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기생충 냄새로 구분되는 계층간의 갈등

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기생충 냄새로 구분되는 계층간의 갈등

 

봉준호 감독송강호 주연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큽니다. 

 

[기생충]은 변변한 직업도 없이 반지하에서 사는 기택네 가족이 장남 기우(최우식)를 필두로 아빠 기택(송강호), 엄마 충숙(장혜진), 딸 기정(박소담)까지 기우의 친구가 연결시켜 준 박사장(이선균)과 그의 아내 연교(조여정)가 있는 대저택으로 들어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개봉 8일 만에 벌써 관객이 5백만이 넘었다고 하니 천만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생충]의 후기를 올려봅니다.

 

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기생충 냄새로 구분되는 계층간의 갈등

 

당일치기로 해운대 같은 부산여행을 떠나면 새벽에 일찌감치 출발하는 KTX를 타야 한다. 서울역 3층에서 일행을 기다리다 보면 밤새 의자 위에서 자다가 일어나 쓰윽 지나가는 노숙자에게서 나는 냄새가 잠깐의 순간인데도 코를 확 찌르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거나 코를 움켜쥐고 싶어지는 냄새다. 지하철에서도 간혹 그런 냄새를 맡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상한 생선에서 나는 듯한 비릿한 냄새다. 노숙자 특유의 냄새라고나 할까.

 

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기생충 냄새로 구분되는 계층간의 갈등

 

몇 년 전 여름, 남대문 새로나백화점에 카메라를 사러 갔다가 맞은편 위쪽으로 사선 방향에 위치한 서울역에 볼일이 있어서 질러가는 지름길인 듯한 지하도로 들어선 순간, 아차싶었던 경험이 있다. 양옆으로 이불이며 종이박스, 신문지 등으로 구획을 지어 자기 영역을 표시해 놓은 그 지하도는 노숙자들의 공간이었다. 

 

한여름이어서 더 그랬을 테지만 비릿하다 못해 무어라 형언할 길 없는 고약한 냄새가 훅 끼쳐왔고, 오후여서인지 노숙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벽에 길게 기대어 있는 몇몇 사람은 마치 감시라도 하듯 매서운 눈초리를 발걸음 걸음마다 보내왔다. 당황해서 얼른 뒤돌아서서 그곳을 빠져나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행여 그런 행동이 그들을 자극하거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계속 걸음을 옮겼는데, 3,40미터도 채 안 될 것 같은 그 거리가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런 노숙자 생활을 3년여 하다가 청산했다는 택시 기사를 만난 적이 있다. 택시를 타자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몇 마디 하더니, 노숙자 생활을 그만두고 택시를 몰기 시작한 게 몇 달 안 됐다며 자신의 스토리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처음 1년여는 부끄럽고 창피해서 혹 누구라도 만날까봐 고개도 못 들고 다녔는데, 2년쯤 되자 마치 맞춤옷이라도 입은 듯 너무나도 편하고 좋더란다. 아무데나 내키는 대로 퍼질러 앉고, 아무데서나 퍼질러 자고, 세상 돌아가는 길이 어떻든 자신이 상관할 바 아니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마음편할 수가 없더란다. 게다가 사업이 망해 몸을 숨긴 자신에게 연락조차 전혀 없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처음엔 괘씸한 마음에 땅을 치고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어느덧 무덤덤해지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더란다.

 

그런데 그렇게 3년여를 보내다 보니, 그 편안함에 완전히 길들여져서, 지금이라도 벗어나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노숙자 생활을 청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번쩍 차리고 빠져나왔다는 것이었다.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새삼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들이다. 가난의 냄새, 반지하 삶의 냄새, 지하철에서 나는 것 같다는 냄새, 기택(송강호)에게서 또 충숙(장혜진)에게서 나는 같은 냄새.. 제대로 씻지 못하거나 햇빛을 제대로 쐬지 못한 음습한 공간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저절로 몸에 배이는 냄새..

 

<냄새>로 계층이 구분되는 세상에서의 삶이 그들에게 결코 호락호락할 리 없다. 문제는 그런 삶을 오래도록 이어나가다 보면 앞에서 말한 택시 기사가 경험했던 것처럼 어느새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며 규칙, 룰을 무시하게 되고, 종국에는 자존심마저 버리게 될 뿐 아니라 죄라는 것에도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거짓으로 똘똘 뭉친 기택네 가족들처럼 남을 속이고 등쳐먹고 살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거나 죄의식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워하며 히히덕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반지하의 삶과 더 아래로 내려간 지하의 삶은 다를까? 당연히 가진 자들인 지상의 사람들에겐 그들의 삶이 오십보 백보로 여겨질 게 뻔하다. 목까지 차오르는 물난리 앞에서 허위적거리기만 할 뿐 하등 다를 게 없는 존재들.

 

봉준호 감독은 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반지하에서 지하로 내려갈 수는 있어도,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는 힘든 부류의 사람들에게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지상-반지하-지하라는 계층간 차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서로 도와도 빠져나오기 힘든 그 현실에서 반지하 사람들과 지하 사람들이 서로 치고 박으며 싸우고나 있으면 대체 언제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겠느냐고? 꼭 싸워야 한다면, 그들이 힘을 합쳐 싸워야 할 대상은 지상의 사람들이 아니냐고?

 

무계획이 계획인 무기력한 삶, 남에게 기생충처럼 빌붙어 피를 빠는 삶,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고, 남에게 기대어서는 반지하나 지하의 삶을 면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기우(최우식)가 언젠가는 아빠 기택(송강호)이 욱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고 스스로 갇혀버린 그 지하가 딸린 대저택을 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들, 언감생심 어느 세월에?

 

 

하지만 출발선부터가 다른 계층의 차이를 대체 어떻게 극복해 나가란 말인가? 가진 자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반지하의 삶과 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과 비애, 서글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할까? 그래서 함께 나누며 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눈곱만큼이나 할까? 그들이 기생충이 되게 한 데에는 자신들의 책임도 일말이나마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가질까? 아니면 그저 냄새나는 자들의 접근을 아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나 궁리할까? 

 

 

기생충이라니, 자의든 타의든 인간의 존엄성을 처절하게 무너뜨리는 말이다. 누구도 기생충 같은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되거니와, 누구도 기생충 같은 존재를 만들어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세상은 갖은 방법으로 다 벗겨먹고, 별의별 수단으로 손발을 묶어 옴쭉달싹 못하게 만들어놓고는, 혀로라도 핥아먹으며 목숨을 부지해 나가려는 사람들을 기생충이라 부르며 손가락질하고 비웃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기생충이라며 업신여기는 사람들 없이는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대체 언제쯤이나 뚜렷이 깨달으려나? 아니, 어쩌면 그들이 기생충이라고 비웃는 사람들이 기생충이 아니라 실은 그들을 야멸차게 뜯어먹고 사는 자신들이 기생충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 번쯤 해봐야 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본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차지만, 결국은 물난리로 인해 뜬 돌이 돼버린 기택네 가족의 신세,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야만 하는 가진 것 없는 자들의 집과 언덕을 오르고 대문으로 들어가서도 또 계단을 올라가야만 가닿는 가진 자들의 집과의 대비 등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해줄 것 같아서 한두 번 더 봐야겠다 싶다.

 

조여정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칸의 여왕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 최우석은 이대로 가면 큰 배우가 될 조짐이 역력해 보인다. 이정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감동이었고,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는 봉준호 감독은 감격이었다.

 

이상, 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기생충 냄새로 구분되는 계층간의 갈등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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