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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조선의 크리스마스와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의 Jingle Bell

 

조선크리스마스와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의 Jingle Bell 

 

 

매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시들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12월 초쯤 되면 간간이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하나씩 둘씩 나타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요즘은 캐롤도 듣기 어렵고 트리도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예전엔 지나칠 만큼 흥청망청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좀 썰렁하기까지 해서 그때가 더 좋았던 것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니까요. 

 

12월 24일, 크리스마스보다 더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역사채널e 조선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엔 1885년 이후부터 해외에서 들어온 선교사들을 통해 크리스마스가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니 그리 짧다고만은 할 수 없는 세월입니다.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돌아보면서 듣기에 어울리는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의 Jingle Bell도 함께 올립니다.    

 

 

조선의 크리스마스와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의 Jingle Bell

 

 

독립신문 1897년 12월 23일자에는 "다음 토요일은 세계 만국이 이 날을 1년 중 제일가는 명절로 여기며 모두 일을 멈추고 온종일 쉰다고 하니, 우리 신문도 그 날은 출근 아니할 터이요. 28일에 다시 출판할 터이니 그리들 아시오"라는 글이 실렸는데, 이 날이란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세대 창립자 언더우드(Horace Horton Underwood)의 아내 L. H. 언더우드는 [상투의 나라]에서 "음력을 쇠던 조선인에게 19세기 후반 양력의 도입과 함께 동지를 대신해 새롭게 등장한 연말연시 풍경이 있었다. 바로 크리스마스 축제였다. 크리스마스 전날, 왕비(명성왕후)는 우리의 성대한 축제와 그 기원, 의미, 그리고 어떻게 거행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크리스마스 직후에 나는 왕실을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했다"고 썼습니다.

 

 

또 1897년 12월 29일자 [대한크리스토인 회보]에는 "저녁 7시에 학생들이 배재학당 회당 앞에 등불 수백 개를 켰는데, 그 중 제일 큰 십자등 한 개를 만들어 금색으로 네 글자를 서서 기쁜 날을 표하니라"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바로 광조동방(光照東邦), "빛이 동쪽 나라에 비치다"라는 뜻을 담은 네 글자였습니다. 음력 4월 초파일 연등을 달던 한국의 전통이 서양의 종교와 만나 만들어진 조선만의 크리스마스 풍경이었던 것입니다. 

 

 

그날 아주 어린 아이들은 석판과 종이껍질이 입혀진 석필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선물봉지를 나눠주었는데, 거기에는 땅콩, 일본사탕, 일본과자 두 개, 오렌지 하나가 들어 있었습니다.

 

 

교회에서는 남녀 소학교 학생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나뭇가지마다 과자봉지를 걸어놓았으며, 예배를 본 후에는 차례대로 나와 선물을 받아갔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라는 낯선 종교를 조선에 소개할 수 있는 최적의 날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1930년대에 모던 열풍이 불면서 크리스마스는 급속하게 변화를 맞는데, 1936년 12월 25일자 조선일보는 "월급쟁이들이 헛바람 내는 한국만의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매일신보에도 "간악한 상인들이 (연말) 보너스 덕분에 조금 무거워진 샐러리맨의 주머니를 노리는 상술로 크리스마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바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무슨 날을 빌미삼아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상술은 다를 바 없었던 모양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제하에 교육사업과 선교활동에 종사했던 윤치호는 "크리스마스가 서울 여성층에 또 하나의 석가탄신일이 되었다. 여성들이 관심을 갖는 건 크리스마스가 쇼핑을 위한 또 하나의 핑계거리이자 기회라는 사실이다"라고 크리스마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서양 종교의 축제일에 아무 상관도 없는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이 들썩이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겠지요.  

 

 

그 후 개신교의 유입과 함께 조선에 소개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연말을 맞아 불야성을 이루는 소비축제로 변모했고 오늘날의 연말연시 풍경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깊어가는 불황 탓인지 올해는 자칫 크리스마스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만큼 침체돼 있는 듯해서 일부러라도 분위기를 좀 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 조선의 크리스마스와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의 Jingle Bell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