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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아이리시맨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애드 아스트라

아이리시맨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애드 아스트라 

 

외화 [아이리시맨]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그리고 [애드 아스트라]의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리뷰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등 말 그대로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펼치는 거대하고 화려한 향연입니다.

 

[아이리시맨]은 프랭크라는 거물 암살자가 장기 미제사건인 ‘지미 호파 실종사건’를 회고하는 스토리이고,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잊혀져 가는 스타 릭 달튼을 통해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할리우드 삶의 민낯을 살펴보고 있으며, [애드 아스트라]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 수행 중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나선 로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 영화 다 좀 지루한 감은 있지만 마틴 스코세이즈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과 명배우들을 보는 재미, 더불어 삶을 성찰하고 사유해 보는 시간을 주어서 좋았습니다.    

 

아이리시맨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애드 아스트라

 

아이리시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전후 미국에 드리운 범죄조직의 그림자. 이제 한 거물 암살자가 입을 연다. 20세기 미국 정치 이면에 존재했던 악명높은 인물들과 연루된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의 시선으로 장기 미제사건인 ‘지미 호파(알 파치노) 실종사건’을 그려낸다.

 

아이리시맨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애드 아스트라

 

나는 새도 가볍게 떨어뜨리던 권세의 끝을 보는 일은 언제나 씁쓸하기 그지 없다. 늙을 대로 늙어서 손을 떨고, 걸음이 시원치 않아 지팡이를 짚은 러셀(조 페시)과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은 옛 영화가 화려했던 만큼이나 더 초라하고 가엾게 보이기조차 한다. 

 

그래도 지미(알 파치노)를 죽인 것은 마음에 걸려서 "그가 아닌 우리를 택한 것뿐"이라는 러셀의 자기합리화와 변명,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딸 페기를 만나고 싶어 애걸하는 프랭크다. 아빠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호의호식했을진 몰라도 그 피묻은 돈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기에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었던 가족들이다.

 

 

그토록 많은 생명을 죽음 속으로 몰아넣고도 어쩔 수 없어서 한 일뿐이라는 프랭크의 말은 듣기 거북하다. 하긴 그런 마음자세였으니까 오래 우정을 나누며 관계를 맺어온 지미도 그런 식으로 간단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지미 역시 죽음을 자초한 것일지도 모른다. 옛 권세만 믿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의 비참한 말로를 유감없이 보여준 지미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라고 말하는 걸 즐기는 사람 곁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인생무상이다.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깊이 깨닫게 해주는 노장들의 작품이다. 남자들의 세계를 그리려고 했던 것이어서 그런지 여성들은 그저 부지런히 담배나 피워대면서 병풍 역할을 한 것이 좀 아쉽다.

 

 

프랭크가 지나날을 회고하는 식의 전개는 좀 지루했다. 사람들은 많이 죽어나가지만 범죄, 스릴러물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별로 없었던 것도 재미를 반감시킨 듯하다.

 

하지만 알 파치노로버트 드 니로의 건재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도 대충 감이 오는 것 같고. 그것을 등장인물들이 실제상황과 별다를 바 없는 연기로 펼쳐보여준 것도 감동이다.

 

그나저나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는 젊은시절엔 전혀 닮은 점이 없는 개성파 배우들이었는데, 점점 더 후덕해지고 두리뭉실해져서 그런지 이제는 서로 무척이나 닮아보인다.ㅋ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1969년 할리우드, 잊혀져 가는 액션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과 그의 스턴트 배우 겸 매니저인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새로운 스타들에게 밀려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릭의 옆집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배우 샤론 테이트 부부가 이사오자 릭은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기뻐하지만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형편상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게 된 릭과 클리프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하고 릭의 집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던 중 뜻하지 않은 낯선 방문객을 맞이하게 된다.

 

 

가을 끝자락의 쓸쓸함 같은 것이 가슴을 아프게 파고든다. 날씨가 차가워져서 그런가? 만일 이 영화를 무더운 여름에 보았다면 그 쓸쓸함이 좀 덜했으려나?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는 늘 그런 쓸쓸함이 동반되게 마련이다. 하물며 5년을 죽을 힘을 다해 간신히 올라간 그곳에서 10년을 제자리걸음하다가 결국 내리막길에 들어선 배우의 회한을  어찌 서글픔 없이 지켜볼 수 있을까?

 

마냥 화려하기만 해보이는 할리우드의 뒤안길에도 이런 배우들의 고뇌가 넘쳐나는구나. 시대의 변화에 무작정 떠밀려가는 서글픔도, 그 어떤 것도 영원토록 정상을 차지할 수는 없다는 씁쓸한 깨달음도 피해갈 수는 없겠지.

 

 

1960년대 후반을 재현해 낸 장면이며 소품들이 많아서 미국인들에겐 그 시절 그때가 떠오를 것 같다. 영화 자체에 대해, 배우들에 대해, 그리고 영화판 주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불빛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처럼 늘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배우의 한자는 俳優인데, 누군가는 俳자가 사람 人에 아닐 非자로, 사람이 아닌 사람, 즉 여느사람과는 다른 사람, 평범함을 초월한 사람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사람이 아니면 귀신이라는 걸까? ㅎㅎ) 아무나 그냥 배우가 되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그 자리를 유지하려면 귀신에 버금가는 재능과 면모가 엿보여야 하기 때문이리라. 하긴 그 말을 곱씹지 않고도 배우들이 얼마나 다재다능한 탤런트를 지녔는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샤론 테이트 사건에 대해서는 최근에야 알았다.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그녀에 대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자그맣고 따뜻한 헌사랄까? 그 응징은 너무나도 처절했지만 말이다. 느릿느릿 주절주절거리던 이야기꾼은 마치 여기서 크게 한 방 터뜨리기로 작정했다는 듯이 무서운 기세로 폭주한다.)

 

 

애드 아스트라 제임스 그레이 감독 / 브래드 피트  토미 리 존스

 

미 육군 소령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실종된 아버지(토미 리 존스)를 영웅이라 믿으며 우주 비행사의 꿈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로이는 이상현상으로 우주 안테나에서 지구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인류를 위협할 전류 급증 현상인 써지 사태가 자신의 아버지가 벌인 위험한 실험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함께 그를 막아야 한다는 임무를 맡게 된 로이는 우주를 향해 떠난다. 

 

 

우리의 시선이 우주를 향하는 것은 언제나 좋다. 이 좁은 지구에서 70억 인구가 복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저 광활한 우주를 인간들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노력은 앞으로도 부단히 이루어져야 하리라.

 

문제는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것이다. 더 좋은 것을 쟁취하기 위해 스러지는 목숨들을 그저 영웅적인 죽음으로 치하하고 말기에는 그 희생이 너무 안타깝다.

 

 

지적 생명체를 찾으러 떠난 아버지(토미 리 존스). 그 아버지는 마음속 히어로로 여기며 살아온 아들(브래드 피트). 그 아들에게 아버지는 너도, 네 엄마도 진작에 버렸으며, 자신에게는 두 사람 다 아무 의미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지극히 건조한 어조로 말한다. 13년 만에 만난 아들에게 차마 할 소리는 아닌 듯..

 

결국 로이는 아버지에 대한 환상을 깨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버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고 말한다.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꽤 흐름이 느려 지루한 느낌이었다. 우주도 그 동안 우주 관련 영화에서 보던 것과 크게 차별화되는 것은 없는 듯하고. 뭔가 상당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 같기도 하지만, 영화가 불친절해서인지 아니면 내 머리로는 그 깊은 듯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 크게 기억에 남을 듯싶진 않다. 그래도 최애 배우 브래드 피트가 나오지 않는가? 열심히, 열심히 보았다.

 

이상, 아이리시맨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애드 아스트라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