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

미스 함무라비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

 

 

먼 친척 중에 부모님으로부터 땅을 많이 물려받은 집이 있는데, 덕분에 그 집 6형제가 모두 강남에 큰 빌딩을 가지고 아쉬울 것 없이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돈이 그렇게 많으면 돈 때문에 생기는 골치아픈 일은 없을 테니 사이좋게 사는 일만 남은 것 같은데, 6형제 모두가 서로 안 보고 산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여기저기 땅을 얼마나 사두셨는지, 돌아가신 후 큰 덩어리 말고도 작은 규모의 땅들이 계속 나왔는데, 그 땅의 지분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갖은 이유를 들이대며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는 드잡이까지 하는 싸움이 벌어지다 보니 형제남매간의 가족애라는 것이 싸그리 없어져버린 탓이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도 이들에겐 전혀 아니올씨다였던 것이다.

 

미스 함무라비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의 법정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7회에서는 마침 그 친척집 형제남매들이 벌였던 것과 흡사한 스토리가 펼쳐져 더 흥미를 가지고 보았다. 이날 수백억대의 재산을 둘러싼 형제들의 치열한 재판이 열렸는데,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버지가 장남(이한위)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은 무효라며 차남과 3남, 그리고 4녀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원고측은 장남이 치매기가 있는 아버지를 이용해 재산을 증여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었고, 피고인 장남은 아버지는 정신이 멀쩡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에 어떤 문제도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정에서, 그것도 판사 앞에서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핏대를 세우고 손가락질을 해대는 그들이 정말 한심하기 그지 없어보였다. 현재의 삶이 팍팍해서 한푼이라도 더 얻어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부족한 것 없이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합의를 못해 재판정에까지 나선 모습을 보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 또한 이들에겐 전혀 해당되지 않는 듯했다.  

 

 

이렇듯 하나라도 더 제몫을 챙기기 위해 서로를 헐뜯어대는 형제남매들을 보며 임바른(김명수) 판사는 "그들이 인간의 본성에 맞게 행동하는 것뿐이니 냉정하게 법적인 결론만 내리면 된다"고 했지만, 박차오름(고아라) 판사와 한세상(성동일) 판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판결을 내리기보다는 조정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형제남매들은 서로를 향한 비난을 그칠 줄을 몰랐고, 이 지긋지긋한 싸움에 지친 임바른 판사는 이 사건을 붙들고 있는 건 시간낭비라며 "이들은 도저히 가족이라고 할 수가 없다. 서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평생을 아웅다웅하며 가족 행세를 하는 것뿐”이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가족애를 일축했다.

 

 

사실 임바른 판사에겐 가족이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골치아픈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명분으로 밖으로만 나돌면서 정작 소중한 가정과 가족을 소홀히 했고,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꾸려야만 했던 어머니는 친정에 찾아가 돈을 빌려보려 하지만 외삼촌과 외숙모로부터 냉대만 받고 눈물지으며 돌아오는 설움을 당하곤 했다.   

 

어린 나이에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임바른 판사에겐  ‘가족’이란 그저 허울뿐인 이름이며, 특히 돈 앞에서는 남보다 조금도 더 나을 게 없는 사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가 가족이니 인간의 선의니 하는 것에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반면에 박차오름 판사가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은 임바른 판사와는 정반대였다.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그녀가 자주 찾아가곤 하는 시장의 이모들은 서로 상처를 다독이고 정을 나누며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차오름 판사의 할머니는 시장에서 함께 장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삶을 만들어주곤 한 것이다.

 

 

미움이 극에 달해 증오에까지 이른 이 형제남매들은 애초에 인성 자체가 탐욕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아흔 아홉 마리 양을 가진 사람이 백 마리 채울 수 있도록 한 마리 양을 가진 사람의 양을 탐내듯 욕심이 욕심을 불러온 것일까? 혹 이들이 거부가 아니라 그저 적당히 가진 평범한 삶을 살았더라면 오순도순 따스한 가족의 정을 나누며 지냈을까?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만약이라는 것으로 가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그리 많이 갖지 않았으면서도 서로에게 뭐든 도움이 되려고 애쓰면서 사는 가족들도 많은 것을 생각하면, 잔뜩 가지고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저들이 참 안타깝다. 저들이야 공연한 걱정일랑은 제발 주머니 속에 넣어두라고 코웃음치겠지만 말이다.  

 

 

결국 재판부는 당사자인 아버지와 그 동안 조용히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어온 막내를 재판정으로 부른다. 수수한 옷차림의 막내가 아버지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자 형제남매들은 그 동안 서로를 헐뜯어대던 모습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일시에 벗어던지고 한마음 한목소리로 “쟤는 우리 동생이 아니다. 재산을 욕심내 딴소리 하면 정식으로 소송을 걸겠다. 파양절차를 밟으려고 변호사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막내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죽은 직원의 아들을 아버지가 입양한 자식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형제남매들이 큰 소리로 자신을 거부하자 그는 “아버지와 소송할 수 없다. 호적 정리를 해달라”며 “끝까지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그러자 그 순간 자녀들도 못 알아보던 아버지는 “집에 가고 싶다. 날 두고 어딜 가. 나 무서워” 하면 막내를 붙잡았다.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진정한 정을 나눈 진짜 가족은 아버지와 막내였던 것이다.

 

 

'가족'이라는 것에 냉소적이었던 임바른 판사는 이번 재판을 통해 피를 나눈 혈연만이 가족이 아니라 마음을 나눈 사람이 바로 가족임을 깨닫게 된다. 재판을 마치고 귀가한 그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다. 그리고 가족보다 남을 위해 사는 것 같아 너무도 미워했던 아버지가 늘 휴대폰의 보조배터리를 챙겨가지고 다녔던 것은 희귀한 RH- 피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언제든지 달려가기 위한 것이었고,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데리고 들어온 두 모자가 사실은 아버지가 외도를 한 게 아니라 아끼던 후배의 아내와 자식이었다는 것을 어머니로부터 듣게 된다. 비로소 조금이나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순간이다. 

 

재판정에 나온 입양아인 막내, 박차오름 판사의 할머니가 거둔 시장통 언니들, 소리소문없이 남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했던 임바른 판사의 아버지는 하나같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맞지만, "피보다 진한 물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사람들이다.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오로지 물질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그닥 많은 돈을 갖지 않았어도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꼭 피를 나눈 사람들만이 가족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들끼리도 깊은 사랑을 나누는 그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들을 보면서 물질적으로 부유한 것이 좋은가, 아니면 마음이 부유한 것이 좋은가를 굳이 따진다면, 마음이 부유한 것을 택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질을 위해 마음을 희생시키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상, 미스 함무라비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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