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 그을린 사랑 / 에너미 / 프리즈너스
프랑스계 캐나다 출신의 영화감독인 드니 빌뇌브는 매 작품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몰입하게 만드는 전개, 의미깊은 메시지를 주는 연출력으로 유명합니다. 2017년에는 [컨택트], 2015년에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개봉됐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그보다 전에 개봉됐던 [그을린 사랑](2010년)과 [에너미](2013년), [프리즈너스](2013년) 세 편의 간략한 줄거리와 후기입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을린 사랑 / 에너미 / 프리즈너스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중동으로 떠난 잔느와 시몬 남매는 베일에 싸여 있던 어머니의 과거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거의 끝에는 어머어마한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을린 사랑 / 에너미 / 프리즈너스
어찌 1+1이 2가 아니라 1이 될 수 있을까? 그렇기에 그 사랑은 <그을린 사랑>이 아니라 <잔인한, 너무나도 잔인한 사랑>이라고 해야만 할 것 같다. 불에 그을린 정도가 아니라 화마에 완전히 타버려 그 가슴속은 잿더미가 되어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잔인하게 얽히고 설킨 인연 또한 전쟁이 빚어낸 참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싶은 느낌은 들었지만, 설마..설마..를 되뇌던 끝에 태풍처럼 덮친 충격!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어머니 나왈이나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몬이 겪었을 지옥 같은 혼란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후드득거린다.
때론 덮어두는 더 나을 비밀도 있건만, 왜 어머니 나왈은 굳이 잔느와 시몬에게 그 충격적인 비밀을 밝히고자 했을까? 개인사이기 전에 잔혹한 전쟁으로 얼룩진 흑역사를 양지로 드러내 햇빛 속에 존재케 해야만 아이들이 남은 생애에서나마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고 또 떳떳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하긴 아이들이 무슨 죄로 더없이 불행한 삶을 이어가야 한단 말인가? 그저 전쟁으로 인해 애꿎은 희생양이 된 것뿐인걸.
스토리 자체는 단순한데 과장스러우리만큼 공포/스릴러물로 끌고 나간 감이 있다. 음악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그처럼 음산하고 칙칙하게 전개시켜 나갈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내용물보다 질소가 더 많은 과자봉지를 뜯은 느낌이랄까. 원작이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라고 하던데, 책도 그런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
누구나 또 다른 나를 꿈꾸곤 하면서 살아간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향의 사람이라면 호탕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변모한 자신을 꿈꿔 볼 수도 있고, 거칠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점잖은 신사로 변신한 모습을 꿈꿔보기도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욕망이 극에 달하면 망상에 휩싸이고 이어서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두 개의 자아가 되어 두 개의 삶을 사는 것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불행일까, 행복일까? 어느 쪽 삶이 나의 진짜 삶일까? 또 본인은 그렇다 쳐도 아내나 가족들이 겪어야 할 혼돈은 어찌할 것인가?
제이크 질렌할의 물오른 연기가 아니었다면 시시한 영화가 돼버렸을 듯. 드니 빌뇌브 감독의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에 관한 메시지는 좋았지만, 과한 연출이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린 것 같다.
완벽한 용의자를 의심하는 아빠 켈러(휴 잭맨)는 홀로 그를 쫓기 시작하고, 로키 형사(제이크 질렌할)는 세상에 숨겨진 진범을 찾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유력한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믿는 아빠.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고 믿는 형사. 각각 다른 방식으로 추적을 시작한 두 사람은 마침내 세상을 충격에 빠트릴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이따금 오판으로 감옥에 갇혀 살다가 진범이 잡히거나 끝까지 범죄를 부인하다가 재심이 이루어져 석방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잠깐의 세월이라면 그나마 뒤늦게라도 진범이 잡혀 풀려난 것을 기뻐할 일이지만, 그 세월이 10년.. 20년.. 4,50년이 되면 그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국가에서 금전적 보상은 어느 정도 해주는 모양이지만, 감옥에서 보낸 그 소중한 세월에 대한 대가는 어떤 어디서 받아야 할까? 판사는 나중에라도 자신의 오판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린 것을 알게 되면, 미안해하기는 할까?
아이들이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도 죽음과 다를 바 없는 삶을 강요하고 있으니.. 자기 아이가 암으로 죽었다고, 혹은 자기 딸을 납치한 범인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그들이 행하는 짓들은 말 그대로 범죄다.
범죄자를 처단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그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 아이가 소중하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 또한 있어서는 안 될 범죄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면 얼마나 굉장한 괴력을 발휘하는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2시간 33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끝까지 범인을 예측할 수가 없어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후반부에서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의문이 풀릴 때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대부분은 초반부터 범인이 대충 짐작되곤 하는데, 의외의 뒤통수 한 방이었다. 휴 잭맨의 연기도 좋았지만, 역시 제이크 질렌할이었다.
이상,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을린 사랑 / 에너미 / 프리즈너스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컨택트]에 관해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리뷰를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