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명, 시간, 삶은 모두 사랑을 위한 소모품이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폐기되는 소모품이다. 오래 보존하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유효기간 내에 잘 써야 한다.가지는(Take) 인생이 주는(Give, 寄附) 인생으로,
이기는 인생이 지는 인생으로,
내 능력에 바탕을 두었던 인생이 나를 치우는 인생으로 바뀌어야 한다.
위 글은 지난주 주보에 실렸던 글에 발췌한 것입니다.
종교와 관계 없이 어떤 삶의 여정을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글이어서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아래에 전문(全文)을 소개합니다.
깊은 산이나 망망대해에서 별빛은 생명의 길을 인도해 줍니다.
도시의 밤은 화려한 네온사인 때문에 별빛이 보이지 않습니다.
별빛은 하느님의 빛이고 네온사인 불빛은 인간 욕망의 불빛입니다.
인생의 참다운 길을 잃어버린 인간에게 하느님의 빛이 간절합니다.
온갖 화려한 음식들이 각기 제 맛을 자랑하고 있는
산해진미의 식탁에선 한줌 소금의 가치를 모릅니다.
그러나 달고 맵고 신 것 모두를 포기하더라도 짠 것을 포기하면 인간은 죽습니다.
인간 몸에 염분이 없으면 죽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소금으로 생존하고, 빛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 나아갑니다.
빛과 소금은 자기가 없어져야 비로소 그 효능을 발휘하는 것들입니다.
빛을 내려면 제 몸이 타 없어져야 하고,
소금이 맛을 내려면 스스로 녹아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착한 행실이라는 것은
‘자기 것이 없어지며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 것이 없어지지 않은 착한 행실이란 말뿐인 거짓이며,
희생 없는 공치사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착한 행실을 하려면 우리의 시간과 돈이 없어지고,
마음은 상처입을지 모르며, 이름도 없어질 것입니다.
없어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용기를 줍니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 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주리라.”
우리 인생은 어느 때까지는 모으는 과정이겠지만,
그 이후는 없어지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가지는(Take) 인생이 주는(Give, 寄附) 인생으로,
이기는 인생이 지는 인생으로,
내 능력에 바탕을 두었던 인생이 하느님 능력이 발휘되도록
나를 치우는 인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고생하여 돈을 벌고 명예를 얻은 후 그것이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녹여 짠맛을 내고, 그것을 태워 빛을 내야 합니다.
창고에 넣어둔 소금과 함지 속에 넣어둔 등불은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착한 행실을 위해 내 것을 녹이고 내 이름을 태워 없앨 때
하느님 사랑의 맛이 나고, 사랑의 하느님 이름이 빛납니다.
우리의 생명, 시간, 삶은 모두 사랑을 위한 소모품입니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폐기되는 소모품입니다.
오래 보존하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유효기간 내에 잘 써야 합니다.
사랑을 위해 내 마음을 다 녹이고 내 몸을 완전히 연소해야 합니다.
살아 있을 때 사랑하기 위해 죽으면, 죽을 때는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울대교구 고찬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