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얼굴 선조 이성재와 광해 서인국의 관상 대결
조선의 임금은 반드시 왕의 얼굴을 한 자가 되어야 한다
왕의 얼굴 선조 이성재와 광해 서인국의 관상 대결
KBS 2TV 드라마 왕의 얼굴은 선조 이성재가 세자 광해군 서인국을 역적으로 몰아세우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런 팽팽한 대립을 하게 된 원인은 바로 관상에 있었다.
후궁 출신의 서자였던 선조는 왕위에 오르기 전 조선 최고의 관상가 백경 이순재에게서 "왕이 돼서는 안 될 관상이다. 그 뾰족한 얼굴의 관상으로는 왕이 되면 나라에 큰 환란을 가져올 것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백경의 그 말을 가슴에 꼭 품은 채 스스로 '왕이 되어서는 안 될 관상'이라는 사실을 남모르게 숨겨왔다. 그 후 선조는 왕의 얼굴을 가진 광해를 자신을 위협할 인물로 여기고 아들의 관상을 바꾸기 위해 침을 놓는가 하면 자신의 관상을 보완해 줄 후궁을 찾는 등 갖은 수를 쓰면서 자신의 왕위를 보존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왕의 얼굴 조선의 임금은 반드시 왕의 얼굴을 한 자가 되어야 한다
실록 뒤에 감춰진 선조와 광해의 미스터리를 '관상'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이끌어가는 왕의 얼굴은 역사적 사실에 가상의 스토리를 입힌 팩션이다. 선조의 아들 광해는 왕좌에 대한 불안과 광증을 가진 아버지의 끊임없는 견제와 핍박을 받으면서도 그 숱한 위협을 관상을 이용한 처세술로 극복해 내고 뛰어난 왕으로 우뚝 선다.
명종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하성군(훗날 선조)의 이름이 왕위 물망에 오르자 백경 이순재는 "군주의 상이 아닌 자가 임금이 되면 백성들은 굶주리고 신하들은 제 목소리에만 사로잡혀 온 나라가 도탄에 빠지고 큰 환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조선의 임금은 반드시 왕의 얼굴을 한 자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반대한다.
하성군 같은 상을 가진 자가 왕이 되면 백성들이 큰 환란을 겪는다는 백경을 원망과 분노 어린 눈으로 보고 있는 하성군이다. 선조의 콤플렉스는 이때 한층 더 깊어졌을 듯하다. 그리고 이 콤플렉스가 나중에 어떤 끔찍한 변란을 일으키게 될지 저 눈빛으로 충분히 예측이 된다.
하지만 백경은 목숨을 걸고 "용안비서의 예언이며, 용안비서는 이 나라를 세우신 무학대사께서 조선의 태평성대를 위해 지으신 귀한 관상법 책이니 용안비서를 믿어달라"는 충언을 멈추지 않는다.
"용상을 탐하지 말라, 절대로 왕이 되어서는 안 될 관상이며, 왕이 되면 이 나라는 큰 환란을 맞을 것이라는 백경의 말에 싸늘한 미소를 짓는 하성군, 즉 선조다.
그 후 왕위에 오른 선조는 자신이 군주의 상이 아니라는 백경의 말 때문에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고, 왕의 관상에 대한 비책이 담긴 용안비서가 사람들에게 알려질까봐 전전긍긍한다.
선조 22년, 역병이 돌고, 백성들이 굶어죽어 가고 있는 마을을 선조가 방문한다.
선조는 자신을 붙잡고 살려달라는 병자들의 손을 어루만지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걱정 말거라 내 반드시 너를 살릴 것이다. 나의 백성들을 이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라며 다독인다. 그리고 함께 나온 대신을 향해 "역병에 굶주림이라니! 당장 왕실의 내탕금을 열어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게 하라!"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이어서 선조는 땅에 엎드려 절하는 백성들에게 "내 당장 기우제를 지내 이곳에 비를 내리게 할 것이다. 내 결코 너희들의 고통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한껏 인자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잠시 나약하고 비열한 왕의 대명사로 알려진 선조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나 하고 착각한 순간 놀라운 반전이 이루어진다.
백성들을 뒤로 하고 조금 나아간 선조는 곧 뱀처럼 차갑고 싸늘한 표정으로 "임금에게 예를 갖추지 못한 자들은 은밀히 그 죗값을 묻거라"고 부하에게 지시하는 철저하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반듯하고 성실하고 착해보이기까지 하는 이성재이지만 의외로 비열하고 매몰찬 싸이코패스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연기도 은근히 어울린다.
궁으로 돌아가면서 선조는 자신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백경을 처단하던 옛 기억을 떠올린다.
죽음을 불사하고 "왕의 상정(이마)은 하늘이요 왕의 하정(코끝부터 턱까지) 백성입니다. 왕의 하정이 덕이 담겨 있어야 백성들이 곤궁치 않는 법입니다. 전하의 그 뾰족한 턱이 백성들의 심신을 마음 갈고 닦기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던 백경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선조는 무어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백경이 말했던 그 뾰족한 자신의 턱을 어루만져 본다.
한편 세자 광해는 연유도 모른 채 얼굴에 침을 맞으면서도 희희낙락이다.
관상학 교수 고산 이기영이 선조의 명을 받고 광해에게 침을 놓아주고 있는 참이다.
선조는 고산에게 성군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한 관상을 보완해 줄 후궁이 필요하니 찾아서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뿐만 아니라 "한 하늘에 두 마리의 용은 용납할 수 없는 법이니 얼굴에 침을 놓고 부황을 뜨는 한이 있더라도 그 아이의 얼굴을 바꿔놓으라"고 지시해 둔 선조다.
뭔가 낌새가 이상한 것을 알아챈 광해는 한밤중에 몰래 서고로 들어가 관상에 관한 책을 살펴본다.
그 책에는 "노복궁, 이곳이 두툼하고 둥그스름하면 좌우관골과 균형을 이루며 통솔력이 뛰어나고 신망을 얻게 된다. 복덕궁, 이곳이 맑고 두툼하면 선천적으로 만복을 타고난 상이다"라고 씌어 있다.
책을 읽어나가던 광해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고산이 내 얼굴의 길상을 흉상으로 바꾸고 있다"며 황망해한다. 하지만 광해는 선조의 이런 뜻을 알면서도 일단은 모르는 척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후 광해는 어느 날 밤 용안비서를 훔치러 궁으로 들어온 침입자들에게서 별 다섯 개가 그려진 표식을 발견하고 남몰래 그 표식의 정체를 파헤쳐나가기 시작한다.
일본의 침략을 내다보지도 못했고, 임지왜란 중에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고, 전란 뒤에도 제대로 난국을 수습하지 못한 비열하고 무능하기 작이 없는 왕으로 역사에 기억되고 있는 선조와 의병을 모아 왜군을 막고 민심을 수습하는 활약을 펼쳤던 광해의 모습을 이성재와 서인국이 얼마나 멋진 연기대결을 통해 보여줄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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