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스팅은 연암 박지원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저서 [열하일기]에는 그가 요동강을 아홉 번 건너면서 느꼈던
깨달음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살아가면서 어려운 곤경에 처했다 하더라도
실패를 각오한다면 조금도 두려워할 게 없다는 깨달음입니다.
눈과 귀를 막고서라도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필요한 난관에 처했을 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연암 박지원/연암 박지원의 깨달음
그 넓은 대하는 시뻘건 물결이 산같이 일어나서 마주보이는 언덕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침 천 리 밖 상류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하류인 그 강의 흐름은 더욱 거대했다.
강을 건너면서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젖히고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박지원은 그들이 모두 하늘을 향해 묵도를 올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들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었던 것은
어마어마한 강의 흐름이 무서워 강물을 보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강과 거세게 흐르는 물줄기를 보면
현기증이 일어 강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듯 위협적인 강을 건너면서도 강물 소리는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마 요동의 들판이 평평하고 광대해서 강물 소리를 삼켜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그 후 어느 날 박지원은 밤에 강을 건너게 된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함께 강을 건너던 사람들이 거대한 강물 소리에 벌벌 떨기 시작했다.
낮에는 들리지 않았던 강물 소리가 밤에는 왜 그리 크게 울리는지,
사람들은 낮의 거대한 물결에서 느꼈던 두려움과는 또 다른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보면서 박지원은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아, 사람의 두려움은 눈과 귀에서 오는 것이구나.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병이 깊어지는구나.
마음을 그윽하게 갖는다면 눈과 귀가 피해를 주지 않겠구나.“
그리고 다시 얼마 후 강을 건널 때, 박지원의 수레를 끌던 마부가 다쳤다.
그래서 그는 마부를 뒤에 태우고, 말 위에 다리를 꽉 붙이고 앉아 강을 건넜다.
말에서 일단 떨어지기만 하면 강물 속으로 곤두박질칠 게 뻔했다.
그때 박지원은 이렇게 생각했다.
“설령 빠진다 하더라도 강물로 땅을 삼고,
강물로 몸을 삼고,
강물로 성품을 삼으리라.“
이렇게 마음을 굳게 다잡고 떨어질 위험을 각오한 순간
그의 눈에는 더 이상 거대한 강의 흐름이 보이지 않았고
그의 귀에는 더 이상 강물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먹으니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는데도
전혀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고 마치 의자 위에 편안히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강을 건너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험난하고 위태로운 일이다.
하지만 박지원이 요동강을 건너면서 깨달음을 얻었듯이,
우리도 위험한 세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지원이 강에 빠질 것을 각오하자 그의 눈에는 거친 물결도 보이지 않았고,
그의 귀에는 온몸을 죄어붙일 듯 무서운 강물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도 살아가면서 실패할 것을 각오한다면, 더 이상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바다보다 더 장대한 것은 하늘이고,
하늘보다 더 장대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하늘보다 장대한 마음을 가진 우리는 어떤 곤경에 처하든 헤쳐나갈 각오만 굳게 다진다면
아무 쓸모 없는 두려움과 불안에서 자신을 소중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말처럼 보고듣는 것은 곧잘 병이 된다.
몸을 다치거나 병이 나면 치료하면 된다.
그러나 마음에 든 병은 어떤 것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 참조도서 <마음을 다스리면 희망이 보인다>(권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