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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흉부외과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고수

흉부외과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고수

 

SBS 의학드라마 [흉부외과] 에서 태산병원의 흉부외과 박태수(고수)는 말 그대로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 그 원수는 다름 아닌 증산대 병원 흉부외과 황진철(조재윤) 교수다. 아기의 심장수술을 하던 중 의료사고를 일으켰는데도 무조건 쉬쉬하며 남몰래 넘어가려던 황교수다.

 

하지만 태수가 제출한 영상자료로 인해 수술정지 3개월 처분을 받자 자기 잘못은 제쳐두고 그런 처분을 받은 것이 오직 태수 탓이라고 여기며 이를 갈던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태수 어머니가 곧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리하여 태수가 무릎까지 꿇고 잘못했다고 빌며 스스로 뺨까지 때려가며 호소하는데도 야죽거리면서 끝까지 수술을 거부했던 그다. 

 

흉부외과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고수

 

그런데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어지간히도 운이 나쁜 태수 앞에 그 웬수 같은 황교수가 4년 만에 다시 나타나 또 무릎을 꿇게 만든다. 이번에는 환자의 보호자 자격으로서다.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푼이라도 더 벌고자 휴일에도 다른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태수는 마침 그곳으로 심장질환 환자를 옮겨온 태산병원 이사장의 딸 정수연(서지혜)과 함께 어려움을 무릅쓰고 응급조치를 한다.

 

그런데 그 긴급한 상황 속에서도 수술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 심장을 닫으려는 순간, 느닷없이  환자의 심장에서 피가 쏟아지면서 태수와 수연은 더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흉부외과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고수

 

당황한 수연은 어서 빨리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태수는 심장 출혈이 심한 환자를 옮기다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임시방편으로 심장을 접착본드로 지혈한다. 심장에서 쏟아지는 피를 막는 데 본드를 사용하다니, 의료계 사람들이 아닌 일반사람들로서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일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위해 자문을 해주고 있는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다급한 상황에서 달리 지혈을 할 만한 수단이 없을 경우 그런 처치를 한 전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해서 간신히 심장의 출혈을 멈추고 환자를 옮겨 제대로 수술을 할 수 있었던 덕분에 목숨을 구했건만, 의사가 접착본드를 사용했다는 사실로 인해 태수가 징계위기에까지 몰리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응급상황에 놓인 환자를 살려내지 못해도 의사 책임이고, 또 살려냈다 하더라도 본드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어 징계를 당하게 된들 그 또한 의사 책임이라면, 그런 달갑지 않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의사라면 두 번 다시 환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는 일은 하게 되지 않을 것 같다.  

 

흉부외과 외나무다리에서 제대로 원수를 만난 고수

 

게다가 이번 경우 더 운이 나빴던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 심장질환 환자의 남동생이 바로 황교수라는 점이다. 여느 경우라면 태수가 자신의 형을 살려주었으니 고마워해야 마땅한 일인다. 하지만 황교수는 입으로는 고맙다고 하면서도 기회는 바로 요때다 싶었던 듯 이상야릇한 미소를 떠올리며 태수에게 본드를 사용해 수술한 일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라고 통보한다. 

 

그리고는 환자를 살리려고 본드를 사용한 거라는 태수의 말도 들은둥마는둥하며 “그래, 살릴 수만 있으면 쓸 수 있지. 누가 뭐라 하겠어? 근데 박교수 넌 안 돼. 내 심장이 뛰는 한” 하고 비웃는다.

 

 

태수는 그런 황교수에게 “저희 어머니(이덕희) 에크모(산화장치를 통해 체외에서 심폐기능을 보조하는 기기) 달았습니다. 심장이식 받으면 나가겠습니다. 한 달만 기다려주십시오”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황교수는 “그래. 그렇게 말하면 되겠네. 너 좋아하는 징계위원회 가서”라며 이번 기회에 태수를 확실히 밟아주려는 뜻을 강하게 피력한다.

 

결국 태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교수님,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라고 애원하며 황교수 앞에 또 무릎을 꿇는다. 지난번에 이어 두번째다.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제대로 만난 고수다.

 

 

정말 뱀처럼 교활하고 징그러운 황교수다. 물론 태수가 의료사고 영상을 제출하는 바람에 수술정지 3개월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수술 도중 태수가 여러 차례 지적을 했음에도 까불지 말라며 못 들은 척하고 수술을 강행하다가 기어이 의료사고를 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다.

 

그러니 아무리 태수가 괘씸하다 한들 그때 발생했던 의료사고의 근본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남 탓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가진다면, 이렇게 무작정 태수에게 증오심을 품고 원수 대하듯 하며 복수의 칼을 갈아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너를 살릴 힘은 없을지 몰라도 짓밟을 힘은 있다"며 악담을 퍼붓는다. 악연의 끈은 이토록 질기다.  

 

 

지칠 대로 지친 태수는 엄마가 누워 있는 병실로 간다. 의식을 잃은 채 심장이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다. 그런데 그토록 태수가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엄마는 알고 보니 태수의 친모도 아니다. 술꾼이었던 태수 아버지가 술집에서 만나 그냥저냥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게다가 술주사가 심한 태수 아버지에게 맞기도 하면서 살아왔던지라 아버지가 죽었어도 눈물은커녕 원망만 터져나오는 불행한 여인이다.

 

 

하지만 그 여인은 태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어도 당시 중학생이었던 의붓아들 태수를 버리지 않고 함께 산다. 게다가 그 동안 해오던 술집도 그만둔다. 행여 태수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가 술 팔고 웃음 파는 술집여자였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하려는 배려에서다. 

 

그런 엄마를 보고 태수는 꼭 의사가 되어 선생님 소리도 듣고 돈도  많이 벌어서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말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태수를 공부시킬 돈을 벌기 위해 힘겨운 밥배달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밥배달 일을 태수가 의사가 된 후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다가 사고까지 당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24년을 살아온 모자다. 그런 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니만큼 여느 친모자보다 더 끈끈하고 애틋한 마음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

 

 

그렇다면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라는 부제는 태수를 가리킨 것일까? 무려 24년이라는 세월을 힘겨운 고생을 마다 않고 자신에게 바쳐온 엄마다. 그리고 그런 엄마 덕분에 태수는 악착같이 공부해서 엄마에게 맹세했던 대로 의사가 되었다.

 

그러니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한 엄마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태수는 의사로서 또 인간으로서도 결코 해서는 안 될 심장을 훔치는 짓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런데 왜 심장을 훔친 <의사>가 아니고 <의사들>일까? 심장을 훔친 의사가 고수말고 또 있다는 뜻일까? 이 드라마 1회에서 심장을 훔쳐가지고 어디론가 허겁지겁 달려가던 태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흉부외과]가 앞으로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더욱 궁금해진다.   

 

이상, 흉부외과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고수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드라마 [흉부외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