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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재미있는 심리실험 3가지..인간 헐크, 와인 시음회, 영혼의 무게

 

 

재미있는 심리실험 3가지..인간 헐크, 와인 시음회, 영혼의 무게

 

 

평소 매너있고 점잖은 사람도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처럼 변해 놀라게 만드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또 평소에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 아닌데도 신호등 앞에서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앞차가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마구 경적을 울려대는 모습도 곧잘 보게 됩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심리실험이 담긴 칼럼니스트 알렉스 보즈의 [위험한 호기심] 중 [재미있는 심리실험 3가지..인간 헐크, 와인 시음회, 영혼의 무게입니다. 인간 헐크 외에 와인 전문가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혹은 고급 와인과 평범한 와인을 정확하게 평가하는지, 영혼의 무게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고 수 차례의 실험에 의해 증명된 결과인 만큼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재미있는 심리실험 3가지..인간 헐크, 와인 시음, 영혼의 무게

 

 1  운전석 헐크 - 사람들은 언제 경적을 더 심하게 울릴까?

 

<뒤차의 운전자가 경적을 울릴 때까지 파란 신호등 앞에 멈춰서 있기>분노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애용하는 실험기법이다. 이 분노 실험을 실험실에서 하면 피실험자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가능한 한 점잖게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도로 교차로처럼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실험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무방비 상태이므로 분노를 촉진하고 저해하는 변수들이 무엇인지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다.

 

앤서니 둡과 앨런 그로스는 1968년 최초로 교차로 실험을 했다. 연구과제는 <부와 지위 앞에서 공격적인 태도가 억제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삐까번쩍한 크라이슬러와 낡아빠진 회색 램블러 두 대에 각각 나눠 타고 파란 신호등에서 욕이 나올 만큼 오래 멈춰서 있는 실험을 했다. 운전자들이 어느 차에 더 자주 경적을 울리는지 기록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은 램블러를 향해 더 많이 경적을 울렸다. 램블러 뒤에 서 있던 운전자들의 84퍼센트가 12초 내에 경적을 울린 반면 크라이슬러 뒤에 있던 운전자들은 50퍼센트만이 경적을 울렸다.

 

그 후 다른 수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경적 실험을 실시했는데, 1971년에 실시한 케이 듀오의 연구는 남녀 운전자 모두 여성 운전자에게 더 쉽게 경적을 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집에서 솥뚜껑 운전이나 하지"라는 사회적 인식이 여성 운전자에게는 마음껏 경적을 울려도 된다는 뜻으로 통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1976년 로버트 배런의 실험도 인상적이다. 배런과 미리 짠 한 남성 운전자가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서고 또 다른 차가 그 뒤에 선 상태에서 신호등이 여전히 빨간불일 때, 역시 미리 짠 두 여성이 두 차 사이를 지나 길을 건넜다. 이 두 여성은 청바지와 블라우스로 얌전한 차림을 하거나, 목발을 짚거나, 어릿광대 가면을 쓰거나, 몸을 드러내는 섹시한 옷차림을 했다. 여성이 길을 건넌 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지만 미리 짠 남성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15초를 더 기다렸다.

 

이 실험에서 배런은 목발을 짚거나, 어릿광대 가면을 쓰거나, 섹시한 옷차림을 한 여성이 길을 건널 때보다  얌전한 옷차림의 여성이 길을 건널 때 뒤차의 운전자가 경적을 더 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동정심(목발을 짚은 여성), 유머(어릿광대 가면을 쓴 여성) , 성적 흥분(섹시한 옷을 입은 여성)이 공격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증거를 밝혀낸 것이다. 

 

 

 2  와인 시음회 -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평범한 와인과 최고급 와인을 찾아라

 

보르도대학의 인지신경학과 연구원인 보르도는 1998년 54명의 전문가를 초청해 와인을 맛보고 소감을 적어달라고 했다. 먼저 레드와인 한 잔과 화이트와인 한 잔을 내왔고, 전문가들은 평가를 적었다. 다음으로 다른 종류의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내오고, 역시 전문가들이 평가를 적었가.

 

전문가들이 두 종류의 레드와인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 단어들은 풍만한, 깊은, 진한, 산머루, 체리, 과일, 라즈베리, 톡 쏘는 등이었다. 그리고 두 종류의 화이트와인을 마신 전문가들은 '황금빛, 꽃, 엷은, 쌉살한, 살구, 레몬, 꿀, 상큼한 같은 단어를 말했다. 이 표현은 레드와인 또는 화이트와인을 묘사하는 용어로 와인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들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몇 가지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와인애호가가 과연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와인 전문가들은 몰랐지만, 그들이 두번째로 시음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은 사실 똑같은 와인이었다. 브로셰는 가짜로 붉은색을 내기 위해 화이트와인에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식용색소를 넣은 것이었다.

 

와인 전문가들의 입이 와인의 정확한 빈티지를 가려낼 정도로 섬세하다면, 똑같은 와인 두 잔을 받았을 때 당연히 그 사실을 알아내야 하는 것 아닐까? 비록 두 잔 중 한 잔에 붉은색 식용색소를 넣었다 해도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두번째로 시음한 와인 두 잔의 맛이 비슷하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으며.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 맛이 난다고 말한 사람도 없었다.

 

후속 실험은 와인 전문가들의 자존심에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브로셰는 두 잔의 와인을 주면서 첫번째 것은 평범한 와인이고 두번째는 최고급 와인이니 마신 후 감상을 적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평범한 와인에는 단순하고, 불균형하고, 가볍고, 묽고, 산도가 너무 강하다고 평가한 반면, 최고급 와인에 대해서는 복합적이고, 균형이 잡혀 있으며, 풍미가 좋고, 달 숙성되어 적당히 그을린 향과 나무향이 나며, 신선하고, 한마디로 맛이 끝내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두 잔의 와인은 모두 평범한 보르도 와인이었다. 브로셰는 와인 전문가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려고 이런 실험을 한 게 아니었다. 브로셰 자신도 와인 애호가이며, 프랑스 서부에 있는 플리데 와인 양조장을 창립한 사람이다. 그가 이런 실험을 한 목적은 <'지각(知覺)의 기대'가 갖는 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즉 "피실험자는 사전에 지각한 것을 지각하며, 그것을 물리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우리의 뇌는 맛을 하나의 개별 감각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오감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참작해 맛의 경험을 생성한다. 특히 뇌는 시각에 가장 크게 의존하며, 다른 감각보다 스무 배나 강하다. 따라서 만일 우리 눈이 술잔에 레드와인이 있다고 말하면 뇌는혀끝으로 느끼는 정보보다 시각자료를 더 신뢰한다. 이때 기대한 맛을 실제 맛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훈련을 많이 받은 와인 전문가일수록 붉은 식용색소를 넣은 화이트와인의 속임수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붉은빛 와인은 어떤 맛이 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입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3  영혼의 무게는 어떻게 잴까? 

 

20세기 초 매사추세츠의 헤이브릴에서 일하던 의사 덩컨 맥두걸은 만일 영혼이 있다면 물질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추론했으며, 만일 물질적인 바탕이 있다면 무게도 있으리라고 생각햇다. 또 만일 무게가 있다면 그것을 측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영혼의 무게를 대체 어떻게 재야 할까?

 

맥두걸 의사는 가장 단순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즉 죽어가는 사람을 저울 위에 올리고 죽기 전후의 무게를 재는 것이었다. 두 측정값 사이에 다른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몸을 떠난 영혼의 무게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실험에 참여한 다른 의사들과 환자 가족들의 허락을 받고 원래 비단의 무게를 재기 위해 설계된 것이지만 새 용도에 맞춰 개량한 저울 위에 죽어가는 한 남자를 침상째 올렸다. 이 저울은 1온스의 10분의 1까지 정확히 잴 수 있는 저울이었다.

 

3시간 40분이 흐른 후 마침내  환자는 숨을 거두었다. 그 순간 맥두걸은 "눈금 막대가 분명한 소리를 내며 아래칸으로 뚝 떨어진 후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줄어든 무게는 0.7온스였다"라고 적었다. 맥두걸은 지극히 과학적인 태도로 이 갑작스럽게 줄어든 무게를 설명할 가능성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일단 내장 속에 있던 대변이나 소변이 배출된 탓은 아니었다. 이런 배설물들은 침상 위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의 피부와 폐에 있던 수분이 증발한 탓도 아니었다.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갔는지 알아보기 위해 맥두걸이 침상에 누워 가능한 한 세차게 숨을 내뿜으며 다른 의사들에게 저울을 보라고 했지만 저울의 막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한 가지였다. 0.7온스는 영혼의 무게임이 틀림없었다.

 

 

다음 몇 달 동안 맥두걸은 다른 환자 5명의 무게를 재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실험을 망친 적도 몇 차례 있었다. 한 번은 그의 연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실험을 중단시키기도 했는데,. 아마 종교집단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은 영혼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 믿음으 대상으로, 과학자가 저울에 올려놓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과학계는 이러한 맥두걸의 실험을 조심스러운 태도로 외면했지만, 대중은 영혼에 무게가 있다는 생각에 늘 솔깃했다. 이 개념은 심지어 영화 제목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숀 펜과 베니치오 댈 토로가 등장하는 [21그램]이 그것이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는 맥두걸이 즉정한 영혼의 무게 0.7온스를 미터법으로 환산해서 21그램이라는 값을 얻었다.

 

이상, 재미있는 심리실험 3가지..인간 헐크, 와인 시음회, 영혼의 무게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