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아버지 최민식의 선택 - 돈이냐, 진심이냐? 아니면 침묵이냐?
■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잖아!"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요즘,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돈으로도 안 되는 일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일 정도랄까. 아니, 이것도 앞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무덤에 들어갔다가도 상상도 못할 돈을 준다면, 관을 뚫고서라도 뛰쳐나오고 싶을 만큼 돈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최민식 주연, 정지우 감독의 영화 [침묵]에서 최민식은 바로 그런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임태산 역을 맡고 있다. 재력과 사랑, 세상을 다 가진 그는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고, 사람의 마음도 얼마든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도, 친지도, 동료도 돈이 없으면 결국에는 다 떨어져나간다고 철석같이 믿는 그의 입에서 돈, 돈, 돈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무슨 소리! 돈이면 다야? 진심이 있어야지!"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상에는 그깟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돈으로 자신을 좌지우지하려 하거나 매수하려는 자들 앞에서 결코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더 이상 큰소리치지 못한다.
약혼녀이자 유명가수인 유나(이하늬)를 살해한 용의자로 딸 미라(이수경)가 지목되자 임태산은 그날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몸을 사리는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고의 변호인단을 마다한 채 미라의 무죄를 믿고 보듬어줄 젊은 변호사이자 미라의 선생이었던 최희정(박신혜)을 선임한다.
■ "그렇다면? 돈과 진심이 합쳐지면, 침묵할 수 있을까?"
역시나 이 일에서도 그 동안 해왔던 대로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임태산은 돈보다는 진심을 택하는 사람들의 등장에 난감해진다. 하지만 돈만 내세우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그런 아버지 곁을 지키는 약혼녀를 증오하는 딸일망정 단 하나뿐인 혈육을 위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분투를 벌인다.
결국 돈만으로도 안 되는 일, 진심만으로도 안 되는 일을 돈과 진심을 합친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 앞에서 영화 [침묵]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침묵한다. 정지우 감독은 “우리는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지만, 그것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 있다. [침묵]을 통해 사실과 진실이라는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사실' 뒤에 몸을 감춘 '진실'은 돈과 진심이 합쳐진 최민식의 부성애 앞에서 꼬리를 감춘 것이다. (그 부성애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이 영화에서 논외다.)
■ [침묵]을 위해 침묵하기
[침묵]의 배우들은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스포일러 방지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고 한다. 살인사건의 키를 쥔 김동명 역을 맡은 류준열, 임태산의 약혼녀로 살인사건의 발단이 된 유나 역의 이하늬, 임태산의 딸이자 사건의 용의자인 이수경, 그리고 재력과 노회함으로 주변사람들을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처럼 만들어버린 최민식이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스포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미스터리 드라마와 같은 듯 다른 [침묵]의 색다른 흥미로움이 돋보이는 이유다.
이상, 침묵 아버지 최민식의 선택 - 돈이냐, 진심이냐? 아니면 침묵이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