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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이병헌 이성민 남산의 부장들 / 백윤식 한석규 그때 그 사람들

이병헌 이성민 남산의 부장들 / 백윤식 한석규 그때 그 사람들

 

이병헌, 이성민 주연의 [남산의 부장들]백윤식, 한석규 주연의 [그때 그 사람들]은 모두 1979년에 발생했던 10.26사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의 40일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2005년에 개봉했던 [그때 그 사람들]은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풍자로 가득찬 블랙코미디물이라면 [남산의 부장들]은 좀더 정통적인 전개를 따르고 있습니다. [남산의 부장들][그때 그 사람들]의 간략한 리뷰입니다.

 

이병헌 이성민 남산의 부장들 / 백윤식 한석규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2020년) 우민호 감독 / 이병헌 이성민 이희준 곽도원

 

영화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 하나. 총에 맞아 죽은 대통령과 경호실장, 그리고 그 둘을 총으로 쏴죽인 중앙정보부장 간의 국가적/역사적 비극 앞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누구였을까? 보안사령관 아니었을까? 조개와 황새가 서로 죽어라 싸울 때 어부지리를 한 행운아(?)였다고나 할까? 덕분에 대대손손 누릴 수 있는 부도 쌓고, 그 부를 딛고 여지껏 큰소리 뻥뻥 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지.

 

[그때 그 사람들]은 풍자가 가득해서 10.26사태를 에둘러 표현한 느낌이 강했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좀더 정통적인 방법으로 전개되어 구체적인 사실감이 풍부하다. 이 사건의 단초는 물론 5.16혁명의 목적이 왜곡돼 나가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정보부장의 충성심에 있었겠지만, 그 못지않게 비교와 따돌림당하는 자의 우발적인 분노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이병헌 이성민 남산의 부장들 / 백윤식 한석규 그때 그 사람들

 

섶을 지고 풀숲으로 뛰어들게 만든 대통령. 리더가 가장 지양해야 할 일을 거침없이 행하면서 만족스러웠을까? 하지만 오른팔 왼팔이 서로 견제하다 못해 비밀을 캐고, 그것도 모자라 앞에서도 공격하고 뒤통수도 때리게 만드는 저급한 계략은 결국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인격과 국격을 무시한 결과다.)

 

서로의 치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상대를 밟으려고만 들면 훨씬 쉬웠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을 위해 한 일을 두고 바로 그 대통령이란 사람이 철면피하게 정보부장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한 것도 참 저열한 짓이다. 막말로 꼭지가 돌았을 법도 하다. 아직까지 역사는 정보부장을 국가전복을 위한 내란음모죄를 저지른 살인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말이다.

 

 

연기의 신 이병헌이 정보부장의 고뇌와 분노, 실망감과 좌절감을 눈빛, 볼 떨림, 악다문 입 등을 통해 미세한 부분까지도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성민은 놀라운 씽크로율을 보여주는데, 특히 광기마저 어린 매서운 눈빛과 서슬이 돋은 표표한 표정은 압권이었다. 

 

일부러 살을 찌웠다는 이희준 또한 경솔한 언행을 함부로 내뱉는 경호실장의 무대포 같은 모습을 잘 표현해 준 것 같다. 여기에 죽음을 앞두고 허탈해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 곽도원까지.. 4명 정도의 등장인물만으로도 충분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형선고를 앞둔 최후진술에서도 거짓을 말할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가장 솔직해지지 않을까? 의외로 새된 목소리였지만 담담하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정보부장의 말에 더 신빙성이 가는 이유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나면 후세는 가연 이 사건을 어떻게 규정할지 심히 궁금하다.

 

[내부자들]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가 [마약왕]으로 급실망을 안겨주었던 우민호 감독이 다시 멋진 작품을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잘 봤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2005년) 임상수 감독 / 백윤식 한석규 송재호 

 

1945년 8.15광복 후 30여 년이 지난 시점인데, 대통령을 비롯하여 중앙정보부장, 그 외 사람들도 툭하면 일본말을 쓰는 것이 괴이쩍게 여겨졌다. 중요하다 싶은 순간엔 더욱 일본말이다. 그게 멋지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일본말이 더 친숙했던 걸까? 이렇게 국가 지도자급 사람들부터 일본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완전한 친일청산이 어려운가 보다.

 

 

장르다 코미디다. 맞다. 지독한 블랙코미디다. 등장인물들은 외부의 시선으로만 보여지는 그 근엄하고 엄숙한, 각이 잡힌 사람들이 아니다. 아니,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볼 법한 좀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들이다. 진작에 암사계획을 세웠던 것인지, 아니면 운명의 그날 급격한 결정에 따라 움직인 것인지는 몰라도, 한 국가의 대통령을 죽이는 데 진지함도 치밀함도 없다. 그리고는 너나할 것 없이 임기응변식의 말과 행동만 연발될 뿐이다.

 

그 과정을 풍자의 시선으로 일관성있게 이끌어가는 대단한 작품이다. 너무 정치적 성향이 짙은 작품 같아서 거르고 있었는데, [남산의 부장들] 개봉을 앞두고 부랴부랴 챙겨 봤다. 안 봤으면 후회했을 만큼 멋진 영화였다. 

 

때로는 연기를 하다가 미쳐버리는 게 아닌가 여겨질 만큼 강렬한 영기력을 펼치는 백윤식이 새삼 놀랍고, 한석규 역시 멋드러진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자격로 못하고 하느님께 기도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에서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으로 뼈아픈 역사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사람들간의 알력이 더 문제가 되었던 것 같고, 한 나라를 이끄는 자들이 구중궁궐에서 보이는 행태가 너무 저급해서 속상하다. 이런 자들을 우러르며 살아야 했던 국민들만 가엾지. 18년 독재를 행한 사람이나, 그 사람을 죽인 사람이나, 또 그 주변인물들까지도 모두 역사 앞에서 죄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의 진실(?)이다. 하지만 더 먼 훗날 역사는 어떤 시선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게 될까? 어떤 사실이 더 밝혀질까? 

 

이상, 이병헌 이성민 남산의 부장들 / 백윤식 한석규 그때 그 사람들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