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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돈 류준열 유지태 / 사바하 이정재 박정민 / 증인 정우성 김향기

류준열 유지태 / 사바하 이정재 박정민 / 증인 정우성 김향기

 

올 2월과 3월 개봉작인 [돈][사바하], [증인]의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후기입니다. 류쥰열, 유지태 주연의 [돈]은 증권 브로커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이고 이정재, 박정민 주연의 [사바하]는 종교 관련 스토리이며, 정우성, 김향기 주연의 [증인]은 천재 자폐아를 증인으로 내세우기까지의 감동어린 이야기가 펼쳐지는 법정 드라마입니다.   

 

돈 류준열 유지태 / 사바하 이정재 박정민 / 증인 정우성 김향기

 

박누리 감독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은 빽도 줄도 없는데다, 수수료 O원이어서 곧 해고 직전의 위기에 몰린다. 그때 베일에 싸인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에 참여할 것을 제안 받는다. 하지만 순식간에 큰돈을 벌게 된 그 앞에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나타나 압박해 오기 시작한다.

 

돈 류준열 유지태 / 사바하 이정재 박정민 / 증인 정우성 김향기

 

토사구팽. 용도폐기. 탐욕의 끝은 언제나 예기치 못했던, 아니, 어쩌면 충분히 예상했던 추락이나 죽음뿐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 몸부림치는 사람들, 돈을 던져 뿌리면 그 돈을 한 장이라도 더 줍기 위해 염치고 체면이고 다 버리고 몸을 날리는 사람들. 이들 위에는 마치 신처럼 그들을 내려다보며 주가를 조작하거나 멀쩡한 기업을 한에 날려버리는 것으로 부와 재미를 마음껏 누리는 자들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일하는 증권 브로커들 이야기이지만, 특별히 주식 관련 지식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남의 돈을 필요 이상 욕심내면 종국엔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스토리이니까. 워렌 버핏이 주장하듯 가치투자를 하지 않는한 개미들은 늦든 빠르든 결국 두 손 탈탈 털고 나오는 곳이 주식시장 아닌가? 특히 데이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열심히 차트를 들여다보면서 주문을 넣지만, 실은 증권 브로커들을 먹여살리는 좋은 먹잇감 아닌가? 처음엔 돈을 버는 듯하던 사람들도 끝이 좋은 사람은 없는 듯하기 때문이다.

 

류준열의 원맨쇼라 할 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류준열의, 류준열에 의한, 류준열의 한판이었으니까. 류준열을 얼굴을 보고 있으면 14년 전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이은주가 떠오른다. 순백의 도화지 같아서 어느 캐릭터든 다 소화해 낼 수 있는 듯했던.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된다.   

 

 

사바하 장재현 감독 이정재 박정민 유지태 진선규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는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단체를 조사 중이다.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이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쫓던 경찰과 우연히 사슴동산에서 마주친 박목사는 이번 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 전 터널 사건의 용의자는 자살하고,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나한(박정민)과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의 존재까지 사슴동산에 대해 파고들수록 박목사는 점점 더 많은 미스터리와 마주하게 된다. 
 

 

달을 보느냐,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느냐의 문제는 신앙 혹은 종교에서도 늘 눈을 똑바로 뜨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자신이 믿는 것이 신인지, 아니면 신을 믿으라고 호도하는 신의 탈을 쓴 인간인지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생을 위해 애꿎은 생명들을 수도 없이 앗아가는 인간을 우러러 떠받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허한 마음을 파고 들어가 주인 노릇을 하는 가짜 종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게 다 신을 빙자한 어떤 류의 인간들의 탐욕이 빚어낸 짓이지만, 정작 그 멍석을 깔아주는 것은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이니 이 노릇을 어찌하랴.

  


장면장면이 너무 짧게 짧게 처리되면서 여러 스토리가 마구 펼쳐지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등장인물들도 쓸데없이 많아서 주의력을 분산시키기도 했고.

 

그래도 새로운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 점은 좋았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를 추월하여 맹목적 믿음이란 결코 참된 신앙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건네준 점도 좋았다. [검은 사제들]도 흥미롭게 봤었는데, 장재현 감독의 이런 장르의 시도 응원하고 싶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지 기대도 되고.

 

이정재박정민의 열연이 볼 만했다. 그런데 유지태의 등장은 좀 뜬금없이 이루어진 느낌이다. 상당히 중요한 역임에도 느닷없이 뚝 나타나는데, 아마도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였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유지태는 [돈]에서는 비밀스러운 '번호표'로 나오더니 이 영화에서도 은밀한 존재로 등장한다. (설마 이러다가 비밀스러운 캐릭터로 굳어져 버리는 건 아니겠지? ㅎㅎ)

 

 

증인 이한 감독 정우성 김향기 엄혜란 장영남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천재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고 한다.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지우와 의사소통조차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순호는 그 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서야만 한다.

 

 

진실만을 말하는 지우(김향기)의 입에서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감격해서 울컥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의 표정이 이 영화의 백미다.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가면 되는 것을 우리는 상대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얼마나 소중한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고 있는가 행각하면 답답해진다. 하지만 이제 그 깨달음을 확실하게 얻게 된 변호사 순호, 아니, 이제는 변호사가 아닌 순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꿋꿋한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웃고 있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친구. 화내고 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 자폐아여서 겉으로는 비정상인 것 같아 보여도 사실 지우는 여느사람보다 상대의 마음을 더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다. 우리는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에 얼마나 현혹되고 있는가? 우리가 못 보는 것을 지우는 보는데, 어떻게 지우를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천재 자폐아 연기를 기가 막힌 연기로 보여준 김향기, 앞으로 얼마나 큰 배우로 성장할지 지켜보는 재미를 준다. 그리고 늘 빛나는 아우라 속의 정우성은 이제 연기로도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이 오히려 때로는 걸림돌이 되기도 햇던 듯한데, 이제 그 지점은 완벽하게 넘어선 것 같다.

 

좋은 영화였다. 우리나라도 자극적 소재가 아닌 이런 잔잔하면서도 메시지가 강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구나.

 

이상, 영화 돈 류준열 유지태 / 사바하 이정재 박정민 / 증인 정우성 김향기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