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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의 화장실 트라우마 가정폭력이 새겨놓은 안타깝고도 슬픈 상처/방어기제

 

노희경 작가의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5회와 6회에서는 조인성(장재열)이 

내면아이 문제에 이어 화장실에 관련된 라우마를 갖게 된 계기를 다루었습니다.

재열이 화장실 트라우마를 갖게 된  원인은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있었습니다.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의붓아버지를 피해 달아나다가 어느 날 가까스로 몸을 숨긴 곳이

바로 동네 산 밑에 있는 공중변소였고, 그 때문에 남들은 코를 쥐고 멀찍이 피해가는 

변소(화장실)가 그에게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된 안타까운 사연이 밝혀진 것입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의미하는 트라우마마음에 새겨진 정신적 상처를 말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모두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심리학에서 트라우마는 지속적이고 항구적으로 마음속 깊이 새겨진 상처를 말합니다.

이렇게 피해자의 기억 속에 깊게 새겨진 트라우마는 유령처럼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

어디든 따라다니며, 매일, 혹은 하루에도 몇십 번씩 그때의 생생한 감정에 휩싸이는

고통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성인기에 겪은 트라우마보다는 어린시절에 겪은

트라우마의 경험이 그 사람의 삶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마음에 생긴 장애와 흠집은 육체의 상처와도 같다.

상처를 치료하려고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흉터는 영원히 남는다."

-라 로슈푸코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의 어깨에 있는 상처. 해수가 "이 상처는 뭔데 안 꿰맸느냐"고 묻지만

재열은 그 물음에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노희경 작가는 이 상처에도 의미깊은 복선을 깔아놓은 듯하다. 

 

 

오늘 포스팅은  재열이 화장실 트라우마를 갖게 된 과정에 관한 내용입니다. 

노희경 작가가 그 동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다룬 이광수(박수광)의 투렛증후군,

이엘(세라)의 트랜스젠더 문제조인성의 내면아이 문제, 공효진(지해수)이 근무하는

병동에 입원한 백승도(환희)와 강박장애 환자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괜찮아 사랑이야 엄마가 떠날까봐 두려웠던 환희(백승도)와 강박장애 환자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의 상처입은 내면아이와 [내면아이 치유하기 7단계]

[괜찮아 사랑이야] 가족이란 무엇인가 / 트랜스젠더 이엘과 투렛증후군 이광수

[괜찮아 사랑이야] 투렛증후군으로 욕설을 내뱉고 왕따를 당하는 이광수

 

 

 

 

공효진(지해수)과 조인성(장재열)은 친구 윤철(이동하)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시골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재열이 보이지 않자 해수는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다가

화장실에서 잠들어 있는 재열을 발견한다. 재열은 악몽이라도 꾸는 듯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잠에서 깨어나다가 화장실문 앞에서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해수와 눈이 마주친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재열과 함께 자동차에 오른 해수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딴청을 피우자

재열은 자신이 화장실에서 잠들어 있는 것 보고 놀랐을 텐데 왜  아무 말도 안 물어보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해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가 아는 강박증 환자는 개집에서도 잔다"며 웃어넘긴다.  

 

 

 

 

돌아가던 중 어느 경치좋은 곳에서 내린 두 사람은 계곡을 향해 걸어가고,  

재열은 해수에게 “15살 때부터 형이랑 의붓아버지가 뻑하면 나를 때렸다”며 말문을 연다.

그리고 "그때 나는 순둥이였는데, 의붓아버지는 그냥 내가 미워서 패고,

형은 의붓아버지에게 맞는 내가 등신 같아서 팼다"는 가슴아픈 고백을 담담한 표정으로 털어놓는다.

 

 

 

 

어느 날, 그는 의붓아버지가 도박을 한다고 돈을 달라는데, 학교 등록금이라 줄 수가 없어서

죽어라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만히 있다가는 또 맞을 게 뻔하니 집 밖으로

달려나왔지만, 조그만 시골 동네인지라 악착같이 돈을 뺏겠다고 뒤쫓아오는 

의붓아버지를 피해 도망갈 데도 없고 또 숨을 만한 곳도 없었다. 

 

 

 

 

그렇게 죽어라 도망을 치던 재열의 눈에 동네 산 밑에 있는 변소가 들어왔고, 그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안에 숨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아예 그 더러운 곳으로 풍덩 빠져들어갔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에게는 화장실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게다가 그 이후엔 방에서  잔 적이 없으며, 지금도 자기 방에 놓인 침대는 속임수라는 거였다.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는 이른바 트라우마, 마음의 상처가 깊은 흔적을 남겨버린 것이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재열은 해수에게 "나 큰 병이야?"라고 묻는다.

그러자 해수는 웃으며 "내 병이 큰 병이지.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랑 잠자리가 안 되는데"라며

재열에게 많이 불편하면 약을 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열은 "그냥 살래. 악몽을 꾸긴 하지만

아주 못 자는 건 아니고, 약을 먹으면 글 쓸 때 지장이 있다고 어떤 의사가 그러더라고" 하며 거절한다.

 

 

 

 

해수는 인구의 80%가 뉴로시스, 신경증, 즉 간단한 신경증은 누구나 가지고 사니까 

그냥 살라며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글보다 편안한 잠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약도 먹고 상담도 받으라고 덧붙인다.

 

엄마의 불륜을 목격한 후 갖게 된 해수의 성적 트라우마와 가정폭력의 희생양인 재열의 트라우마가

모두 가정에서, 특히 부모로 인한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야 할 가정과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식들의 성장을 도와야 하는 부모가 오히려 평생에 지울 길 없는 마음의 상처를

이 두 사람에게 새겨놓은 것이다.

 

 

 

 

 

그 후  재열은 디오(한강우)를 집에 데려다주다가 강우의 엄마를 때리고 있는 강우의 아버지를 보게 된다.

재열은 강우에게 어서 엄마를 데리고 도망치라고 소리치고는 

대신 강우의 아버지와 맞서싸우면서 어린시절 의붓아버지에게 맞던 기억을 떠올린다.

재열의 몸은 곧 상처투성이가 된다. 강우는 재열의 내면아이, 강우도 강우의 아버지도 

실존하지 존재이건만, 어찌된 까닭인지 재열은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재열이 자해까지 하는 게 아닌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집으로 돌아온 재열이 상처투성이가 된 모습을 보고 해수는 크게 놀란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간 재열을 뒤따라간 해수는 문을 두드리고, 곧 구급상자를 가지고 들어간다.

 

 

 

 

상처를 치료해 주는 해수의 따스한 손길에 마음의 문을 연 재열은 "아는 애가 아버지한테 맞았어.

강우라고 내가 이뻐하는 놈인데. 아버지한테 맞는걸 보고 참을 수 없었어"라고 말한다.

해수가 "남의 가정사에 왜 끼어들었어?"라고 묻자 재열은 "내가, 엄마가 의붓아버지한테 맞을 때도

남들은 그랬어. 남의 가정사니까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어. 그래서 결국 우리집은 세상이

시끄럽게 큰일이 났지"라고 대답한다. (아직 살인사건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의혹이 남아 있다.) 

 

 

 

 

잠시 후 재열은 화장실 안에 쳐진 커튼을 활짝 열어서 해수에게 침대 대신 욕조에 이부자리가

펼쳐져 있는 자신의 진짜 침실을 보여준다. 좀 놀란 해수가 난처한 표정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재열은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이 낙타 그림이 뭔지 알아. 사막의 유목민들은 밤에 낙타를 이렇게 나무에 묶어두지.

그런데 아침에 끈을 풀어주어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나무에 끈이 묶인 채였던 밤을 기억하거든. 우리가 지난 상처를 기억하듯이 말이야. 

과거의 상처가, 트라우마가 현재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거지.

나는 화장실 넌 불안증"라고 말하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해수에게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다.

 

 

 

 

해수가 돌아간 후 재열은 욕조, 즉 자신의 침대로 들어가 눕는다. 

좀 놀랍고 충격적인 장면이지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저렇듯 비좁은 화장실 욕조에서야

비로소 안도하며 잠을 청할 수밖에 없는 그 상처가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한편 괜찮아 사랑이야 제작진은 “장면 하나하나 정성들여서 만들고 있다. 재열의 트라우마가

밝혀졌지만, 아직 화장실에서 보여줄 것들이 많다. 그래서 화장실 안 소품 하나하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보면 볼수록 더 궁금하고 또 그만큼 속시원하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재열은 방어기제 중 <퇴행>, 그리고 <분노의 자기애로의 전향>이

약간 나타나는 것 같다. 방어기제란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의식이나 행위를 말하는데, 

억압, 부인, 반동형성, 합리화, 퇴행, 전치, 승화, 분노의 자기애로의 전향 등이 있다.


 

 

억압 고통이나 불쾌감, 욕구를 무의식적으로 억압하는 것을 말한다. 심한 경우 고통스러운 약속이나

사건을 잊어버리거나 참석하기 싫은 모임에 지각하는 것을 통해 나타난다.

 

부인 자신을 속이는시도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끝까지 인정하려고 하지 않으며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거나 배신했을 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반동형성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반대의 행동이나 태도를 취한다. 속으로는 좋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거나 시비를 건다.

 

합리화  방어기제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현실에 더 이상 실망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정당화할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낸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신포도 이야기가 좋은 예다.

 

퇴행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불안을 줄이기 위해 어릴때 행동했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동생이 생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아기 짓을 하거나

성인의 경우 누구가로부터 비난을 받으면 몹시 침울해져서 혼자만의 공간에 틀어박힌다.

 

전치 다른 사람에게 향해야 할 감정을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퍼붓는 것을 말한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이 좋은 예이며, 

대부분 별로 되갚을 힘도 없는 약자에게 쏟아부어진다. 

익명성이 유지되는 도로에서 난폭운전을 하거나 부부싸움 후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풀이를 하거나,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 돌아와 아내나 자녀에게 푼다. 


승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적인 혹은 폭력적 충동을 다른 대상과 표현방법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공격적 에너지를 학문에 쏟아부어 성과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승화가 모든 예술과 문화를 가능하게 했던 심리기제라고 한다.

 

분노의 자기애로의 전향 자기 안에 있는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퍼붓는 것이

위험하고 허락도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분노를 스스로에게 돌려 보복하면서

자기를 파괴해 나간다. 헛되게 시간과 자신의 재능, 기회를 허비하고 게으름과 방탕으로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가며, 끝내는 자신을 없애려는 자살시도를 하기도 한다.

 

▶ 참조도서 가족의 두 얼굴(최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