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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고아성 항거: 유관순 이야기 /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우상

고아성 항거: 유관순 이야기 /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우상

 

지난 2,3월에 개봉했던 고아성 주연의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주연의 [우상]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감상평입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삼일절을 앞두고 유관순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고, [우상]은 저마다의 우상을 섬기다가 벼랑끝으로 치달아가는 두 아버지와 한 여자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애초에 흑백으로 만들어져 어둡고 칙칙한 것이 오히려 당시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 같아 더 실감있게 다가왔지만, [우상]은 흑백영화가 아님에도 어둡고 칙칙해서 괜스레 기분이 다운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고아성 항거: 유관순 이야기 /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우상

 

항거: 유관순 이야기 조민호 감독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 이후, 고향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감옥에 갇힌 후 1년여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8호실 감옥에는 유관순 외에도 수원에서 30여 명의 기생을 데리고 시위를 주도했던 기생 김향화, 다방 직원이었던 이옥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다가 아들을 잃고 만세운동을 시작한 만석모, 아이를 가진 수감인으로 갖은 고생 속에서도 아이를 키워낸 임명애 등 함께 기억해야 할 여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사계절을 한 벌의 옷으로 버텨내고, 누워서 잠을 이룰 수 없는 작은 공간에서 발이 붓지 않기 위해 계속 걸어야만 했던 100년 전의 독립운동가들이다. 조민호 감독은 3.1 만세운동 이후 유관순의 1년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겨내면서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모습과 용기를 통해 잃어버렸던 당당한 눈빛과 희망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고아성 항거: 유관순 이야기 /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우상

 

같은 민족인데도 목숨을 걸고 대한독립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만세를 불렀다는 이유로 형무소로 끌려들어온 동족을 죽도록 때리고 고문하는 악마 같은 인간도 있다.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자기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란다. 참으로 비겁하고 비열한 말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확실하게 일본 편을 들던가..

 

유관순에게 행해진 실상은 아마 모르면 몰라도 영화에서 보여준 그 이상이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갖가지 방법으로 고문을 받는 장면은 차마 마주볼 수가 없어 눈길을 돌려야 했다. 특히 일본 경관이 "너 같은 악질은 똑같은 악질을 낳을 테니 아기를 못 낳게 만들겠다"며 유관순의 배를 집중적으로 발길질한 바람에 자궁출혈로 죽게 된 것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17세 어린 몸으로, 하물며 여자의 몸으로 어찌 그 큰일에 몸을 던질 수 있었을까. 당시엔 여자란 그저 집안일이나 잘하고 남편과 아이들 건사나 잘하면 족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옥사에 끌려들어와서도 또 만세를 부를 힘이 어디서 그렇게 샘솟았던 것인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만큼 나라 사랑과 독립에의 염원이 컸기 때문이었겠지만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식민지 삶이 아닌 내 나라에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당시 만세를 불렀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힘입은 바가 크다.

 

 

영화 자체는 소재 활용도도 떨어지고 불필요할 만큼 전개도 느려서 오히려 몰입도를 방해하는 듯했다. 고아성에게만 너무 의존한 듯도 싶고. 물론 유관순에 관한 이야기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그러나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던 그 날의 함성을 떠올리고, 그 만세운동에 앞장섰던 유관순을 간절한 마음으로 애도케 해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제 몫을 했다.      

 

 

우상 이수진 감독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신망받는 자신의 정치 인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는 아들을 자수시킨다.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오직 아들만이 세상의 전부인 유중식(설경구)은 지체장애 아들 부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인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절망에 빠진다. 사고 당일 아들의 행적을 이해할 수 없고, 함께 있다가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아들의 죽음 너머에 드리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중식은 홀로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캄캄한 미로 속을 헤매게 만든 영화였다. 마치 답을 쓰고 싶어도 문제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는 시험지를 받아든 느낌이었다. 번역을 엉망으로 해놓아서 충분히 재미있는 책인데도 도저히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없을 때의 심정이랄까.

 

구명회든 유중식이든 최련화든, 그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것도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한 것인데도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것인 양 잔뜩 폼을 잡은 모양새도 영 마뜩잖았다. [한공주]라는 좋은 영화를 연출한 그 감독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광화문 한복판에 멀쩡히 잘 계시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머리를 댕겅 자른 것은 대체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한 걸까? 필시 우상 숭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듯한데, 너무 오버한 것 같다. 

 

입신양명이 가족보다 중요한 남자, 가족을 위해서라면 온갖 고통과 수모, 굴욕도 마다하지 않는 남자, 한국에 머물기 위해서라면 방해되는 사람을 거침없이 죽이는 불법체류자인 여자가 벌이는 목숨을 한판승부.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뻔할 뻔자 아닐까?

 

 

아무튼 한석규는 한석규대로 낮은 목소리로 입속말을 웅얼거리고, 설경구 역시 버럭버럭 소리만 질러대느라 대사 전달이 분명치 않고, 천우희 또한 분명 조선말인데도 중국이나 동남아권 말마냥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스크린으로 귀를 가까이 가져가기까지 했다. 내참! 감으로 영화를 보란 건가? 

 

게다가 한석규의 아내로 나오는 강말금은 연극배우 출신인 듯한데 국어책을 읽는 것 같은 대사 처리도 그렇고 연기도 무척이나 어색해서 어떻게 저런 연기력으로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라는 믿보배들이 무척이나 아까웠던 영화, 난생 처음 혹평을 서슴지 않고 싶은 영화였다.

 

이상, 고아성 항거: 유관순 이야기 /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우상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