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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스로 갑인 줄 알았던 조승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걸까?

라이프 스스로 갑인 줄 알았던 조승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걸까?

 

라이프 스스로 갑인 줄 알았던 조승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걸까?

 

JTBC 의학드라마 [라이프]에서는 14회분이 끝난 후 보여준 예고편에서 뜻밖에도 구승효(조승우) 총괄사장이 상국대병원의 오세화(문소리) 원장, 주경문(유재명) 부원장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후회없이 해봅시다"라는 말을 남겨 의아함을 남겼다. 본디 서로 적대관계에 있던 경영진과 의료진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서로 힘을 합쳐 뭔가를 도모하는 장면 같아보였다.

 

<뭔가>란 무엇일까? 아마 모르면 몰라도, 화정그룹의 회장(정문성)에게 대항하여 칼을 빼드는 일일 것만 같다. 그 동안 회장을 위해 합법적인 일은 물론 합법적인 것으로 포장된 비합법적인 일까지 갖은 일을 다 맡아해온 구승효 사장이지만, 국회의장 특수활동비 유용사건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이정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의료진에 의해 밝혀지자 그 죄를 물어 자신을 토사구팽하려는 회장에게 등을 돌리려는 듯하기 때문이다.

 

라이프 스스로 갑인 줄 알았던 조승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걸까?

 

그러고 보면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첨예한 대결이 응급의료센터의 예진우(이동욱)와 구승효 사장의 한판승부, 즉 상국대병원 의료진과 구승효 사장의 팽팽한 기싸움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는 구승효 사장과 오세화 원장, 주경문 부원장 등 상국대병원 의료진 대 화정그룹 회장과의 대결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물론 그 동안 예고편과는 전혀 다른 반전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레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주 마지막 두 회를 앞둔 [라이프]의 예측불허의 앞날이 더 궁금해진다.

 

 

상국대병원 의료진들에게 그 동안 총괄사장으로서 톡톡히 갑 노릇을 해온 구승효 사장이다. 하지만 제 뜻대로 일이 안 풀리자 악랄한 얼굴로 멱살을 잡고 거칠게 몰아붙이는 화정그룹 회장 앞에서는 그도 고양이 앞의 쥐일 수밖에 없는 존재였던가 보다. 스스로 갑인 줄 알고 은근히 갑질을 즐기기도 했던 그였지만, 그 갑 위에는 더 고약한 갑이 떡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도 실은 갑이 아니라 별수없는 을이었던 셈이다.

 

평소 지나칠 만큼 당당하던 태도를 보일 때는 너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한 그였지만, 그런 당당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회장 앞에서 잔뜩 머리를 조아린 모습을 보니 왠지 가엾어보였다.   

 

게다가 오세화 원장은 처음에 구승효 사장의 뜻에 따라(사실은 화정그룹 회장의 뜻이지만) 내부고발자 이정선의 사인이 외부충격에 의한 사망이라고 발표했다가 부검 후 병사로 정정 발표를 한 바 있었다. 그런데 그 후 위해의 위험을 느끼고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남모르는 곳에 피신해 있으면서 강팀장(엄혜란)에게 아이에게도 <그런 짓>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던 것을 미루어보면, 그 회장이란 작자는 그 동안 자기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들에게는 가차없이 위해를 가해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갑질도 이런 갑질은 정말 섬뜩하기 그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화정그룹 내 입지가 위태로워진 구승효 사장은 오세화 원장, 주경문 부원장, 예진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노을(원진아)을 면직 처리하도록 지시한다. 오세화 원장과 주경문 부원장, 예진우는 그 동안 사사건건 경영진에 태클을 걸어온 터이니 그렇다 친다 해도 이노을은 왜 면직을 당했는지 다들 의아해하는데, 아무래도 이는 그 네  사람이 병원에 더 머물다가는 자칫 화정그룹 회장에게 뭔가 큰일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여긴 구승효 사장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더 지켜봐야 확실한 것을 알 수 있을 테지만 말이다. 

 

한편 면직 처리에 분노한 예진우는 구승효 사장의 해임안을 발의한다. 의료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구승효 사장이 그 동안 해온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며 경영진의 전횡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결국 전 부원장이 된 김태상(문성근)까지 그 자리에 합류해서 제살 깎아먹기식의 거친 비난으로 한바탕 목불인견의 소동이 벌어진 후 의료진은 주경문을 새 부원장으로 임명하고, 구승효 사장 해임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다.

 

하지만 구승효 사장은 예진우와 주경문 부원장의 ID를 막아버리는 것 등으로 그들의 손발을 묶어버린다. 이에 예진우는 상국대학병원 상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최서현(최유화) 기자를 만나고, 주경문 부원장은 산부인과 과장 김정희(우미화)와 성형외과 과장 강윤모(김도현)와 함께 사장을 찾아가 해임발의안이 결정된 것을 알리고 해임의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러나 구승효 사장은 마치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미리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놓은 뒤였고, 오히려 자회사 약 처방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일을 문제삼지 않기는커녕 그 동안 약을 처방하고 인센티브를 받아온 의료진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협박하듯 되받아친다.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빈 손으로 돌아온 주경문 부원장은 다행히 암센터장 이상엽(엄효섭)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고위 공무원과 연줄이 닿은 이상엽 암센터장이 화정그룹이 환경부의 제재를 받을 당시 상국대학병원 이름으로 환경부 장관의 땅을 산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이 역시 회장의 지시에 따라 구승효 사장이 마무리한 일이었다. 이는 엄연히 뇌물로, 구승효 사장만이 아니라 화정그룹과 현직 장관까지 함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경문 부원장과 예진우는 다시 사장실로 구승효 사장을 찾아가 “자리를 내놓지 않으면 송탄부지와 환경부 장관, 그리고 화정그룹까지 이 세 개가 한꺼번에 묶여서 구설에 오를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로 밀어붙인다. 

 

그때 사장실 밖에서 벨 소리가 울리고 강팀장이 버튼을 누르자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누구인지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 정적의 순간이 이어지는 엔징에서는 으스스한 긴장감이 돌면서 이건 의학드라마가 아니라 스릴러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슬몃 웃음이 나왔다.   

 

 

조용조용히, 차근차근히 밀고 들어오는 예진우, 진정성 있는 모습과 조리있는 말로 설득하고 호소하는 주경문 부원장,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고야 마는 당당한 오세화 원장, 그리고 병원 내 모습을 보여주며 구승효 사장에게서 따뜻한 마음을 끌어내려 했던 이노을 전문의 등의 눈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지 구승효 사장은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 어쩌면 스스로 갑인 줄 알았던 자신의 존재가 실은 화정그룹 회장의 뒤치다꺼리나 하다가 여차하면 팽당하는 을에 불과했다는 것을 비로소 깊이 깨닫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예고편에서 보여준 것처럼 구승효 사장이 상국대병원 의료진들과 힘을 합친 것이 꼭 자신을 내친 회장에 대한 실망이나 분노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깨닫고 결정한 올바른 선택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상, 라이프 스스로 갑인 줄 알았던 조승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걸까? 였습니다. 드라마 [라이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