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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문소리 박형식 배심원들 / 헨리 폰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문소리 박형식 배심원들 / 헨리 폰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문소리, 박형식 주연의 영화 [배심원들](홍승완 감독)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이 된 보통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이끌게 된 재판장 과 대한민국 최초의 배심원이 되어 한자리에 모인 8명은 증거, 증언, 자백 모두가 확실해 양형 결정만 남아 있던 살해사건을 맡게 되지만, 피고인이 갑작스럽게 혐의를 부인하는 바람에 유무죄를 다투면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전개를 맞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도 배심원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영화에서는 배심원이 12명이고, 1957년에 개봉됐으니 무려 60년도 전에 미국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배심원이란 재판이나 기소 과정에 참여하여 사실 문제를 판단하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을 말합니다. [배심원]과 [12인의 성난 사람들]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후기입니다. 

 

문소리 박형식 배심원들 / 헨리 폰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배심원들 2019년 개봉 홍승완 감독 문소리 / 박형식

 

2008년 9월 22일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국민이 참여하는 역사상 최초의 재판이 열리는 날, 나이도 직업도 저마다 다른 8명의 보통사람들이 배심원단으로 선정된다. 

 

생애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배심원들과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재판을 함께해야 하는 재판부. 모두가 난감한 상황 속 원칙주의자인 재판장 준겸(문소리)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끌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끈질기게 질문과 문제 제기를 일삼는 8번 배심원 남우(박형식)를 비롯한 배심원들의 돌발 행동에 재판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문소리 박형식 배심원들 / 헨리 폰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너무 재미있고 뜻깊게 본 터여서 이를 그저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좀 염려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배심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니 기본적 구성이야  다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 독자적인 전개가 펼쳐져 영화를 봐나가는 동안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몇몇 장면도 적당한 선에서 잘 매듭지어지고.

 

법이란 물이 나아가는 길을 말한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상식선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법의 울타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물길이나 울타리가 사람들을 지켜주기는커녕 더 옭아매고 가두는 경우가 많으니 문제다. 특히 없이 살고 못 배운 사람들에게 법은 더 가혹한 것 같다. 심지어는 없는 죄도 만들어서 뒤집어씌울 만큼.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잘 시작한 것 같다. 높은 자리에 앉아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도 곁에 앉은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덕분에 실제로 무죄율이 높아졌다고 하니 바람직한 일이다.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단 한 사람인들 무고한 사람이 자신이 짓지도 않은 죄로 죗값을 치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상식을 따르는 평결, 이것이 핵심이니.

 

 

문소리는 지극히 원칙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재판장 역을 담담하게 잘 해내주었다. 역시 문소리다. 그리고 박형식도 "난 모르겠어요"라고 어리버리하게 굴면서도 제 몫은 톡톡하게 잘 해낸 것 같다. 러닝타임이 긴  듯한 것이  좀 흠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배심원들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재를 잘 선택한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2008년 대한민국 최초로 시범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판사 판결과 배심원 평결 일치율이 90퍼센트에 이르자 4년 뒤 2012년에는 강력 형사사건에 국한했던 것에서 벗어나 전 형사재판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년 개봉) 시드니 루멧 감독 헨리 폰다 / 리 J. 콥 / 에드 베글리

 

정적이 감도는 법정. 한 소년의 살인사건에 관한 재판은 이제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스페인계로서 미국의 살고있는 18세 소년이 자신의 친아버지를 예리한 나이프로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이미 재판장은 소년의 유죄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최후의 판결을 앞둔 12명의 배심원들은 최종결정을 위한 회의에 소집되고, 자신의 결정에 관해 투표를 하게된다. 결과는 12명의 배심원중 1명을 제외한 11명 전원이 스페인계 미국소년을 유죄로 판결을 내린다.

 

유독 만장일치의 유죄결정을 반박하고 다른 배심원들의 회유에 맞서 완강히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단 한 명의 배심원은 사건의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절대로 이 사건은 소년의 범죄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끝까지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이로 인해 나머지 배심원들과의 설전은 계속되고 그 소년은 무죄를 밝히기 위해 사건을 처음부터 되짚어간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의자가 유죄라는 명백한 판결이 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경우 피의자 신분이 되면 이미 유죄판결이 난 것마냥 생각하기 십상이다. 의심은 마음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 따라서 유죄라고 믿으면 피고인의 모든 언행을 유죄에 꿰어 맞추게 되는 것이 어리석다면 이리석은 인간의 속성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경우가 놀라울 만큼 많다. 이 영화에서 살인자로 지목받고 있는 18세 소년은 그의 변호사조차 그를 위해 열심히 변호해 주지 않는다. 만일 그 소년이 돈 많은 집이나 권력을 쥔 사람의 아들이었으면 넘치도록 충분히 받았을 변호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정 옆 작은 공간, 날씨가 더운데도 선풍기조차 제대로 돌지 않는 그곳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 소년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야 하는 12명이 배심원들. 단 한 명의 반대로 만장일치가 되지 못하자 '성난 사람들'이 되고 만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빨리 일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실제로는 정황증거만 있을 뿐,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건만 그들은 소년을 유죄로 몰아가는 데 온힘을 다한다.

 

 

그런데 처음에 반대의견을 낸 한 사람은 어떤 심정으로 반대표를 던진 것일까? 자신들의 손에 목숨이 달린 그 소년에게 삶의 기회를 주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 해도 12명의 사람들 중에서 오직 혼자만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는 그걸 해낸다.

 

그가 바로 배심원 8 역할을 맡은 명배우 헨리 폰다다. 저마다 화가 잔뜩 나서 막말대행진을 벌이는 속에서도 그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리고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끌어낸다.

 

무려 60년도 전에 이런 깊은 사고를 요하는 작품을 만든 시드니 루멧 감독의 시선이 놀랍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평등하지 않은 법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으며 존재하고 있으니 그저 참담할 뿐이다.

 

이상, 문소리 박형식 배심원들 / 헨리 폰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