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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부라더 마동석 이동휘 형제는 찌질했다

 

부라더 마동석 이동휘 형제는 찌질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지인 중에 집에서 제사를 13번이나 지내는 분이 있었다. 2대 독자였는데, 당시 대학 때부터 사귀어온 여자에게 결혼하자는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분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마 한 해 제사 13번에 추석, 설명절까지 합쳐 총 15번이나 제삿상과 차례상을 차리게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제사를 13번이나 지내야 한다면 결혼조건으로는 최악인 셈이었다. 

 

마동석이동휘 주연의 영화 [부라더](장유정 감독)를 보는 동안 내내 그 지인 생각이 났다. 식구도 적어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결혼한 누나가 전부였는데, 1년 열두 달 거의 매일 제삿상에 올렸던 음식을 먹어치워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고역이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어대던 모습도 떠올랐다. 오랫동안 못 만나서 근황은 모르지만, 그 후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서 제사 횟수도 좀 줄이고, 제삿상에 올리는 음식도 좀 줄여서 그 고역에서 부디 벗어나 있기를 바래본다. 

 

부라더 마동석 이동휘 형제는 찌질했다

 

[부라더]에서 종손 석봉 역을 맡은 마동석의 어릴 적 꿈은 '고아'다. 하긴 제사가 23번이나 되는 집에 종손으로 태어나 어릴때부터 가문의 억압 속에서 짓눌리듯 살아온 마동석 입장에서는 가족이라는 것이 끔찍했을 법도 하다.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난 장남이라면 마동석과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도 제법 있을 듯싶다. 장남이라는 이유로 어린 나이부터 짊어져야 할 의무의 무게가 상당할 터이기 때문이다. 

 

한편 주봉 역을 맡은 둘째아들 이동휘의 꿈은 '형'이다. 종손인 형만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바람에 자신은 찬밥 신세였다는 생각에만 빠져 장손이 짊어진 고통은 알 길 없었으니, 그저 떠받듦을 받는 형이 부럽기만 했을 것이다. 

 

남들 보기에는 뼈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뭐가 부러운 게 있으랴 싶겠지만, 당사자들이 겪어야 하는 심란함은 여느사람들로서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아마 지금도 전통문화를 그대로 지키며 사는 가문의 자손들 중에는 이런 애로사항을 말없이 견디느라 고통스러운 삶을 살거나, 아니면 [부라더]의 형제 석봉과 주봉처럼 되도록 집과는 멀리 떨어져 살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마지못해 집을 찾는 반항적 삶을 살고 있으리라.  

 

 

이처럼 재미난 코미디 영화인 줄로만 알고 보러 갔던 [부라더]는 전통세대와 그 뒤를 잇는 현세대의 접점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학과 풍자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마동석을 보는 재미가 아니었다면 별다른 매력도 느낄 수 없었고, 전개도 시종일관 어수선해서 잘 몰입이 되지 않았다. 빵 터지는 유머코드도 없어서 마치 소리소문도 없이 피시식 바람이 빠져나간 풍선을 보는 느낌이었다. 생각만 해도, 보기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케미가 제대로 우러나지 않은 것도 좀 실망스러웠다.

 

9년간 대학로를 사로잡은 스테디셀러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영화로 만든 장유정 감독은 “억지로 웃기려 하기보다는 그저 캐릭터에 몰입하고, 대사와 상황들로 유머를 선보이려 했다"고 하는데,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은 것이 지나쳐 오히려 너무 밋밋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언제든 웃음을 터뜨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건만, 결국 멀뚱멀뚱 스크린만 뚫어져라 보다 나왔으니 말이다. 마동석이면 마동석, 이동휘면 이동휘,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는 배우들인데, 둘이 합쳐져 더 커질 수 있는 재미의 시너지 효과가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다만, 5백년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안동의 퇴계 태실(퇴계 이황 출생지.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60호)과 보물 제450호로 지정된 의성 김씨 종택을 영화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제사며 명절 등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된 요즘, 점점 퇴색해 가는 전통문화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어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가문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만 했던 옛 시절의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의 애환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본 것도 괜찮았다.

 

이상, 부라더 마동석 이동휘 형제는 찌질했다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