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트맨 비긴즈/다크나이트/다크나이트 라이즈
영국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작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설적 영웅의 기원을 다룬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 시리즈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입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공동 각본 작업을 한 데이비드 S. 고이어와 함께 [다크나이트]의 원안을 짜고 형제인 조나단 놀란과 함께 각본을 완성한 놀란은 배트맨의 존재가 고담시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메멘토]로 혜성처럼 등장한 후 만드는 작품들마다 화제와 경탄을 불러온 그는 [배트맨 비긴즈]로 시작하여 [다크나이트]에서 정점을 찍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로 마무리되는 ‘배트맨 3부작’을 통해 이제까지의 오락영화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직접 각본을 쓴 그는 미국 공상과학영화 및 공포영화 아카데미에서 2009년 [다크나이트]로 최우수각본상을, 2011년에는 [인셉션]으로 최우수감독상과 최우수각본상을, 2015년에는 [인터스텔라]로 역시 최우수각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배트맨 3부작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후기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트맨 비긴즈/다크나이트/다크나이트 라이즈
적을 이기려면 적의 세계를 알아야 하는 법! 브루스는 범죄자들의 소굴에 섞여 생활하며 그들의 습성을 터득한다. 그러던 중 듀커드(리암 니슨)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만나 정신적/육체적인 수련법을 배우게 되고 듀커드는 브루스에게 '어둠의 사도들'에 가입하라는 제안을 한다. 듀커드가 속해 있는 '어둠의 사도들'은 동양계 무술의 달인 라스 알굴(켄 와타나베)이 이끄는 범죄소탕조직이다.
하지만 정의로운 방법이 아니면 고담시를 구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방랑의 세월을 끝내고 돌아와 부패된 고담시를 되살리기 위해 충성스러운 집사 알프레드(마이클 케인)와 청렴한 경찰 짐 고든(게리 올드만), 그리고 웨인 기업의 응용과학 전문가 폭스(모건 프리먼)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존재 '배트맨'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트맨 비긴즈/다크나이트/다크나이트 라이즈
나이든 티를 내나? 어릴 땐 악당을 물리치는 배트맨에게 무조건 환호를 보냈는데, 지금은 영화를 보면서 배트맨이 배트맨일 수 있는 게 모두 경제적 부가 받쳐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웨인제국이 뒤에서 버텨주고 있지 않다면 브루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축적된 부를 나쁜 일에 쓰는 게 아니라 부패한 고담시를 구하는 데 사용하는 건 치하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여기까지는 삐딱선을 탄 코멘트이고, 배트맨이 배트맨으로 활약할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를 크리스토러 놀란 감독은 아주 훌륭하게 풀어냈다. 부모를 죽인 에게 복수심에 불타면서도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브루스의 고뇌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만화영화로 보던 배트맨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건 오로지 우주를 넘나드는 놀란 감독의 세계관 덕분이겠지?
크리스찬 베일은 물론 마이클 케인과 게리 골드만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크레인 박사 역을 맡은 킬리언 머피의 비열한 악당 역도 꽤 매력적이었다. 하는 짓을 보면 1초라도 빨리 죽어 마땅한 인간이지만.ㅎ
급기야 배트맨을 향한 강한 집착을 드러낸 조커는 그가 시민들 앞에 정체를 밝힐 때까지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선포하고, 배트맨은 사상 최악의 악당 조커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마지막 대결을 준비한다.
조커가 나타났다! 돈도 권력도 필요없고,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희대의 악마다. 박피된 듯한 새하얀 피부, 시커먼 눈자위, 위로 길게 찢어진 붉은 입은 얼핏 광대처럼 보여 우습게도 여겨지지만, 곧 사악함이 철철 흘러넘치는 공포의 빌런임을 알게 된다. 여기에 맞서는 지방검사 하비 덴트, 짐 고든 형사와 힘을 합쳐 고담시를 지키고자 하는 배트맨이다.
사람은 자신의 선한 마음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 부모가 눈앞에서 살해되고, 사랑하는 여인이 눈앞에서 악당의 손에 죽어간다면, 정의만 부르짖고 있을 수 있을까? 자신에게 힘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을까, 그럴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복수에 나서서 악당을 처절하게 응징해 주고 싶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조커가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간의 마음속 악마에게 먹이를 잔뜩 던져주어 악마성을 드러나게 하고, 그 모습을 보며 좋아라 즐기는 조커다. 배트맨은 그 조커를 물리치기 위해 다크나이트, 즉 어둠의 기사가 되고.
배트맨 시리즈 사상 가장 위험한 조커는 악당의 전형이다. 무정부주의자로서 혼란의 힘을 믿으며 아무런 목적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그는 추구하는 것도 없기에 그 행동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살인본능을 발산하는 것에 더없는 쾌감을 느끼는 파괴의 힘 자체인 것이다. 그런 조커로 완벽하게 변신한 히스 레저. [브로크백 마운틴],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아임 낫 데어] 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배트맨에게 베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아니, 번번이 호되게 당하기만 한다. 자신을 거부한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볼 것인가, 정의의 수호자로 나설 것인가. 배트맨은 베인과 운명을 건 마지막 전투를 시작하려 한다.
무작스러울 막강한 베인. 그로 인해 영화를 보는 내내 싫도록 당하는 브루스. 그뿐인가? 셀리나(앤 해서웨이)에게도 당하고, 미란다(마리옹 꼬디아르)에게도 형편없이 당하는 브루스다. 대체 언제 우뚝 일어나 고담시와 시민들을 지킬 것인지, 아니, 지킬 수 있기는 한 건지 절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역시 브루스! 달리 배트맨이 아닌 것이다.
판타지 없이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3부작의 장점이자 강점인 듯. 오락성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뛰어난 마블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점이기도 하고.
인간의 오만과 교만이 불러오는 재앙. 감히 한 도시를 청소(?)할 생각을 하다니, 누가 베인에게 그래도 좋다고 허용했단 말인가? 스스로의 힘에 어이없을 만큼 도취된 인간이 아니고서야 어찌 한 도시를 통째로 날려버리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랴.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법이다. 죄의 유무도 따지지 않고 오직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에만 매달리면 그런 어처구니 없는 복수의 칼을 갈게 될 수밖에 없으리라. 이제 복수의 악순환을 끊고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브루스 웨인의 앞길에 행복과 평화만이 가득하기를..
이번 편은 출연진이 더욱 화려해졌다. 앤 해서웨이에 마리옹 꼬띠아르에 조셉 고든 레빗까지.. 특히 앤 해서웨이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불을 뿜는 듯한 매력의 대결이 볼 만했다. (덧. 크리스찬 베일은 목이 안 아팠나 모르겠다. 배트맨으로 변했을 때의 압축된(?)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 보니 내 목도 아픈 느낌이 들었기에 하는 말이다.ㅎ)
이상,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트맨 비긴즈/다크나이트/다크나이트 라이즈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