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로 보는 세상

이영애 유재명 [나를 찾아줘]/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나를 찾아줘]

이영애 유재명 [나를 찾아줘]/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의 영화가 두 편 있습니다. 하나는 2014년에 개봉된 외화이고 또 하나는 올 12월에 개봉된 우리나라 영화입니다. 

 

제목은 같지만 스토리는 다릅니다. 외화는 아내의 실종사건을 다룬 이야기이고 우리나라 영화는 엄마가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헤매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나를 찾아줘]는 Bring Me Home이라는 부제를 쓰고 있고, 외화 [나를 찾아줘]의 원제는 Gone Girl입니다. 

 

이영애, 유재명 주연의 [나를 찾아줘]와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주연의 [나를 찾아줘]의 간단한 줄거리 소개와 리뷰입니다. 한 사람이 실종된 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영애 유재명 [나를 찾아줘]/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2019년) 김승우 감독 /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 숱하게 반복되던 거짓 제보와 달리 생김새부터 흉터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낯선 이의 이야기에 그녀는 지체없이 홀로 낯선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자신의 등장을 경계하는 듯한 경찰 홍경장(유재명)과 비슷한 아이를 본 적도 없다는 마을사람들. 그들이 뭔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이영애 유재명 [나를 찾아줘]/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나를 찾아줘]

 

"산 사람은 살아야지"란 말이 본디 뼈아픈 말인 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잔인하게까지 들릴 줄이야.

 

인간의 야만성이 처절하게 펼쳐진다. 남도 아닌 혈연관계임에도 잃어버린 아이의 정보를 팔아넘기며 가족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경찰이라는 홍경장(유재명)은 인두겁을 쓴 악마나 다름없고, 사람좋아 보이는 순경은 좋아보이다 못해 무능해 보인다.

 

너나할 것 없이 제 생각, 제 이익을 취하기에만 혈안이 된 인간들. 내 아들은 곧죽어도 대학 공부까지 시키겠다면서 다른 집 아이는 죽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라는 철면피함. 

 

그런 악머구리 같은 인간들과 홀로 맞서싸워야 하는 정연(이영애)이다. 남편마저 어처구니없게 죽어버려, 그녀 곁에 함께 해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너무 가슴아팠다. 그럼에도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사력을 다해 강해져야만 하는 상황도 너무 안타깝고.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이영애, 무척 반가웠다. 절제된 연기로 좋은 작품을 만드느라 많이 힘들었을 듯. 화장기 없는 얼굴에 초췌하고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도 빛나는 그녀. 나이를 먹은 만큼 성숙하고 더 연륜이 깊어진 듯한 그녀다.

 

유재명도 악역을 잘해 낸 듯하다. 내게 칼이나 총이 있다면, 그게 안 되면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악마 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쓰레기 중의 쓰레기는 정연의 시동생 아닐까? 나약함과 위선에 찌든 인물. 언제든 살그머니 다가와 뒤통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는 인간이다. 이런 자와는 무관하게 살아가는 것이 복이리라.  

 

김승우 감독의 첫 장편영화라고 하는데, 러닝타임도 적당하고 불필요한 말이나 장면도 없이 깔끔한 연출이 돋보인다. 최근 개봉영화 중 조진웅 주연의 [블랙머니]에 이은 수작이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얼마나 자기 밑바닥을 보여주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이라 해도 좋고. 

 

 

나를 찾아줘(2014년) 데이빗 핀처 감독 /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완벽한 커플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그런데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실종된다. 어린시절 어린이 동화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여주인공이었던  유명인사 아내가 사라지자 세상은 그녀의 실종사건으로 떠들썩해진다. 
 
한편 경찰은 에이미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숨겨뒀던 편지와 함께  곳곳에서 드러나는 단서들로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미디어들은 살인 용의자인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의 관심이 그에게 더욱 집중된다.  

 

 

어메이징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다! 연극성 인격장애와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합쳐지면 이런 어메이징한 여자가 탄생할까? 단, 경이롭다는 의미의 어메이징은 아니다. 오히려 경악할 수준이니까.

 

거미줄에 걸린 곤충들처럼 일단 에이미의 손에 걸려들면 그녀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세상이 코앞이다. 결혼해서 부부로 살다가 마음이 맞지 않으면 헤어지면 그만이지, 에이미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닉(벤 애플렉)은 좋은 남편은 아니다. 아니, 나쁜 남자다. 아내가 실종됐는데도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어찌 나쁜 남자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에이미가 파놓은 함정에서 파닥거리며(?) 살아오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파닥거리며 그녀와 함께할 그를 생각하니 딱하기 짝이 없다. 인과응보, 자신의 업보이긴 할지라도 말이다.  

 

 

편향적으로 몰아가는 언론과 그에 따라 죽 끓듯 들고 일어나는 사람들도 문제다. 어제까지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던 그 입으로 오늘은 다른 말을 하려면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을까? 그런 비난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군중심리가 그걸 방해한다.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반토막처럼 느끼게 만드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연출력이 경탄스럽다. 그리고 일상의 매 순간 매 순간을 가증스러운 연기로 채워나가는 교활한 에이미 역을 해낸 로자먼드 파이크, 진짜 어메이징하다. 이번엔 경악이 아니라 경이로운 의미의 어메이징이다. 나쁜 남자 닉 역의 벤 애플렉도 불쌍한 마음이 들게 만들었으니 멋진 연기를 펼쳤다고 봐야겠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이니, 이왕이면 해보고 후회하자는 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쏙 들어갈 것 같다.ㅋ 

 

이상, 이영애 유재명 [나를 찾아줘]/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나를 찾아줘]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