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로 보는 세상

더블유(W) 가오나시가 된 웹툰작가 오성무(김의성)

 

더블유(W) 가오나시가 된 웹툰작가 오성무(김의성)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얼굴 없는 등장인물이 있다. 이름하여 가오나시다. 가오나시, 즉 カオナシ는 일본어로 <얼굴이 없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No Face'라는 의미가 될 것 같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는 자신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존재다. 부모도 모른다. 돌아가야 할 집도 없다. 스스로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자신이 삼킨 청개구리 목소리를 흉내내 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목소리도 없는 가오나시다. 무엇보다도 가엾으면서도 끔찍한 일은, 얼굴 같은 가면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자기 얼굴도 없다.

 

평론가들에 따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가오나시를 통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풍자하고 있다고 한다. 얼굴이 없으니 영혼도 없고, 영혼이 없으니 정체성도 없다는 것이다.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어떤 강한 존재에 의해 꼭두각시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대인들이라는 지적이다.

 

더블유(W) 가오나시가 된 웹툰작가 오성무(김의성)

 

하긴 인간에게 <얼굴>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면 그 말이 맞을 것 같다. 얼굴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얼'은 영혼이라는 뜻이고 '굴'은 통로라는 뜻이니, 얼굴은 곧 우리의 영혼이 드나드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얼굴이 없다면 어디에 영혼을 담을 것이며, 또 어디로 우리의 영혼이 자유자재로 드나들 것인가.

 

얼굴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는 성형한 사람들을 봐도 알 수 있다. 배우나 탤런트 중에는 이따금 성형을 과하게 해서 어느 날 전혀 낯선 얼굴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도무지 매치가 안 되는 어색한 느낌이 꽤 오래 가기도 한다. 그런데 관상을 보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혹 인상이 나빠서 성형을 하는 경우 고운 얼굴로 만들어놨더라도 심성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본디의 고약한 인상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얼굴이 그 사람의 마음이요 정신이요 영혼, 즉 <얼>임을 증명해 준다. 

 

 

냉철한 천재 벤처재벌 강철 이종석과 정 많은 외과의사 오연주 역을 맡은 한효주가 펼치는 로맨틱 서스펜스 드라마 [더블유(W)]에도 얼굴 없는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바로 강철의 가족들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살해한 진범이다.

 

검은 두건을 쓴 채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얼굴을 안 보여주려고 그러는 줄 알았더니, 실은 얼굴이 없는 캐릭터였다. 웹툰작가 오성무(김의성)가 강철의 가족들을 쏘라면 쏘고, 강철을 죽이라고 하면 그를 죽이려고 웹툰 속 세계도 뛰쳐나오는 꼭두각시다. 얼굴이 없으니 영혼도 없고, 영혼이 없으니 자신을 창조해 낸 오성무 작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데 오성무 작가가 강철을 죽이라고 명령해 놓고는 웹툰의 세계를 닫아버리고, 10년이 지나도록 꺼내주지 않고 있다가 이제 아예 끝을 내버리려고 하자 분노한 이 얼굴 없는 진범은 현실세계로 나와 오성무 작가를 향해 "난 지금까지 네 명령을 따랐을 뿐인데, 이제 와서 왜 나를 죽이려는 거냐"며 이제부터는 "네가 내 명령을 따라!"라고 경고한다. 

 

강철처럼 자의식이 생긴 진범은 그대로 손놓고 앉아 있다가는 오성무 작가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자 "잡아 먹히느니 잡아 먹겠다"는 각오로 자신의 창조주인 오작가에게 정면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모니터에 떠오른 진범은 오작가를 향해 “이제야 약속을 지켰네. 이게 내 얼굴이다. 그래 이게 나였어”라며 “내가 바로 너였어. 나한테 아주 잘 어울리는 얼굴이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너도 강철을 죽이고 싶어했잖아. 나와 똑같은 영혼이면서 나를 죽이겠다고!”라며 모니터에서 튀어나와 오성무의 얼굴을 빼앗는다.

 

 

그리고 진범에게 얼굴을 빼앗긴 오성무 작가는 끔찍하고 흉측한 모습으로 영혼마저 잃어버린 듯 진범이 시키는 대로 총을 만들어내라고 하면 총을 만들어주고, 총알을 만들어내라고 하면 총알을 그려낸다. 얼굴이 조금만 달라져도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하는데, 아예 얼굴을 빼앗기고 말았으니 얼굴을 넘겨준 진범의 지시에 꼼짝없이 따라야 하는 꼭두각시가 돼버린 것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그 후 진범은 오성무 작가가 그려준 총과 총알을 가지고 W방송 녹화장에 침입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닥치는 대로 총을 쏜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있을 강철을 향해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10년 넘게 나타나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내 얼굴 어때? 난 맘에 드는데. 자주 보자구”라고 말한다. 앞으로 오성무 작가의 얼굴을 가진 진범 대 강철의 대립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다.  

 

그런데 오성무 작가 역을 맡은 김의성이라는 분은 최근 다른 드라마나 [부산행] 등의 영화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특히 이 드라마 [더블유]에서는 1인 2역을 하는데도 전혀 동일인물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도 이분이 등장하면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이상, 더블유(W) 가오나시가 된 웹툰작가 오성무(김의성)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드라마 [더블유(W)]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