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났는데, 도저히 가라앉히기가 힘들 때, 어떻게든 <떠올릴 수만 있다면>
화난 마음을 가라앉혀줄 좋은 글이 있다. 다만 <떠올릴 수만 있다면>이라고 말한 것은,
솔직히 분노에 휩싸인 순간에는 상대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하고, 또 뒤늦게 맞받아쳐 주었으면
좋았을 말이라도 생각나면 더 화가 나는 만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뒤늦은 감이 있더라도 그 화를 몸과 마음에서 가볍게 떨쳐내는 데에는 다음 글이 효과만점이다.
장자의 <빈 배>라는 글인데,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을 테지만 다시 한 번 올려본다.
장자는 강에서 홀로 나룻배를 타고 명상에 잠기곤 했다.
그 날도 장자는 여느때처럼 눈을 감고 배 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배가 그의 배에 부딪쳐 왔다.
화가 치민 장자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무례한 사람이군. 내가 눈을 감고 명상중인데 어짜 내 배에 일부러 부딪친단 말인가?”
장자는 화난 표정으로 눈을 뜨며 부딪쳐 온 배를 향해 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배는 비어 있었다. 아무도 타지 않은 배였다.
그저 강물을 타고 떠내려 온 빈 배였던 것이다.
순간 장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후에 장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비어 있다면 누구도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나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내게 상처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는데도 사람들이 화를 낸다면, 그들이 어리석은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화내는 것을 즐길 수 있다.
텅 빈 공간이 되라.
사람들이 지나가게 하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바바라 베르크한의 <화나면 흥분하는 사람 화날수록 침착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의 불쾌한 언행에 장자의 빈배처럼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자신의 행복과 평온을 깨뜨리지 않게 해주는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일단 제목만 보면, 화나면 흥분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화날수록 침착한 사람이라니,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다.
<바보>를 자처했던 김수환 추기경님쯤 된다면 몰라도,
아니면 싸이코패스를 연상케 하는 냉혈한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아무튼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여담이지만, 싸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방의 슬픔이나 고통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활짝 웃고 있는 사람들이 찍혀 있는 사진 서너 장 속에 슬픔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 한 장을 끼워 넣어두고 이 중 서로 다른 것을 골라보라고 하면 골라내지 못한다고 한다.
저자는 맨 먼저 분노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라면 뭐가 고민이랴.
그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기분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상대가 무례하고 불쾌하게 구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사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서 툭하면 불쾌한 말을 내뱉고,
일부러 주변사람들의 화를 돋우고, 약점을 들춰내거나 상처를 헤집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그런 사람들의 언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전염이 되는 사람은 시시시비에도 쉽게 말려들어
자신도 역시 무례하고 불쾌한 기분으로 맞대응하기 십상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그가 무례하게 굴어서 나도 똑같이 대응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자신이 언제라도 상대의 감정에 휘말려들 수 있음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
즉 상대가 불쾌하게 대하면 언제든 나도 불쾌하게 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불쾌한 언행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생각은 매우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마음의 보호막을 세워라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언제나 다음과 같은 독립선언으로 시작한다
즉 "나는 결코 상대의 기분에 좌우되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만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내 기분이나 감정이 달라진다면,
나는 상대의 낚싯바늘에 걸려든 물고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비로소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상대의 불쾌한 언행에 효과적인 방어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적인 방어벽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신적인 방어벽을 <마음의 보호막>이라고 부른다.
이 마음의 보호막은 우리의 인격에 충격을 주는 외부의 무례하고 불쾌한 언행을
차단시켜 주는 정신적인 에어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또한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전략도 담겨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의 공격에 말려들어서는 안 되며,
이치에 어긋나는 논쟁은 애초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부주의한 말은 무시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상대가 그냥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에까지 굳이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어떻게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놀라울 만큼
둔감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게 최선책이다.
상대의 자극적인 공격을 받고서도 기분나빠하거나 맞대응하지 않는 것은
결코 패배가 아니라 오히려 분별력을 잃지 않고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증거다.
단, 모욕적인 말은 단호하게 저지해야 한다.
즉 모욕을 당했을 때는 아주 엄격하게 “그 말은 나를 모욕하는 것입니다”라고
상대에게 넘어서는 안 될 한계선을 넘었음을 명확하게 지적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는 “당신이 내게 한 말에 대해 사과하십시오"라고 요구한다.
이때 상대가 사과를 하느나 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상대가 곧바로 사과를 한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본디 목적은 사과를 요구함으써
좀더 강력하게 상대를 압박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당신은 나를 모욕했습니다. 그러니 사과하십시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그러면 상대는 당황해서 허둥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멋진 삶이 최상의 복수다
우리 마음은 심한 모욕을 당하면 신체적인 공격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은밀한(때로는 노골적인) 복수심이 치솟게 된다.
하지만 강렬한 복수심에 사로잡히면 그만큼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 따라서 복수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복수는 나의 에너지를 빼앗아갈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러한 분노의 에너지를 차라리 나 자신을 위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팔을 걷어붙이고 하루하루가 즐거워질 수 있도록 일상에 변화를 주어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의 안녕이지 상대가 아니다.
다음은 상대로부터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일 뿐이야”라는
불쾌한 말을 들었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는 12가지 방법을 적은 것이다.
하나의 공격에 대한 12가지 대응전략
1. 묵묵히 제스처를 사용하라 - 메모지를 꺼내 상대의 말을 받아 적는다.
2. 화제를 바꿔라 - “그 말을 들으니 노후대책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연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3. 한마디만 하라 - “아, 그래요. 그런데 그것이 어쨌다는 거지요?”
4. 엉뚱한 속담을 인용하라 - "불행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불행 중 다행이 낫다.“
5. 독기를 빼기 위해 되물어라 - “아무것도 모르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죠?”
6. 상대의 말에 동의하라 - “그렇게 말해서 당신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렇다고 해둡시다."
7. 동의는 하되 자신의 의견을 단호하게 주장하라 - "내가 당신이라 해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8. 칭찬을 통해 궁지로 몰아넣어라 - "저는 당신의 유창한 말쏨씨에 탄복했습니다."
9. 사실을 확인하라 -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군요."
10. 맞대응하라 - "그 말은 저를 모욕하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11. 핵심을 명확하게 말하라 - "그렇게 말하면 불필요한 싸움을 일으킬 뿐입니다."
12. 대화의 규칙을 정하라 - "우리 본래릐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