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 조커 / 그녀 / 마스터 - 함께하지 못하는 자의 비애
미국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아역 배우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여 2000년 [글래디에이터]로 널리 알려졌으며 2017칸영화제에서는 린 랜지 감독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로 남자배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은 [그녀], [이민자], [마스터] , [투 러버스], [빌리지], [호텔 르완다], [싸인] 등 다수입니다. 최근 개봉작은 [조커]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호아킨 피닉스 조커 / 그녀 / 마스터 - 함께하지 못하는 자의 비애]의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리뷰입니다. 세 영화 모두 홀로 살아가는 외로움에 함몰된 자의 비애와 고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줄연한 또 다른 작품인 [너는 여기에 없었다](린 램지 감독) 에 관힌 리뷰를 보시려면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호아킨 피닉스 조커 / 그녀 / 마스터 - 함께하지 못하는 자의 비애
호아킨 피닉스 조커 / 그녀 / 마스터 - 함께하지 못하는 자의 비애
애초에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조커를 보러 간 터여서 스토리상으로는 달리 큰 메시지를 기대하진 않았다. 역시나 소재 자체는 별다른 게 없었다.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 연기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 느낌이랄까.
발작적으로 웃음이 터지면 멈추질 못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아서,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을 웃기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코미디언이 되기를 원하는 아서, 광대 분장을 하고 손님몰이를 하며 겨우 궁핍한 생활을 간신히 꾸려나가고 있는 아서다. 게다가 병든 엄마까지 돌봐야 하고, 그나마 얻은 직업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다가 급기야는 해고되고 만다. 낙담과 절망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참담한 삶이다.
자신의 삶에 행복한 순간은 단 1분도 없었으며,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고 믿는 삶이 얼마나 서글픈지 아느냐고 묻는 아서의 자존감이 밑바닥으로 떨어져 내려 있으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와의 관계에서 밝혀진 비밀과 배신감은 죽을 힘을 다해 간신히 자신을 추스르며 살아오던 그를 기어이 폭풍 같은 분노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렇다고 이런 아서의 더없이 비참하고 참혹한 환경이 그가 반미치광이가 되어 저저르고 다니는 행각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가난하고 약한 자에게는 더 가혹한 것이 법의 잣대라 하더라도 그것이 떨칠 수 없는 현실이기에 그는 그에 응당하는 법의 심판을 받는 게 옳은 일이리라. 정신적으로 구속해 온 억압의 사슬에서 풀려난 자유로움을 살인이나 멋진 춤으로 얼버무릴 게 아니라 말이다.
아서의 행각은 그렇다 치고, 사람들을 울분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각 분야의 기득권자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 좀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건물을 부수고, 도로를 막고, 아무 데나 불을 지르고.. 떼로 몰려다니며 도시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들은 대체 누가 만들어낸 괴물일까? 많이 가지고,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나눌 줄 모르고 베풀 줄 모르는 자들이 이들에게 끊임없이 분노의 불씨를 던져주고 이윽고는 활활 타오르게 하는 건 아닌지?
미리 알고 배려하고 다독이면서 나가면 그런 극단적인 꼴을 보지 않을 수도 있으련만, 꼭 세상이 뒤집히는 소동이 일어나야만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는 것이 기득권자들이 보여주는 행태다. 아니면 그토록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자기 목숨만이 아니라 가족의 목숨까지 내놓게 되든가. 아서의 말처럼 인간에 대한 예의나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다.
또 한 가지 떠오른 생각은, 아서에겐 진정한 사랑을 주고받아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만일 함께하면서 슬픈 일이나 불행한 일을 겪을 때 진심으로 따뜻이 보듬어줄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었다면 아서가 그런 광기어린 행각을 벌이진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공교롭게도 오늘 소개하는 [그녀]나 [마스터]에서도 홀로 외로움에 찌든 자신의 존재와 맞서는 자의 비애와 고통을 절절하게 드러내고 있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에서 음험하리만큼 비대한 몸집을 선보였던 호아킨 피닉스는 이 작품에서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만큼 가엾은 몸으로 연기를 한다. 고무질 몸무게인가?ㅎㅎ 작품을 위해 그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겠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토드 필립스 감독의 의도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무슨 생각을 하기 바랐던 걸까? (살인을 해서라도) 자아정체성을 잃지 말라는? 부모든 사회든 나라든 기득권자들이 뺏으려 하는 자유를 굴복하지 말고 반드시 쟁취하라는? 스스로 자신으로 거듭난다면 함께하는 사람이 없어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왠지 다 위험해 보인다.)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나게 되고, 자기 말에 귀기울이며 이해해 주는 그녀 덕분에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그는 어느새 점점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혼자 밥먹고, 혼자 마시고, 혼자 잠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앞으로는 사랑도 혼자 하는 세상이 될까? 그런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다만 상대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운영체제이지만 말이다.
인공지능운영체제와 사랑을 나누다니, 참신한 소재여서 놀랍다. 로봇을 사람 대신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놀라웠는데, 적어도 그것은 로봇일망정 실물은 있었다면, 이 영화 속 인공지능운영체제는 오직 목소리로만 존재할 뿐이다.
하긴 대필작가, 남의 감정을 대신 전달해 주는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와 허구인 인공지능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는 가짜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서로 닮음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점점 더 외로운 섬처럼 변해가는 세상이다. 그러니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이런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짜 감정은 결국 더 깊고 짙은 공허감만 가져다줄 뿐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인 것처럼, 아무리 뜨거워보이는 사랑도 인공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면 내 작은 마음이나마 진정한 기쁨으로 채울 수는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작고 보잘것없어도 <나만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니까.
그래도 테오도르가 마지막에서나마 진정한 마음을 토로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이제 더 이상 가짜 감정으로 스스로를 호도하는 일은 없으리라. 함께하는 행복을 누릴 사람도 진정성 있게 찾아야 할 테고 말이다.
호아킨 피닉스의 다양한 표정 연기와 공허함에 가득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였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음에도 랭케스터에게 이끌린 프레디는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코즈’ 연합회의 마스터 랭케스터의 실험대상이자 조력자, 친구로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머물게 된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마스터라고 믿었던 랭케스터 역시 자신과 다르지 않은 불완전한 인간임을 깨닫고, 랭케스터 역시 가족들로부터 프레디를 멀리하라는 경고를 받는다.
오직 다른 사람의 힘으로만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프레디(호아킨 피닉스)는 인지한 거겠지? 그리고 아무리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앙받는 마스터라 해도 인간인 이상 완전치 못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겠지? 그렇기에 그는 그토록 따르던 마스터 랭케스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곁을 기꺼이 떠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스승과 제자 사이 혹은 사랑을 넘어 집착하는 연인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는 두 사람이지만, 무엇보다도 부모자식 관계에 더 가까워보인다.
혼자 일어서고, 혼자 발자국을 떼어 걸음마를 하고, 뜀박질을 하고, 혼자서도 어디든 갈 수 있을 때쯤이면 하늘처럼만 보이던 부모도 어느덧 나약한 한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고 심지어는 우습게 여겨지기까지 하지. 그때가 바로 온전하지 못하나마 스스로 독립하는 시기이고, 또 그때를 넘으면 부모가 자식을 필요로 하게 되는 시기도 온다. 하지만 이미 부모 곁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자식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훌훌 떠난버린다.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하기도 하고.
이 작품에서도 호아킨 피닉스는 비밀에 싸인 채 무섭고 음험하고 위험해 보이는 모습이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이지만.
이상, 호아킨 피닉스 조커 / 그녀 / 마스터 - 함께하지 못하는 자의 비애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