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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거짓말에 숨겨진 심층심리

 

거짓말에 숨겨진 심층심리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이 또 거짓말을 낳고 있는 요즘입니다. 한 가지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격언도 있는데, 요즘 같으면 일곱 개가 아니라 일곱 개의 일곱 배도 넘는 거짓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일본 릿쇼대학 심리학부 교수인 사이토 이사무는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할까?]에서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는 거짓말의 사례와 거짓말을 거짓말 대처법 등 거짓말에 관한 다양한 심리분석을 들려주고 있는데, 이 중 [거짓말에 숨겨진 심층심리]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있지만 안 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짓말에 숨겨진 심리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거짓말에 숨겨진 심층심리

 

 1  허언증의 거짓말

 

알코올이나 도박, 약물 등 사회적으로 부도덕하다고 여겨지는 짓을 하고는 사회적 체면, 즉 인간관계상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솔직히 말할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비난을 받을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하면서 자신의 실패나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거나 자존심을 내세워 공상에 기초한 개인적 성공담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렇게 상습적으로 거짓말이나 공상으로 허언하는 습관을 병적인 거짓말 <허언증>이라고 한다.

 

 2  합리화의 거짓말

 

사정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을 때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좌절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거짓말을 말한다. 이솝우화의 <신 포도>에서 여우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포도를 보고 "어차피 저 포도는 시니까 못 따도 괜찮아"라며 떠나는 것과 같은 심리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3  투사의 거짓말  

 

예를 들어 상사가 부하직원에 대해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부하직원에게 '차별의식'이 있다고 운운하며 비난하는 심리 메커니즘을 <투사>라고 한다. 자신이 그런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타인의 욕구로 돌림으로써 자아를 방어하는 구조다. 혹시 이들처럼 상대를 나쁘게 말하며 투사하고 싶어졌다면 사실은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는 자신을 반성하고 자신의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4  동일시의 거짓말

 

요즘 부모 중에는 유아기부터 아이를 모델이나 연예인을 시키려 하거나 아직 모국어도 익히지 못한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 어학에 능숙한 아이로 키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중 대부분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구를 아이에게 이루게 하려는 마음에서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는 자아방어인 투영과 <동일시>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은 자신이 바라는 것인데, 아이가 바라는 것이고 아이를 위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자기 마음을 기만한 채 모든 정성을 쏟는 것이다.

 

 

 5  자기확증의 거짓말

 

사람은 상대의 거짓말을 돕기 위해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거짓말을 듣는 사람이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간파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그 거짓말을 믿으려고 하는 것이다. 종종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이것을 제공해 줄 사람을 찾아 물어보곤 하는데 이것을 대인심리학에서는 <자기확증> 행동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그 거짓말을 듣는 사람이 협력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속으려는 쪽의 의지만 있으면 거짓말은 간단히 성립된다.

 

 6  해명의 거짓말

 

사람은 일반적으로 주위사람들에게 호의적인 인상을 주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것이 뜻대로 잘되지 않을 때 이미지를 회복할 목적으로 여러 가지 자기제시를 하는데, 이것이 <해명>이다. 해명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이상적인 자신과 현실의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 사이의 갭을 메워 타인의 비난을 면하려는 것이다. 변명이나 사죄, 양보도 해명의 일종이며, 정치가나 경영자들이 "기억에 없습니다"라며 자신의 책임은 일절 인정하지 않는 '부인'도 해명의 한 가지다.  

 

 

 7  현실 부정의 거짓말 

 

일이 없는데도 바쁜 척하는 것이나 일이 없어도 괴롭지 않다고 괜찮은 척하는 것은 허영, 즉 일종의 거짓말이다. 괜찮은 척, 억지로 버티는 것은 괴로운 감정이나 정서를 스스로에게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이 없다는 것에 대해 동정을 받는 것이 싫어서 <현실을 부정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굳이 나쁜 거짓말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이런 거짓말이 때로는 에너지가 되어 의욕을 일으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함으로써 다시 일할 기회가 찾아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무리해서 거짓말을 하면 스트레스가 되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8  억압에 의한 거짓말

 

사실은 화가 나는데 본인은 자신의 화를 깨닫지 못하거나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 <억압>이라는 자아방어기제다. 스스로에게 불안이나 고통을 일으키는 사고나 감정을 의식에서 차단해 기억상실이나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식결여 등을 일으키는 심리시스템이다.

 

특히 공격욕구나 성적욕구는 억압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것들을 그대로 드러내면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이런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괴로워진다. 그래서 마치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억압하는 것이다. 욕구는 잠재적으로 존재하지만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9  반동 형성에 의한 거짓말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충동이나 원망, 혹은 공포에 대해 그것과는 정반대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 <반동 형성>이다. 사춘기 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이거나 무시하는 심리가 그 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구나 감정을 인정하면 스스로 힘들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지고 있지 않다'고 거짓말을 해서 정반대되는 행동으로 진실을 덮는, 즉 가면의 작용을 하는 자아방어기제다.

 

평소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과정된 언동을 보이거나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이 아닌 것 같아 보일 때는 반동 형성에 의한 '거짓 행복'을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자존심이 강해서 주변사람들의 평가에 신경을 쓰거나 사태가 급변하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연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일으키기 쉬운 심리작용이다.

    

 10  중성화와 표면상 대용의 거짓말

 

감정을 숨기려고 하는 심리 메커니즘인 <중성화>로는 이른바 '포커페이스'가 있다. 재판관이나 정신분석 의사 같은 사람들은 원고나 피고, 환자가 하는 말에 직접 판단을 내리는 자세를 보이지 않기 위해 이 중성화를 쓴다. 자신의 반응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기 위해 다른 감정의 표현으로 치환하는 <표면상의 대용>도 있다. 예를 들어 거래처에서 클레임을 받은 영업사원이 여러 불평과 비판을 들었을 때 그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주문이어서 속으로는 화가 나도 저자세로 듣고 미소를 보이며 사죄한다. 표면상으 미소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혐오, 멸시, 오만, 불안, 지루함 등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자주 이용된다.   

 

이상, 거짓말에 숨겨진 심층심리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