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LUCK-KEY) 열쇠(key)가 유해진에게 가져다준 행운(luck)
럭키(LUCK-KEY) 열쇠(key)가 유해진에게 가져다준 행운(luck)
석 달간 본방사수해 온 박보검, 김유정 주연의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아버지 순조를 대신해 대리청정을 하던 중 의문의 독살을 당해 왕위에 오르지도 못한 채 삶을 마감해야 했던 효명세자다. 하지만 가상의 드라마는 그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할 만큼 훈훈하게 잘 마무리되었다.
다만, 세자 이영(박보검)의 어릴적 친구로 홍라온(김유정)을 짝사랑하는 역을 맡아 열연해 온 진영(김윤성)의 죽음은 많이 안타까웠다. 다들 해피엔딩을 맞았는데 윤성만 새드엔딩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짝사랑해 온 여인 홍라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자청한 죽음인 만큼, 그 자신은 너무나도 행복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을지 모른다.
럭키(LUCK-KEY) 열쇠(key)가 유해진에게 가져다준 행운(luck)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윤성은 조선 최고의 권력가 집안에 태어나 할아버지 김헌(천호진)의 세도 아래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산다. 그러니 그저 자기 앞에 펼쳐져 있는 탄탄대로를 즐기면 되는데도 그는 불의보다는 목숨을 버릴지언정 정의를 택하는 올곧은 인물이다.
마지막 회에서는 세자 이영과 윤성의 어린시절 장면이 다시 나오는데, 둘이 서로의 옷을 바꿔입는 장면이다. 윤성은 세자의 옷을 바꿔입어 보고는 "제가 곤룡포를 입는다 하여 세자가 되는 것입니까?" 하고 묻고, 그 물음에 세자는 "옷을 바꿔 입는다고 하여 그리 될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 사람 마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느냐"고 대답한다. 그리고 윤성이 "제 옷을 입었을 때는 어떤 마음이 드셨습니까"라는 물음에는 "윤성이 네 옷도 내 곤룡포만큼이나 무겁더구나"라고 대답한다.
어린 아이들이 주고받기에는 지나치게 무겁고 어른스러운 대화다. 하지만 왕족이나 권력가 집안에서 태어난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그들이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제목의 드라마도 있었듯이, 남보기에는 부럽기만한 삶도 나름대로 견뎌야 할 고충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저마다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얼마나 잘 짊어지고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가 이 생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을 마다하는 사람 앞엔 고통의 문이 열려 있을 뿐이다. .
명품 조연으로 출연하는 영화 하나하나에서 늘 그 등장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 멋진 배우 유해진이 원톱주연으로 나서고 이계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럭키](LUCK-KEY)의 후기를 쓰려고 하면서 이렇게 길게 세자 이영과 윤성의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이 영화가 서로의 옷을 갈아입는 정도가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서로의 삶을 완전히 바꿔 사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설의 염려가 있으니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정도로만 내용을 소개하면, 냉혹한 킬러 형욱(유해진)은 여느때처럼 사건을 처리한 후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한편 인기도 없고 삶의 의욕도 잃어버려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은 <더럽게 죽기는 싫어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몸을 깨끗이 씻고자 목욕탕에 들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형욱을 보게 되고, 그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슬그머니 형욱의 키(열쇠)와 자신의 키를 바꿔치기해 도망간다.
이로 인해 재성은 형욱의 삶을 살게 되고, 기억을 잃은 형욱은 자신이 재성이인 줄 알고 살아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현대판 [왕자와 거지]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2014)의 리메이크작이라고 하는데, <LUCKY>가 아니라 <LUCK-KEY>라는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열쇠(key)>로 인해 인간미라고는 있을 수 없는 킬러의 세계에서 나와 소소하지만 따스한 정을 나누는 삶을 살게 된 것이 형욱에게는 결국은 행운(luck)임을 말하고자 한 것 같다. 즉 열쇠(key)가 가져다준 행운(luck)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데뷔 20년차인 유해진이 조연 역할만 맡아하다가 처음으로 원톱주연으로 나선 것에 큰 의미를 둔 영화인 만큼 그 동안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온 배우 유해진에 대한 헌정영화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그렇다면 재미는? 크게 없었다. 조연으로 잠깐 등장해도 씬스틸러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과거의 영화들이 차라리 훨씬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 색다를 게 없는 스토리도 그렇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무미건조한 연기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2%도 아닌 20% 정도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마치 무더위의 갈증을 한방에 날려주는 톡톡 쏘는 콜라맛 같던 유해진의 연기가 영화가 진행되어 나갈수록 점점 더 김이 다 빠져버려서 맹탕인 콜라맛처럼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영화 자체도 멜로도 아닌 것이, 액션도 아닌 것이, 코미디는 더더욱 아닌 것이....라는 푸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게 보았다는 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 어느덧 누적 관객수가 400만을 넘어 역대 코미디 영화 최단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하니, 왠지 좀 어리둥절한 느낌이다. 그 때문에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를 그리 재미있게 보지 못한 것을 스스로 반성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 중이다. (ㅎㅎ)
[위대한 이인자]라는 책이 있다. 1인자의 인생만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불철주야 달려가는 성공일변도의 세상이지만, 그 1인자를 1인자이게 해주는 것은 바로 2인자임을 깨닫게 해주는 실제사례들이 실린 책이다. 영화에서라면 너나할 것 없이 1인자인 주연을 맡고 싶지만, 그 주연도 2인자에 해당되는 조연이 없이는 결코 두각을 나타낼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왜 꼭 주연이어야 하나? 유해진 정도면 어떤 주연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 명품 조연이 주연보다도 더 주목을 받는 경우도 많다. 당사자분들이 들으면 서운해할지도 모르지만, 유해진이나 오달수 같은 분들 정도면 굳이 주연이냐 조연이냐를 따질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맛난 요리를 더욱 맛나게 만들어주는, 맛난 요리를 만드는 데 결코 빠져서는 안 될 향신료 같은 역할로 더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배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생을 잘사는 방법은 남의 인생을 탐내거나 남의 인생을 바꿔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인생을 어제보다 나은 삶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옷을 바꿔 입어보지 않더라도, 또 기억을 잃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매일매일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영화 [럭키(LUCK-KEY)]가 주는 메시지인 듯하다. 아무튼 처음 원톱주연으로 나선 영화 럭키(LUCK-KEY)가 배우 유해진에게 영화 속에서도 그렇고 영화 밖에서도 그렇고 큰 행운(luck)을 가져다준 것만은 확실하니,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이상, 럭키(LUCK-KEY) 열쇠(key)가 유해진에게 가져다준 행운(luck)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