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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엄마가 떠날까봐 두려웠던 환희(백승도)와 강박장애 환자

 

조인성, 공효진 주연의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내면의 심리싸움을 다루는 

추리작가 조인성(장재열)과 역시 내면의 심리치유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 공효진(지해수)이 서로의 상처를

헤집고 싸우고 화내고 울고 웃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면서 마침내 저마다의 내면에

뿌리내린 아픔을 딛고 사랑을 키워가는 로맨틱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오늘 포스팅은 이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해수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 중 본드흡입을 하다가 병원에 실려온 후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특이하게도 매일 성기만

그리고 있는 환희(백승도)와 하루에 세수를 서른 번도 더 하는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 환자

관한 이야기입니다.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장재열)과 공효진(지해수)

 

 

노희경 작가가 쓴 이 흥미로운 드라마의 또 하나의 묘미는 이렇듯 기본 줄거리는

재열과 해수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깨알 같은 흥미를 돋구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광수(박수광)의 투렛증후군이 그렇고, 이엘(세라)의 트랜스젠더 문제, 재열이 겪고 있는

내면아이 문제며 해수가 어린시절 엄마가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통해서도 이 드라마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갖가지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를 짚어보면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 중 본드흡입을 하다가 병원에 실려온 후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특이하게도 매일 성기만 그리고 있는 환희(백승도)와 하루에 세수를

서른 번도 더 하는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다른 포스팅을 보시려면 다음 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괜찮아 사랑이야] 투렛증후군으로 욕설을 내뱉고 왕따를 당하는 이광수

[괜찮아 사랑이야] 가족이란 무엇인가 / 트랜스젠더 이엘과 투렛증후군 이광수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의 상처입은 내면아이와 [내면아이 치유하기 7단계]

 

 

괜찮아 사랑이야  매일 성기를 그리는 일에만 집착하는 환희 

 

 

먼저 본드를 흡입하다가 학교 운동장에서 기절을 해서 응급실로 실려온 남학생이다.
처음에 해수는 그 아이에게 정신과 상담이 뭐 필요하냐, 훈계나 해서 보내면 되는 게 아니냐고

대수롭게 말하지만, 문제는 그 아이가 하루 종일 스케치북을 들고 앉아서 간호사며 의사며

가릴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그 사람의 성기를 그린다는 것이었다.

오른쪽 이미지는 그 아이가 그린 그림 증 하나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스케치북을 뺏으면 금세 우울해지고 밤에 잠도 못 잔다고 한다.

 

 

 


착하디착한 엄마는 아들이 왜 그러는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울기만 한다.

 

며칠 후, 역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 아이와 마주친 해수가 

“니네 엄마 불쌍하지도 않니? 혼자 청소해서 번 돈 다 네 병원비로 들어가는데?“ 하고 말하자

그애는 노여운 얼굴로 “그건 엄마 사정이죠!”라고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벌떡 일어나 가버린다.

 

 

 

 

그 후 어느 날, 해수는 홈메이트가 된 재열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자기 친구 이야기인 척하고

성기만 그리고 있는 그 남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재열은 "그게 뭐 어때서?“ 하고 되묻고 해수가 이상한 거 아니냐고 거듭 말하자

"성기를 그리는 게 뭐가 나빠? 그냥 그림일 뿐인데. 안창호 화가 그림 본 적 있나?

성기를 아주 디테일하게 그리는 사람이다. 인터넷 검색해 봐“라고 말한다.

 

그 말에 해수는 마치 큰 해답이라도 얻은 듯

"그래 안 나쁘지. 그게 뭐가 나빠. 사람을 죽인 것도,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그림일 뿐인데"라며

"심리적 배경은 이래. 나이는 어리고, 남녀관계는 없고, 홀엄마인데 엄마는 굉장히 착해.

자식에 대한 애정도 많고. 그리고 성실하고 전혀 누구에게 상처주고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덧붙인다.

그러자 재열은 "성실하고 착한 사람은 자식한테 상처 안 줘? 천사 같은 우리 엄마도 가끔

나한테 상처 주는데" 라고 잘라말한다.

 

뭔가 좋은 실마리를 얻은 듯한 해수는 곧바로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희와 상담약속시간을 잡아달라고 말한다.

환희는 그 남학생의 이름이다. 그때까지 성기 그리는 환자로 불렸던 그 아이가 

이제 환희라는 자신의 이름을 온전하게 찾게 된 순간이다.

 

 

 

 

환희를 만난 해수는 그가 그린 그림을 진지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서

"자세히 보니까 너 그림 잘 그린다. 화가 해도 되겠다"라고 말하고,

환희는 놀란 표정으로 해수의 말이 진심에서 나오는 것인지 살피는 듯한 눈빛으로 해수를 본다.

잠시 후 일어나서 가려던 해수는 환희를 향해 말한다.

“참 사과할게. 며칠 전에 니 엄마 사정만 이해한다고 말해서. 네 사정도 있을 텐데.
그림 못 그리면 잠도 잘 못 자고 불안하고 너도 힘들었을 건데, 미안해.“

 

이어서 자신을 이해해 주는 따뜻한 말에 눈빛이 흔들리는 환희에게 해수는 본드 흡입은 왜 한 거냐고 묻는다

그러자 놀랍게도 환희의 입에서는 “그래야 그림을 안 그리니까”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리고 "성기 그림 그리는 게 뭐가 나빠. 그냥 그림인데“하고 말하자 그는 “엄마가 우니까요”라고 대답한다.

그때까지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만 보였던 환희는 마음속에서 이렇듯 자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엄마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 나름대로 그 일을 그만둘 방법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 방법이 본드흡입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해결책이긴 했지만 말이다.

 

 

 

 

해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된 계기가 뭐냐고 묻자 환희는 "울엄마 나쁜 사람 아니에요"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착한 사람도 상처 줄 수 있다는 해수의 말에 환희는 "엄마가 애인이랑 자는 것 봤다"고 대답하며 울먹인다.

 

10살 때 엄마가 아버지가 아닌 다른 아저씨와 키스하는 것을 본 트라우마로 성 자체를 거부하는

불안증을 갖게 된 해수와 환희는 같은 아픔을 겪고 있었던 셈이다.

그 아픔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기에 다정한 목소리로 “많이 놀랐겠구나”하고 다독이는 해수에게

환희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까봐 두려웠다고 고백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드디어 환희가 퇴원하는 날이다. 아들을 데리러 온 엄마는 눈물을 흘리면서 

모든 게 자기 탓이었음을 인정하고, 환희가 성인이 되어서 여자를 못 만나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그런 엄마에게 해수는 지금은 환희가 힘들다는 것만 이해해 주면 된다고 격려하면서

병원에서 나가도 상담치료 꾸준히 받으러 다니게 하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인턴들이 나 못 고친대요" 하고 실망한 목소리로 말하는 환희에게 해수는 

"의지만 있으면 치료 가능성 백 프로야. 넌 아직 어리고, 시간도 많고, 무엇보다도 의지가 있는데

뭐가 문제야. 게다가 나같이 너를 이해해 주는 의사도 있고"라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심리학자 에릭슨은 어린시절에 사람의 마음속에 믿음이라는 감정이 충분히 형성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아기게 충분히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다정하고 주의깊게 살펴주는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충분히 사랑을 받아야만 아이는 세상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자기 자신에게도 신뢰감이 생겨 개방적이고 스스럼없는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관심, 인정을 받지 못하며 자기비하와 자학을 하고,

나아가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는 폐쇄적이 삶을 살게 되고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엄마가 다른 남자와 자는 것을 본 환희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진전한 애정의 결핍으로 이상행동을 나타냈지만, 해수가 믿어주고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고

그대로 바라봐주자 여느 평범한 아이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되었다.

괜찮아 사랑이야가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치유법이었던 셈이다.

 

 

찮아 사랑이야 하루에 서른 번도 넘게 세수를 하는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 환자

 

 

두번째 이야기는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 환자의 이야기다. 상담치료를 받으러 온 그는

해수 앞에 앉자마자 흰색 장갑을 낀 손으로 연방 자기 쪽 책상을 문질러 닦는다.

 

 

 

 

그리고는 장갑을 벗어서 반듯하게 펼치더니 행여 다른 부분에 손가락이 닿을세라 잔뜩 조심하면서

손가락을 구부려 흰 장갑 위에 손을 얹는다. 

 

 

 

 

해수는 "처방이 클로미프라민(강박장애치료제, 항우울제의 일종)이 잘 듣는 것 같던데
아직도 세수가 서른 번이면 좀 많네" 하며 그의 손을 슬그머니 잡는다.
그는 그래도 많이 줄었다고 대답하다 말고 해수의 손이 자기 손에 닿은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 손을 뺀다.

 

  

 

 

해수는 "자, 그러면 오늘은 좀더 강력한 행동치료를 한 번 해볼까요"라며 휴지통을 집어들더니
책상 위에 쏟아붓고는 그에게 제일 깨끗한 것으로 골라줄 테니 집으라고 말한다.
그는 책상 위에 쏟아놓은 쓰레기들을 보자 기겁을 한 표정으로 "병에 걸릴 것 같다"며 진땀을 흘리고,
해수는 병 걸리면 내가 고쳐줄 테니 염려 말고 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거나 집어보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4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이렇게 더러운 것은 만져본 적이 없다"고
도리질을 치고, 해수는 만지는 건 한순간이라면서 남자의 손을 잡아끌어와 억지로 쓰레기를 집게 한다.
그리고는 몸서리를 치는 남자의 손을 꽉 붙잡아 누른 채 하나, 둘, 셋 하고 숫자를 센다.

 

드라마상에서는 이 남자환자가 강박장애를 앓게 된 이유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20-30대들에게서 급증하고 있는 강박장애는 보통 오염에 대한 불안감, 먼지나 세균에 대한
염려를 떨쳐버리기 위해 지나칠 만큼 손을 씻거나, 오랜 시간 샤워를 하거나,
끊임없이 집안청소를 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그 외에도 나타나는 행동은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늘 걱정이 끊이질 않고,

문이나 가스렌지를 잠갔는지 거듭 확인하고, 물건이 제리에 놓여 있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완벽주의적 성향이다. 또 쓸모없거나 낡은 물건들을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것도 강박장애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러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감소시키는 행동치료 중 가장 효과적이고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노출법반응방지법인데, 노출법은 두려움의 대상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반응방지법은 강박행동을 참게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두려워하는 상황이나 자극에 노출되게 하고,

그 자극으로 인해 나타나는 강박행동을 억누르는 치료법이다. 지금 해수가 저 남자 환자에게

실행하고 있는 강력한 행동치료가 바로 이것이다.

 

이 남자환자 역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계속된다면 지금 보이고 있는

이상행동도 잘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문제가 사랑에서 시작되어 사랑으로 끝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