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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조승우 이동욱 [라이프] 바꾸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첨예한 대립

조승우 이동욱 [라이프] 바꾸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첨예한 대립 

 

지난주 새로 방영하기 시작한 JTBC의 [라이프]는 <바꾸려는 자, 조승우><지키려는 자, 이동욱>을 내세워 병원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치는 의학드라마다. 전혀 힘이 없는 평범한 의사가 사장, 그 위의 더 큰 재벌집단에 맞서싸우는 스토리인데, 그간의 의학드라마가 주로 의사들간의 갈등과 대립을 다룬 것이었다면 [라이프]는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병원 내 권력싸움, 병원 경영에 관한 사장과 의사들 간의 생존을 건 투쟁을 보여주고 있다.

 

조승우 이동욱 [라이프] 바꾸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첨예한 대립

 

병원 안 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여느사람들도 과잉진료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 나눠보거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신약이나 신기술이 들어오면 무조건 비싸게 값을 매겨 치료받게 한다거나, 비싼 의료기기를 들여다놓고는 그 기계를 작동시켜야만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안 그래도 여러 모로 힘든 환자에게 필요치 않은 검사를 계속 받게 한다거나, 병원의 성과급제도 때문에 의사들이 돈이 되는 의료에 더 신경을 쓴다는 등의 이야기다. 

 

조승우 이동욱 [라이프] 바꾸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첨예한 대립

 

[라이프]를 보니 그런 말들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인명 중시보다는 성과와 실적, 라인을 중시하는 병원 내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드라마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프]는 지난해 방영됐던 tvN [비밀의 숲]의 작가 이수연 극본인데다, 당시 호흡을 맞췄던 조승우, 유재명 등도 함께 등장하여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드라마 [라이프]는 상국대병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병원 경영진과 의료진 사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가치로 여기는 이동욱은 의사로서의 사명을 지키고자 분투하는 예진우 역을, 오직 수익 창출만이 최우선목표인 조승우는 병원에 새로 부임한 냉혈한 총괄사장 구승효 역을 맡았다. 그 외에 드라마를 이끌어갈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대거 출동하는데, 먼저 홈페이지에 소개된 [라이프]의 등장인물들 중 주요인물을 살펴보자. 

 

 

예진우(이동욱) 상국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는 편도 아니고 이목을 끄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 조용히 일만 하는 응급의료센터 전문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의사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있는데, 이는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 같았던 원장 이보훈이 진우에게 가르쳐주고 남겨준 위대한 유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유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일터이자 모교이며 집이나 다름 없는 상국대병원에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 구승효가 사장으로 부임해 온 것이다. 의료기관과 기업을 똑같이 운영하며 수익구조에 집중하는 사장 구승효를 막지 않으면 앞으로 병원이 어떻게 될지 불보듯 뻔하기에 그는 어렵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구승효(조승우)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

 

화정그룹 장학금 1기 수혜자로서 졸업 후 화정그룹에 입사, 장학생 시절부터 그를 눈여겨본 1대 회장의 곁을 수행하다가 그룹 최연소 CEO에까지 이른다. 강성노조로 유명한 화물회사를 4년간 이끌다가 그룹이 최근 매입한 상국대병원에 총괄사장으로 부임해온다.

 

끊임없이 사업 방향을 구상하고, 플랜B를 찾고, 앞으로 불어칠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고자 노력하는 그에게 기업인으로서 영업이익 추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그는 의료를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의사들을 향해 "병원도 기업이고 의료도 산업입니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내뱉는다. .

 

 

김태상(문성근) 상국대병원 부원장/정형외과 센터장

 

상국대병원의 만년 부원장. 네 번 연임에 성공한 원장 이보훈 밑에서 세 번이나 부원장 자리를 지켰다. 장장 11년이다. 한때는 형님 아우 할 정도로 친했던 의대 선배이자 직장 상사인 이보훈과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되자 사람좋은 이보훈 원장 밑에서 쓴소리 싫은 소리 다 맡아하며 뒤치다꺼리를 했던 그는 더 참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작은 함정을 파놓는다.

 

 

故 이보훈(천호진) 상국대학병원 前 병원장/정신과

 

의사로서의 윤리의식과 신념, 온화한 성품까지 지닌 이상적인 의사다. 친절하고 배려깊은 진료로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로부터도 존경을 받는다. 병원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병원장을 연임해 왔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가 놓지 않았던 것은 몇 달 전 재단이 바뀌면서 불어닥친 병원 영리화의 기세다. 구승효가 병원을 기업화시키는 것을 저지하려고 혼자 고군분투하지만 이원장의 죽음 이후 영리화는 급속도로 진행된다.

 

 

[라이프] 2회에서는 구승효(조승우)예진우(이동욱)가 지방의료원 파견 문제를 두고 날선 대립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수익을 올리기에 혈안이 된 구승효는 상국대학병원 의사들을 지방의료원으로 파견하려고 한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료학과 등 적자 부서들을 지방으로 보내면서 의사들의 월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의사들은 하나같이 크게 반발하지만, 구승효는 자기 나름의 확고한 이론으로 의사들의 말문을 단번에 막아버린다. 

 

한편 지방의료원 파견 문제를 타개할 실마리를 찾고자 각 과를 돌아다니며 동태를 살피던 예진우는 마침내 '과별 매출평가액' 자료를 손에 넣고, 이 자료를 통해 이번의 병원 결정이 오직 적자 부서를 정리하기 위한 것임을 확실히 깨닫게 된다. 그는 곧 죽은 이보훈 원장의 아이디로 과별 매출평가액 자료를 게시판에 올린다. 이번 파견이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자본논리에 의한 퇴출임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게시판의 글을 본 의사들은 저마다 동요하고, 구승효는 그 게시글을 올린 것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일에 돌입한다. 예진우와 구승효의 첨예한 대립의 첫 신호탄이 울린 것이다.   

 

 

드라마는 병원 영리화를 위해 치달리는 자들을 그리고 있지만, [라이프] 1회에서는 지금은 고인이 된 이보훈 원장이 이런 말을 한다. "상국대학교병원 성과급제 확대 시행 지침서"가 내려오자 의사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연 자리에서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하면서 한 말이다.  

 

"환자가 돈줄로 보이기 시작하면 그 의사는 더 갈 데가 없어. 배우러 온 학생한테 돈 뜯어낼 궁리만 하는 선생을 선생이라고 할 수가 있나. 학생은 선생이 푼 문제의 답이 잘못된 것이라도 알지. 우리가 하는 수술, 우리가 내리는 처방은 일반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몰라. 그래서 의술이 무서운 거다. 그것이 우리가 더욱 더 독하게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야. 그런데 이딴 걸 지침이라고 내려보내? 아무리 사기업이 대학재단을 통째로 먹었다 해도 이건 아니야. 이래서는 안 돼.  

 

그 말에 김태상 부원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위에서는 성과급제도가 효율성과 직결된다고 믿는 모양입니다"라고 말하자, 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인다.

 

효율? 더 비싼 약품, 더 고가의 시술, 처방을 한 의사한테 돈을 더 많이 주는 것이 효율인가? 환자가 위급하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달려가야지. 남이 환자 보는 시간에 내가 환자 잘못 봐서 성과가 떨어질까봐 몸을 사린다면 그 성과는 어떻게 할 건가.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뛰어가는 사람들이 간호사 선생들이다. 그건 어떻게 수치화할 거야? 

 

의술이 인술이 아닌 상술이 되어가는 요즘, 병원 관계자들이나 의사들이 필히 귀담아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아니, 오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병원과 의사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희망사항이라는 것이 더 옳을 듯싶다. 

 

우리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제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들보다 더 좋은 머리로, 더 힘들게 노력해서 차지한 자리이니, 그래서 남들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삶을 사는 것은 그 노력에 대한 너무나도 당연한 대가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한다면야 달리 할 말이야 없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과 소시민들의 입에서 나오는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엄연히 차원이 다를 테니 말이다.   

 

이상, 조승우 이동욱 [라이프] 바꾸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첨예한 대립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