘 찾아다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실제 지불한 가격보다 낮춰 말할 때가 많다.

이런 거짓말은 특히 비교적 소득이 높은 직장 여성들 사이에 퍼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