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원수를 돌에 새긴 성공충(차순배) 부장판사
미스 함무라비 원수를 돌에 새긴 성공충(차순배) 부장판사
성공충(차순배) 부장판사가 한세상(성동일) 부장판사에게 멱살을 잡혔다. 성공충 부장판사는 JTBC 법정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 나오는 서울중앙지법 민사 49부 부장판사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성공충'이라는 이름에서 쉽게 연상되듯,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대법관 자리만 보고 평생을 달려온 사람이다. 다른 판사들 사건처리 통계까지 다 체크하면서 언제나 사건처리 1등을 놓치지 않고, 대법원이 조정을 강조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정률 1등을 차지한다. 통계수치에만 목을 매다 보디 법원 안팎으로 원성이 자자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성부장에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머리끝까지 화가 난 한부장이 식당 안에서 그와 마주치자마자 여러 사람들이 보고 있건 말건 “선배로서 그게 후배들에게 할 짓이야!”라고 고함치며 멱살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성부장의 기세도 만만치 않아서,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며 “젊은 여판사에게 홀리기라도 했나? 무슨 망발이냐”고 맞받아친다. 젊은 여판사에게 홀리기라도 했냐니, 도무지 판사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열한 멘트다. 그 뻔뻔한 모습에 한부장은 기어이 분노의 주먹까지 휘두르고 만다.
미스 함무라비 원수를 돌에 새긴 성공충(차순배) 부장판사
성부장이 말한 '젊은 여판사'란 서울중앙지법민사 44부 한부장의 좌배석 박차오름(고아라) 판사를 가리킨다. 얼마 전 박판사는 성부장이 자신의 출세와 실적을 위해 임바른(김명수) 판사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발표를 하고, 자신의 배석판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바람에 좌배석 홍은지(차수연) 판사가 유산까지 하기에 이르자 판사들의 인권을 내세우며 임판사, 정보왕(류덕환) 판사 등과 함께 전체 판사회의를 열자고 연판장을 돌린 적이 있었다.
성부장은 처음엔 모든 게 오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자칫 일이 커질 기미가 보이자 유산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홍판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젊은 여판사에게 홀렸느니 뭐니 하고 야비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때 용서를 빌었던 것은 그저 섀도모션이었을 뿐, 속으로는 박판사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던가 보다.
한편 한부장의 분노의 화살은 성부장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수석부장판사(안내상)에게도 날아가 꽂혔다. 한부장은 분노한 얼굴로 수석부장을 노려보며 "후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소! 조직을 위한다는 핑계로 이 젊은 후배들을 희생시켜? 당신은 뭘 희생했어? 그렇게 사법부를 위한다면서 그 잘난 선배님들은 뭘 희생했냐고? 높은 곳에 우아하게 앉아서 점잖은 척만 하면 다냐”고 독설을 퍼붓는다.
하지만 한부장의 이런 독설에도 수석부장은 난처함을 숨긴 무표정한 얼굴로 한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꾸도 못한다. 그가 많은 후배 판사들 앞에서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입도 뻥끗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성부장의 강력한 요구에 못 이겨, 그리고 행여 자신이 책임질 일은 만들지 않기 위해 박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방송에서 박판사가 몸담은 민사 44부는 재벌 NJ그룹의 사위이자 민용준(이태성)의 매형인 세진대학교 주형민 교수의 준강간 사건을 맡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선고 후 줄곧 억울함을 호소하던 주교수가 자살을 시도하자, NJ그룹은 총수 일가를 지키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해 반격을 가하는 바람에 박판사는 마녀사냥을 당하며 최악의 궁지에 몰리고 만다.
그런데 그 뒤에서는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 같던 박판사를 응징하려는 성부장의 계략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문이며 방송의 기사에 호도돼 박판사를 손가락질하는 여느 시민들도 아니고 한솥밥을 먹는 판사가, 그것도 후배 판사를 잘 이끌어야 할 선배 판사가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비열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석부장을 찾아온 성부장은 "웬일로 이렇게 대응이 느리냐. 이런 대형사고가 터지면 누구 하나라도 책임을 져야 여론이 잠잠해진다는 것을 모르냐. 설마 수석부장님이 책임을 지실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추궁하면서 "일반적으로는 재판장이 책임을 지지만 이번 경우는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를 솎아내야 한다"고 몰아붙인다. 그가 말한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 역시 박판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어서 성부장은 "다행히 명분은 잔뜩 있다"면서 새파랗게 어린 주임판사가 선배 부장판사를 모함하려고 연판장을 돌린 것은 법관 품위 손상에 법원 위신을 떨어뜨린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되도 않는 판사회의나 선동하고, 제 평생 그런 치욕은 처음이었다"며 "수석부장님은 그 일을 덮으셨죠? 저같이 별볼일없는 놈은 무조건 참으라 이거였습니까?"라며 점점 더 거세게 수석부장을 몰아붙인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일 수석부장님이 박판사 징계 문제에 나서지 않으면 내가 직접 대법원에 청원하겠다"며 "이젠 못 참겠다. 중앙지법에서 징계 청구를 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대법원 윤리감사실에 이야기하겠다"고 단호하게 어필한다.
이로써 결국 수석부장은 성부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박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한다. 박판사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그 앙갚음을 하려는 성부장도 선배 판사로서 정말 할 짓이 아니지만, 자칫 일이 커지면 자신이 책임을 떠맡게 될까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성부장의 손을 들어준 수석부장의 무사안일주의도 그야말로 비분강개할 일이다.
이런 사람을 선배 판사로 둔 후배들이 그저 가엾을 뿐이다. 그러니 수석부장이 "사법부를 위한다는 핑계로 후배들을 희생시킬 거냐"는 한부장의 분노에 찬 말을 변명 한마디 못하고 고스란히 들어넘길 수밖에 없었던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격언이 있다. 원수진 것은 물에 흘려보내듯 잊고, 은혜는 돌에 새기듯 가슴에 간직해서 두고 두고 고마워하며 갚으라는 뜻이다. 아마 이런 격언이 만들어진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뭔가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모욕을 받았다고 느꼈을 경우 두고 보자며 어떻게든 앙갚음할 기회만을 노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받았거나 은혜를 입은 일은 나중에 반드시 갚겠다고 다짐했다가도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여느사람들이 보이는 행태다. 그런데 공정무결함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명확한 태도를 가져야만 할 판사가 여느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짓을 하고 있으니, 판사라는 직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만큼 실망도 더 큰 게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법원에는 성부장처럼 원수를 돌에 새기는 판사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감성우(전진기) 부장판사다. 사실 성부장이 박판사에게 고발을 당할 뻔하는 정도로 끝났다면, 감부장은 박판사에게 재판 청탁을 했다가 바로 그 박판사의 고발로 교도소에까지 가게 된 사람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평소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주고 필요한 조언도 건네곤 했던 후배 판사에게 고발을 당해 교도소 신세까지 지게 되었으니, 감부장이야말로 성부장 못지않게, 아니, 성부장보다 더 이를 악물고 복수를 하고자 꾀한다 해도 납득이 갈 만하다. 하지만 감부장은 현명하게도 그 일을 자신의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깨달음을 얻는 계기로 만든다. 말 그대로 '원수를 물에 새기고 은혜를 돌에 새긴 것'이다.
교도소를 찾아온 한부장이 "많이 힘들지" 하고 묻자 감부장은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며 큰 깨달음의 말을 토로한다.
구구절절 가슴을 울리는 말이다. 그런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으니, 지금은 비록 교도소에 있더라도 조만간 그곳에서 나오면 여느사람들의 힘겨운 마음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편견과 편협, 차별과 왜곡에 눈이 흐려지는 일 없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판사로 거듭날 게 분명한 감부장이다.
이상, 미스 함무라비 원수를 돌에 새긴 성공충(차순배) 부장판사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 미스 함무라비 아무리 "내 손가락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