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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빠삐용 2017년 리메이크판 찰리 허냄 / 라미 말렉 주연

빠삐용 2017년 리메이크판 찰리 허냄 / 라미 말렉 주연

 

다른 영화도 그렇지만, 특히 스티브 매퀸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빠삐용](프랭클린 J. 섀프너 감독)은 매번 볼 때마다 그전에 미처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던 장면이나 알고 봤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해한 게 아니었던 장면,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장면들이 계속 나타나 늘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빠삐용]을 최고의 영화로 꼽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빠삐용 2017년 리메이크판 찰리 허냄 / 라미 말렉 주연

 

지난 2월 이 [빠삐용]을 리메이크한 2017년판 [빠삐용](마이클 노어 감독)이 개봉됐는데, 예전 작품이 워낙 강렬하게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뭔가 더 나은 기대를 채워주리라는 마음은 일찌감치 접고 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처음 한동안은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만이 새로운 배우 찰리 허냄, 라미 말렉과 자꾸 오버랩되어 오는 바람에 잘 몰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티브 매퀸, 더스틴 호프만과 어느 정도 흡사한 찰리 허냄과 라미 말렉의 열연으로 곧 예전의 두 배우의 흔적을 지워낼 수 있었다. 특히 드가 역을 맡은 라미 말렉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광란의(?)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프레디여서 무척 반가웠다. 찰리 허냄은 [칠드런 오브 맨], [콜드 마운틴] 등에 출연한 바 있는데, 캐릭터가 달라서인지 전혀 동일인물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빠삐용 2017년 리메이크판 찰리 허냄 / 라미 말렉 주연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는 거의 맹목적이다. 감옥이 인간에게 형벌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것도 국외추방에 독방 2년, 독방 5년은 참으로 끔찍하고 가혹하기 짝이 없는 형벌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그 고초를 겪은 것도 모자라 마침내는 전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악마의 섬으로까지 가게 된 빠삐용이다.

 

그런데 간수들은 왜 죄수들을 그토록 혹독하게 다룰까? 그렇게 개돼지 취급하지 않으면 금세 딴마음 먹고 사고를 치거나 탈옥을 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겠지만, 그 이상으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까지 비쳐지는 건 어째서일까? 그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라고 여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의 주인(?)인 자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반항하는 꼴은 절대 못 보는 갑질정신 때문이었을까?   

 

 

이렇듯 "삶을 허비한 죄에 대한 대가"치고는 너무 혹독하기 짝이 없는 유형살이였지만, 그럼에도 빠삐용의 자유에의 의지와 신념은 그 어떤 것으로도 꺾이지 않았다. 기어이 코코넛 열매가 든 자루 두 개를 연결한 뗏목을 바다로 던져놓고 까마득한 절벽에서 망망대해를 향해 나비처럼 날아올라 떨어져 내리는 그 모습은 온 세상에 대고 인간승리를 목메어 외치는 것 같았다.

 

 

그런 빠삐용을 위해 온마음을 담아 간절히 기도하는 드가의 깊고 질긴 우정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죽음이 코앞에 닥치는 극한상황에서도 결코 서로를 위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던 두 사람의 우정 또한 인간승리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빠삐용과 드가의 우정에 더 초점을 맞추어 제작된 듯싶다. 요즘은 우정도 예전 같지 않아서 필요할 때만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식으로 변모된 것도 같지만, 오히려 절박한 상황에서일수록 의지할 데라고는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빠삐용]도 나름 괜찮았지만, 이참에 예전의 [빠삐용]을 한 번 더 봐야겠다.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또 어떤 새로운 장면을 마주하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빠삐용의 실제 주인공 앙리 샤리에르

 

[빠삐용]의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바에 따르면, 두 번의 탈출에 성공하고 여덟 번 실패한 진짜 나비의 주인공 앙리 샤리에르는 25세에 파리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근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되었는데, 당시 그는 사건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실적에 급급했던 검사가 무리하게 기소하여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교도소로 이송된 그는 11년 동안 무려 여덟 차례에 걸쳐 탈옥을 시도했지만 난데없는 불운과 어이없는 실수로 번번이 실패했다. 1941년 코코넛 열매가 든 자루 두 개를 연결한 뗏목으로 한때 함께 탈옥을 기도했던 앙드레와 함께 악마의 섬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해 베네수엘라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서도 1년간 옥살이를 한 후 이듬해 석방되어 시민권을 얻는다.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빠삐용]은 전 세계적으로 1,30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73년 [빠삐용]을 제작할 당시에도 그는 스티브 매퀸을 만나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 빠삐용 2017년 리메이크판 찰리 허냄 / 라미 말렉 주연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