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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으로 보는 세상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의 여유 /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

 

스페인 출신의 위대한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습하며 자기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일화로 유명합니다.

만년의 카잘스에게 한 기자가 “선생님의 연주는 이미 완벽한데, 왜 힘들게 계속 연습을 하시지요?”

하고 묻자 카잘스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연습을 하고 나면 내 실력이 조금 더 나아졌다는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는 재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고,

적성도 맞지 않는 첼로리스트였다.

하지만 매일 24시간씩 온 마음으로 첼로 연습을 했고,

사람들은 나를 첼로의 거장이라고 말했다.

나는 숨이 다하는 날까지 첼로를 켤 것이다.

 

-파블로 카잘스

 

 

 

이렇듯 연습에 또 연습을 거듭하는 카잘스였지만, 언젠가 스키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팔을 6주간이나 깁스를 하고 있어야 하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카잘스에게 그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6주 동안이나 깁스를 하고 있어야 한다면

모든 스케줄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차질이 생길 게 뻔했으니까요.

그 때문에 그는 좌절과 불안, 황당, 우울, 공포 등이 마구 뒤섞인 혼란에 빠져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그 사고가 몰고 올 파급효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예정된 연주회를 취소하고 스케줄을 다시 짰으며, 

정형외과 의사와도 시간 약속을 잡았습니다.
또 대리인을 불러 연주계약서를 다시 작성했고, 회복 후에 시행할 재활훈련 일정도 잡았지요.

그리고 나서는 카잘스는 팬들에게 그 뉴스를 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회견장에 나온 기자들은 카잘스가 몹시도 우울한 얼굴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이 왜 그리 기분이 좋으시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제 당분간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으니까요.“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 몰고 온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어차피 발생한 일에서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택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즉 그는 자신에게 닥친 불상사를 불운이라기보다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이유를 가져다준 행운으로 생각한 겁니다.

 

“자, 이제 앞으로 6개월동안 연주회 대신 무엇을 할까?”

이제 그는 타히티로 휴가를 떠날 수도 있고, 카지노에서 한 팔로 게임을 할 수도 있으며,
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한가롭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카잘스는 이미 벌어진 상황을 최대한 여유롭게 활용하려 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이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엎어지기 전에 미리 쉬어가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파블로 카잘스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1961년 그가 백악관에서 연주했던 인류 평화의 염원이 담긴 <새의 노래>도 함께 올립니다.

 

그가 태어난 스페인 카탈루냐는 당시 내전과 독재정권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억압당하고 잔혹한 학살에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고향을 떠나 망명길에 올랐고, 그 후 그는 연주회 때마다

고향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에는 언제나 카탈루냐의 민속음악인

이 <새의 노래>(El cant dels ocells, The Song of the Birds)를 연주했다고 합니다.

 

 

파블로 카잘스, El cant dels ocells(The Song of the Birds)

 

 

'제 고향 카탈루냐의 새들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면
'Peace, Peace" 하고 노래합니다.

 

-파블로 카잘스

 

 

노(老)첼리스트의 뒷모습/요세프 카쉬

 

 

그리고 위 사진은 유명한 사진작가 카쉬가 프랑스의 소도시 프라드의

한 성당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카잘스의 모습을 찍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 사진에도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보스턴에서 카쉬전(展)이 열리고 있을 때

어느 노신사가 매일 찾아와 이 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돌아가곤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 큐레이터가 노신사에게 다가가서 왜 늘 이 사진 앞에 서 있냐고 묻자

그는 “쉿. 조용히 하게.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월요일 아침, 차분한 첼로 연주와 함께 

여유로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