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으로 보는 세상

대조효과 이용하기 쓰레기가 사라진 이유

 

대조효과 이용하기 쓰레기가 사라진 이유

 

 

거리에 휴지통이 눈에 띄지 않아 한참 동안 종이컵 등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들고 다닌 경험은 누구나 해본 적 있을 겁니다. 그러다가 휴지통이 아닌데도 어느 모퉁이에 이런저런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면 그곳에 슬쩍 버린 경험도 분명 있을 겁니다. 깨끗한 곳이었다면 절대로 버리지 않았을 쓰레기를 이미 쌓여 있는 곳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버리는 것이 보통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인 것 같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을 증명해 주는 행위입니다.

 

대조효과 이용하기 쓰레기가 사라진 이유

 

<깨진 유리창 이론>은 사소한 것들을 방치하면 더 큰 범죄나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사회범죄심리학 이론으로,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Fixing Broken Windows)이라는 글에 처음 소개된 바 있습니다. 만일 어떤 건물이나 상점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밝힌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입니다.  

 

EBS 제작팀의 [인간의 두 얼굴]에는 이처럼 상황 속에 숨겨진 인간의 진짜 모습을 밝혀 보여주는 여러 흥미로운 실험들이 실려 있는데, 이 중 쓰레기로 골치를 앓고 있던 어느 지역에서 <화단을 만든 후> 쓰레기가 사라진 실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대조효과 이용하기 쓰레기가 사라진 이유]입니다. 

 

 

 화단이 가져온 변화

 

평소 학교나 직장에서 성실하게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도 야밤을 틈타 쓰레기를 몰래 버리곤 하는 일이 있다. EBS 제작팀은 왜 사람들이 남들이 보지 않거나 밤이 되면 갑자기 사람이 변하기라도 한 듯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검은색 봉투에 쓰레기를 잔뜩 담아 평범한 주택가 골목 어귀에 놓아둔 후 이 쓰레기봉투 하나가 이곳을 어떻게 만드는지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 쓰레기를 하나 둘 그곳에 버리기 시작했다. 그 후 한 사람, 두 사람이 버린 쓰레기로 처음의 쓰레기봉투는 아예 보이지도 않게 되었으며, 밤이 더 깊어지자 더 많은 쓰레기들로 그곳은 쓰레기동산을 이루었다. 그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이 유난히 비양심적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단 한 개의 쓰레기봉투>였다.

 

 

제작팀은 한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먼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주택가의 늘 쓰레기가 쌓이는 곳을 깨끗하게 치우고 그곳에 작은 화단을 만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을 아름답게 유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주도했던 운동이었다. 하지만 화단을 만드는 작업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화단을 만드는 것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작은 꽃들을 화단에 심어놓고 깨끗이 마무리한 후 제작팀은 그곳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했다. 얼마 후 평소라면 쓰레기가 하나둘 쌓일 시간인데 이상하게도 화단 주변은 깨끗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한참이 지났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한 사람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와 습관처럼 내려놓으려다가 화단을 보고는 멈칫거렸다. 그 사람은 이상한 걸 본 것처럼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슬그머니 쓰레기봉투를 내려놓고는 도망치듯 돌아갔다. 하지만 주춤거리며 화단에서 멀어지던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이 든 건지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돌아와서는 자신이 버렸던 쓰레기리봉투를 다시 들고 사라졌다. 

 

실험 영상을 본 러크거스대 심리학과 조지 켈링 교수는 이 실험이 "상황이 사람의 행동을 바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라고 말했다. 이렇게 꽃을 심고 땅을 가꾸어 누군가 신경쓰고 책임지는 장소로 보이면 사람들은 그 장소를 존중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조효과 이용하기   

 

이 실험에서는 <쓰레기>와 <화단>이 가지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화단에 심어진 꽃을 보며 자신이 들고 온 쓰레기와 무의식적으로 대조해 보게 된다.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에 쓰레기를 하나 더 보탤 때와는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이다. <꽃>과 <쓰레기>라는 대조되는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이 더욱 더럽고 옳지 못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즉 제작팀의 화단 실험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킨 자극제는 꽃과 쓰레기의 대조효과였다. 대조효과는 앞서 인식한 사물과 뒤에 인식한 사물이 어떤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경우, 그 두 사물의 차이가 실제보다 크게 인식된다는 원리다. 가장 흔히 설명되는 예로는 물의 온도차를 이용한 실험이 있다. 한 손은 뜨거운 물, 다른 한 손은 차가운 물에 넣은 후 미지근한 양손을 담그면 뜨거운 물에 담갔던 손은 차가움을, 차가운 물에 담갔던 손은 뜨거움을 느끼게 된다. 성질이 다른 두 가지를 동시에 경험했을 때 그 차이가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미팅 전에 학생들에게 상대방 여성의 사진을 보고 미모를 평가하게 하는 실험을 했는데, 영화 [미녀 삼총사]를 보고 난 학생들의 경우에는 상대방 여성의 미모를 더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촉각이나 후각처럼 인간의 생리적인 감각뿐만 아니라 미모 같은 가치판단의 문제에서도 대조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작팀의 실험에서 화단을 본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는 일단 버렸던 쓰레기를 다시 가져간 것은 이런 심리적 원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엄청난 돈과 상당한 시간을 쏟아야만 상황의 힘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EBS 제작팀이 진행한 화단 실험은 상황이 아주 사소한 요인으로 인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작은 화단일 뿐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면에 인식의 변화가 생기고 행동이 변한 것이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서울 성동구청과 관악구청, 인천 남구에서는 쓰레기 무단 투기지역에 화단 및 화분을 설치해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이상, 대조효과 이용하기 쓰레기가 사라진 이유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