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로 보는 세상

카모메 식당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서로를 존중하는 삶

카모메 식당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서로를 존중하는 삶

 

고바야시 사토미 주연의 [카모메 식당](오기가미 나오코 감독)키키 키린, 나가세 마사토시 주연의 [앙: 단팥 인생 이야기](가와세 나오미 감독)라는 일본 영화 두 편에 대한 짧은 감상이다. '카모메'는 갈매기라는 뜻이다. 아마 핀란드에 갈매기가 많아서 식당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걸까? 그리고 '앙'은 팥소라는 뜻이다.    

 

두 편 다 일본 특유의 분위기인 잔잔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오래 가려면 천천히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도 있듯이, 삶을 천천히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두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삶'에 초점을 맞추어 후기를 적어보았다.   

 

카모메 식당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서로를 존중하는 삶

 

 카모메 식당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새로생긴 카모메 식당은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가 운영하는 조그만 일식당이다. 혼자몸으로 일본을 떠나 식당을 차린 그녀는 주먹밥을 대표 메뉴로 하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한달째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걱정스러울 정도의 의연함으로 매일 아침 음식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체 그 근거없는(?) 여유로움은 어디서 온 것일까 놀랍기조차 하다.

 

영화 후반부에 우연히 모여 함께 식당을 꾸려나가게 된 세 여자 중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당신은 인사를 너무 터프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지적을 받은 여자는 곧바로 상대에게 "당신은 너무 인사를 정중하게 한다"고 되받아친다.

 

그러자 사치에는 너무 정중하게 인사를 하든, 아니면 너무 터프하게 인사를 하든, 좋다 나쁘다 말할 게 뭐 있겠느냐고 말한다.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인사하면 되고, 또 그 방식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면 되는데 말이다.

 

카모메 식당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서로를 존중하는 삶

 

잘못된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자는 사치에의 이런 유연한 사고방식이 전혀 유사한 점이 없어서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자 세 사람이 만나 함께 카모메 식당을 꾸려나가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게 만들어주는 힘이리라. 아니, 이상하게 여겨지기는커녕 그런 조합 자체가 묘하게도 어울려 힐링이 되는 느낌마저 준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개성이 지나칠 만큼 강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그 중심에는 사람도 사물도 있는 그대로 선선히 받아들이고 나아가 존중해 주는 사치에가 있다. 머나먼 이국땅 핀란드에 혼자 가서도 그토록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그 놀라운 재능 덕분이리라. 인간의 선의를 믿는 사람에겐 상대방도 선의로 대하게 마련이다. 타고난 악질이 아니라면 말이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의 주인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데,  어느 날 도쿠에(키키 키린)라는 할머니가 찾아온다. 20년이 넘도록 ‘마음을 담아’ 만들어왔다는 다는 할머니의 단팥 덕분에 도라야키는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어두운 과거로 늘 침울해 있던 센타로의 얼굴도 점점 밝아진다. 하지만 단골 소녀의 실수로 도쿠에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이별의 순간을 맞고 만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먹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끼니를 알약 같은 것으로 해결하거나, 최소한 세 끼를 다 챙겨도 되게 먹고 싶을 때만 먹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요리 하나를 만들어도 놀라울 만큼 정성을 들이고, 그 음식을 먹으면서 정말로 감사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 생각이 떠올라 좀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도쿠에 할머니가 팥소를 만들어내면서 들이는 정성스러운 마음엔 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팥이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해 줘서 고맙다는 말, 정성스레 익혀낸 팥과 당이 서로 만나 청춘남녀가 알아가듯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기다려줘야 한다는 말 등 도쿠에 할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그런 말을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사람을 존중하는 것을 넘어 팥까지도 존중하는 도쿠에 할머니인 것이다. (ㅎㅎ)

 

도쿠에 할머니가 팥소를 만들면서 말도 조심조심, 행동도 조심조심 하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영화도 조심조심 보고 있는 것이 느껴겨 슬몃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새가 있어야 할 곳은 새장 안이 아니라 하늘이다. 새가 도쿠에 할머니 덕분에 새장을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을 향해 날아갔듯이 센타로도 스스로 자신을 얽매고 있던 과거의 마음의 무거운 짐을 떨쳐내고 "도라야키! 사세요!" 하고 기운을 낸 얼굴로 세상 밖으로 한 걸음 성큼 나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감동의 영화가 키키 키린으로 인해 더 빛나는 영화가 되었다. 너무나도 멋진 배우가 세상을 달리한 것이 아쉽다. 이제 더 이상 그 연기를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니가세 마사토시의 절제된 연기도 잔잔한 흐름으로 가슴에 스며드는 듯했다.

 

이상, 카모메 식당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서로를 존중하는 삶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 

  • 이전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