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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미스 함무라비 아무리 "내 손가락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라지만..

 

미스 함무라비 아무리 "내 손가락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라지만..

 

미스 함무라비 아무리 "내 손가락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라지만..

 

"남의 다리 부러진 것보다 내 손가락 밑 가시가가 더 아픈 법"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꼭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해도, 또 그 아픔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한들 내 아픔을 두고 남의 아픔에 더 가슴아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내 아픔이 더 크다고 한다면, 막말로 눈에 뵈는 게 없이 폭주한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자 본성이고, 또 그것이 약육강식의 정글이나 다를 바 없는 이 세상에서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니 말이다.

 

미스 함무라비 아무리 "내 손가락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라지만..

 

그러니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JTBC의 법정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지극히 정의롭고 반듯한 성품을 가진 임바른 판사(김명수)라 해도 그런 상황을 피해가기는 힘들었을 게 분명하다. 아무려면 눈앞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통증을 호소하며 나동그라지는 데야 남들의 고통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다.

 

 

응급실에 가보면 알지만, 누구할 것 없이 위급한 상태로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기에 1분1초를 다투게 마련이다. 이런 와중에 계속 고통을 호소하는 어머니 때문에 금세라도 정신줄을 놓아버릴 것 같은 임판사는 오가는 의사며 간호사들을 붙들고 빨리 좀 진료를 해달고 다급하게 부탁해 보지만, 간호사들은 환자가 많아서 그러니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심지어는 자기보다 늦게 온 환자를 먼저 진료실로 데리고 들어가는 의사를 보게 되자 임판사는 의사를 막아서며 "지금 뭐하는 거냐? 우리가 먼저 왔잖아!" 하고 항의를 해보지만 그저 비키라는 말만 듣는다.  

 

 

다급해질 대로 다급해진 임판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지금 응급실에 와 있는데, 많이 안 좋아서 미안하지만 네가 이야기를 좀 해서 속히 진료를 받게 해줄 수 없겠냐"고 울며 부탁한다. 그리고 고맙게도 임판사의 어머니는 친구의 도움으로 응급실에 와 있던 다른 환자들보다 먼저 진료를 받으러 가게 된다. 

 

 

잠시 후 안절부절 못하며 엄마를 기다리던 임판사에게 의사가 다가와 "요로결석이다. 굉장히 아프긴 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는 병은 아니다. 들어가 있는 돌이 비교적 작다. 진통제 놔드렸으니 물 많이 드시면 소변으로 나올 거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에 마음을 놓는 것도 잠시, 의사는 "아까 그 휠체어에 탔던 노인분은 뇌혈관이 터져서 온 것이다. 환절기라 응급상황에 놓인 노인분들이 많다. 난 지금 3일째 두 시간도 못 자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판. 사. 님." 하고 정색한 표정으로 말을 딱딱 끊어 덧붙인다. 화가 나는 것을 간신히 꾹 눌러 참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의사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임판사는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조아리고는 그제서야 너나할 것 없이 위급을 다투는 상황인 응급실 안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리고 "우리가 먼저 왔는데 왜 안 봐줘! 돈 있고 빽 있는 놈만 먼저 봐주는 거야"라고 소리치는 사람을 보게 된다.

 

그 동안 남에게 자그마한 폐조차 전혀 끼치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하고 또 그렇게 살았다고 자부해 왔지만,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임판사 역시 저도 모르게 여느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내 손가락 밑 가시가 더 아프다"는 이기심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임바른 판사에겐 여느사람들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비록 고통을 호소하는 어머니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태를 파악한 순간 총알 같은 속도로 제 잘못을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새치기를 당하고 억울해하는 그 사람에게 바로 사과를 한 것이다. 

 

그것도 그저 말뿐인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용서를 구한 임판사다. 어쩌면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사실은 이 <한 가지 다른 점>이 "내 손가락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라는 것을 당연한 듯 내세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참으로 크나큰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아마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임판사처럼 진정성있게 용서를 구한다면, 날이면 날마다 사람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실제로 며칠 전에도 군산에서 외상값 10만원을 더 받았느니 덜 받았으니 하며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은 끔찍한 방화사건까지 벌어지기에 이르고, 그로 인해 아무 죄도 없도 없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이 사건 또한 어느 쪽이든 자기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했다면 일어나지 않아도 됐을 불상사였다. 그런데도 줄곧 변명만을 늘어놓거나,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자기 주장만을 밀어붙이면서 화를 터뜨리거나, 그것도 모자라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라느니 뭐니 하고 헛소리까지 하고 나서면 안 그래도 억울해서 죽겠는 사람의 심정에 분노의 불을 지피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미스 함무라비] 9회에서는 전관예우의 문제도 다루었는데, 이 문제 역시 '내 편 봐주기' 혹은 '내 논에 물 대고 보기'라는 인간의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그곳이 바로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원칙에 그 존재가치가 있는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 중 몇 퍼센트일 뿐이라고 해도 박차오름 판사(고아라)의 말처럼 썩은 사과가 하나가 결국은 모든 사과를 썩게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닐까. 이른바 '썩은 사과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평소 '구부러지느니 차리리 부러지겠다'는 강직한 태도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못마땅한 시선을 받곤 하는 박판사를 따뜻이 감싸주던 감성우 부장판사(전진기)다. 그런 그가 박판사를 직접 찾아와 “주심 사건 중에 아세아화장품 있지? 다른 뜻은 없고 기록을 정확하게 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박판사는 아무리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성우 부장의 부탁이라 해도 평소의 올곧은 성품대로  “지금 제게 청탁하시는 건가요?”라며 단호하게 자른다. 그리고 감부장이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까지 찾아간 사실을 알아내고는 "이건 범죄"라며 임판사와 함께 한세상 부장판사(성동일)를 찾아간다.

 

 

박판사의 말을 들은 한부장은 감부장을 찾아가고, 감부장은 "별말이 아니었다. 그저 기록을 꼼꼼히 봐달라고 부탁 한 것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한부장은 "대한민국 판사들이 부탁을 받아야만 기록을 꼼꼼히 보냐!"고 소리치고, 이에 감부장은 "한대표는 그 동안 아무 조건 없이 10년 세월을 친형제보다 더 살갑게 나에게 잘해 준 사람"이라며 구차한 변명을 늫어놓는다.

 

하지만 한부장은 감부장이 자신의 딸 유학 자금까지 아세아화장품 대표로부터 도움받은 적이 있다는 것까지 알아내고는 “이 친구, 경계가 없는 게 아니라 아예 개념이 없는 사람이구만!” 하며 크게 분노한다. 그리고는 깊은 고민 끝에 수석부장을 찾아가 이 사실을 그대로 알린다.  

 

 

결국 감부장은 검찰수사관에게 끌려가게 된다. 박판사는 여러 판사들이 보내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검찰수사관에에 끌려가는 감부장의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직위가 높은 사람들, 이른바 '기득권자들의 갑질'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날들이다. 법정 역시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다 보니 예외는 아닌가 보다. 게다가 브로커라는 하이에나까지 판을 치고 있으니, 일반 서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러 갔다가 혹만 더 붙이고 오는 일도 허다한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만이라도 지켜야 할 필요가 더욱 커지는 요즘이다.  

 

이상, 미스 함무라비 아무리 "내 손가락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이라지만..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