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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조진웅 블랙머니/마동석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엄태구 판소리 복서

조진웅 블랙머니/마동석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엄태구 판소리 복서

 

조진웅 이하늬 주연의 [블랙머니]마동석 김상중 주연의 [나쁜 녀석들: 더 무비], 그리고 엄태구 주연의 [판소리 복서]의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리뷰입니다. [블랙머니]는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 7천억원에 넘어간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스캔들 '론스타-외환은행' 사건을 다룬 실화이고,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경찰이 못 잡은 범죄자를 전설의 특수범죄수사과 팀이 다시 모여 제대로 응징하는 스토리이며, [판소리 복서]는 판소리 장단에 맞춰 권투를 하는 복서의 이야기입니다.

 

조진웅 블랙머니/마동석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엄태구 판소리 복서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 조진웅 이하늬 이경영 강신일

 

서울지검 ‘막프로’ 양민혁(조진웅) 검사는 검찰 내에서 막나가는 검사로 유명한데,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신세가 된다. 억울한 누명을 벗고자 내막을 파헤치던 그는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 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서 양검사는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조진웅 블랙머니/마동석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엄태구 판소리 복서

 

몇 년 전에 본 [내부자들]만큼이나 통쾌함을 준 영화였다. 물론 아직 사건은 매듭지어지지 않았고, 당시 그 금융비리에 참여했던 사람 중 누구도 처벌받은 적이 없지만, 그래도 영화에서나마 양민혁(조진웅) 검사가 보여주는 활약은 통쾌함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현실에서도 양민혁 같은 검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이 가진 머리와 힘과 능력을 오롯이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데 쓰는 그런 검사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갑툭튀'한 것 같은 일명 막프로 양검사의 등장을 두 손 들어 환호하고 싶어진다.

 

실제 사건을 다룬 스토리여서 더 감정이입이 된 이유도 있었겠지만, 단 한순간도 흥미롭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하며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잽싸게 머리를 굴리고, 또 이거다 싶으면 곧바로 행동으로 돌입하는 돌격대장 필의 양검사와 마치 함께 움직이고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다만 아쉬웠던 것은 악인들이 워낙 점잖은 척하는 바람에 맞대결의 잔재미는 덜했다는 것이다. 속내는 나라도 팔아먹을 매국노 같은 놈들이면서도 젠틀한 척, 진심으로 나라를 위하는 척하는 꼴을 보려니 영 비위가 상했다. 이경영은 이 영화에서도 위선자 전 총리 역을 유들유들하게 잘도 해주었다. 

 

연봉 20억쯤 준다고 하면 대부분은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걸음으로 기어가서라도 내민 손을 덥석 잡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겠지? 돈과 권력으로 시스템화된 곳에서 홀로 뛰쳐나오기란 힘들겠지? 더욱이 2천억이라면 양심쯤 가볍게 눈감아 버릴 수 있겠지?

 

이처럼 사람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도, 그렇기에 더더욱 목숨을 걸고 불이익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고 우러러보인다. "네 일이 아닌 것 같지?"라는 질문에도 대답할 말을 준비해둬야 할 것 같고.

 

 

최근 들어 지질한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블랙머니, 단연 돋보였다. 단독 주연으로 나온 조진웅, 이 작품을 인생작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이제까지의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캐릭터 선정도 좋았던 듯. 

 

70이 넘은 연세에도 이처럼 주제와 메시지가 확실한 영화를 만들어주신 정지영 감독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하늬 역이 좀 아쉽긴 했지만, 신파로 흐르지 않은 점은 식상하지 않아서 좋았다. 실제로 그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니까..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손용호 감독 / 마동석 김상중 김아중 장기용

 

교도소 호송차량이 전복되고 최악의 범죄자들이 탈주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경찰은 수감 중인 범죄자가 흉악범을 잡는 극비 프로젝트인 ‘특수범죄수사과’를 다시 소집한다. 오구탁(김상중) 반장은 과거 함께 활약했던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을 찾아가고, 감성 사기꾼 곽노순(김아중)과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을 영입해 새로운 팀을 구성한다.
 
 새로운 멤버들이 합류해 더욱 강력하고 치밀하고 독해진 나쁜 녀석들. 이 사건을 파헤칠수록 배후에 거대한 범죄조직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 그들은 더 나쁜 놈들을 소탕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가 나쁜 녀석들일까? 필시 주인공으로 나온 오구탁(김상중), 박웅철(마동석), 곽노순(김아중), 고유성(장기용)이 합체된 팀을 가리키는 말일 테지만, 진짜 나쁜 놈은 경찰의 엄차장(김형묵) 같은 놈 아닌가? 나라를 팔아먹는 짓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놈이니 말이다.

 

언제나 이렇게 급조된 특수범죄수사과한테나 기대고 시민들이 잡아놓은 범좌자들을 정리나 하러 오는 경찰도 참 한심하고 비겁하다. 

 

 

이 작품에서는 마동석이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그 동안 몇몇 영화를 죽쑤더니, 여기서는 [범죄도시]에서 보여줬던 마동석만의 힘과 능력과 매력을 통쾌하게 뿜어낸다. 특히 일본의 '나쁜 놈'을 제대로 응징해 줄 때는 속이 다 시원했다. (일본에 맺힌 한이 워낙에 많으니..ㅋ)

 

김상중은 암 투병중인 환자로 나오는데, 정말로 막 지옥문을 뚫고 나온 저승사자 같았다. ㅋ. 김아중이 의외로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는 장기용도 제 몫을 아낌없이 해낸다. 잘 나가면 나중에 김상중처럼 저승사자 필이 제대로 날 듯싶다..ㅎㅎ

 

뜬금포처럼 내뱉는 마동석의 유며 나부랭이도 은근히 재미났다. 덕분에 살벌하고 어둡고 침침하기만 분위기에 잠깐씩 숨통을 틔워준 듯.

 

 

판소리 복서 정혁기 감독 / 엄태구 혜리 김희원

 

한때 복싱 챔피언 유망주로 화려하게 주목받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는 한순간의 지울 수 없는 실수로 복싱협회에서 영구제명되어 박관장(김희원)의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시 복싱을 시작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설상가상 뇌세포가 손상되는 펀치드렁크(punchdrunk) 진단까지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뿌린 전단지를 들고 체육관을 찾은 신입관원 민지(이혜리)는 복싱에 대한 병구의 순수한 열정을 발견하고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민지의 응원에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이자 자신만의 스타일인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로 결심한 병구는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지루하고 답답한 흐름 속에서도 엄태구의 따뜻하고 섬세한 연기력만은 크게 빛났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나직한 목소리는 기분좋게 집중을 요하는 묘미도 있었다.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잘 계산된 캐릭터를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판소리 복서? 

판소리 장단에 맞춰 권투를 한다는 발상인데, 소재가 새롭긴 해도 그닥 흥미롭지는 않았다. 게다가 병구는 열심히 장단에 따라 연습하고 시합에 임하지만, 제대로 그 효력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왜 판소리와 복싱이라는 이 두 가지를 접합시키고자 했던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모호하다.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특히 바쁘게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묵묵히 살아나가 보겠다는 고집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상, 조진웅 블랙머니/마동석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엄태구 판소리 복서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