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 뛰는 김갑수 위에 나는 박신양
매주 지긋지긋한 불볕더위에 한 차례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시원함을 선사해 주는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입니다. 그 주역은 단연 믿고 보는 배우 박신양이 연기하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인데, 갈수록 맞싸워야 할 적수가 더 대단한 거물이어서 잘 해낼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물론 잘 해낼 거라고는 믿습니다. 조들호 변호사도 말했듯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인데, 이미 권력과 금력을 쥔 자들에 의해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밑바닥까지 경험한 조들호입니다. 게다가 그가 가진 무엇보다도 큰 무기는 정의를 지키는 편에 섰다는 것입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뛰는 김갑수 위에 나는 박신양
잘못된 길을 걷는 자는 지금은 꽃길을 걷는 것 같아도 그 길이 결국은 가시밭길이 되지만, 반대로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은 지금은 비록 가시밭길을 나아가는 것 같아도 그 길은 결국 꽃길로 이어지는 법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그 진리는 아직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罪者如作歸之(죄자여작귀지), 즉 "죄는 지은 대로 간다"는 말도 있듯이 늦고 빠르고의 차이가 있을 뿐 죄를 지은 사람이 누구든 그 죄과를 받게 마련입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비록 현실은 말 그대로 암울해서 그저 라마에서나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사이다 같은 맹활약에 대리만족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뛰는 김갑수 위에 나는 박신양이 어서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뱀처럼 사악한 진짜 악인 김갑수의 본모습을 만천하에 완벽하게 까발리는 순간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또 조들호에게 당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신지검장이다. 조들호가 자신과 대화그룹 정금모(정원중) 회장과 로펌 금산의 대표 장신우(강신일)와 함께 막후에서 조성한 비자금 은신처인 장해경(박솔미) 부대표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자선단체로 만들어버리고 비자금도 기부한 것처럼 언론에 알렸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최근 신지검장이 정회장과 장대표를 남모르게 압박해 자기 것으로 차지하려고 했던 무려 300억이라는 거액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신지검장은 자신을 찾아온 조들호에게 애써 분노를 참으며 싸늘한 표정으로 "너 앞으로 감당할 수 있겠냐? 이런다고 해경이 풀려날 거라 생각하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돈의 출처가 신 검사장님이라고 알릴까요"라는 조들호의 유들유들한 협박에 별수없이 굴복하고 아들 신지욱(류수영) 검사에게 "저쪽에선 이미 언론을 등에 업었다. 명분에서 밀렸다"라며 장해경을 풀어주고 수사를 종료시키라고 지시한다.
갑질의 대마왕인 대화그룹의 정회장이 악질 중의 악질인 줄 알았는데 교활함과 노회함까지 곁들여 사악함으로 치자면 한술 더 뜨는 신지검장이다. 지난번에 "정회장이 자신을 이용한 게 아니라 자신이 정회장을 이용해 온 것이다"라고 말한 적 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그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 이런 신지검장을 보고 조들호는 "치밀하고 신중한 검사장이지만 이제는 이성을 잃은 것 같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야욕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가"라며 안타까워한다.
약이 바짝 오른 신지검장은 다시 행동을 개시해 미리 회유해 둔 로펌 금산의 김태정(조한철) 변호사에게 금산의 매출내역을 건네받고, 국세청은 금산에 대한 세무조사를 착수한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장신우 대표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다. 재판에서 아버지 장대표의 변호인으로 나선 장해경은 "혐의가 드러난 사실에 대해선 인정한다. 피고인은 이미 모든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순순히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장대표가 불구속수사로 풀려나온 후 로펌 금산 앞에서는 금산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김태정 변호사는 파트너 변호사들과 함께 대동하고 장대표 앞에 나타나 "아무래도 대표님께서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 같다. 재판 과정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악화될대로 악화됐으니 회사를 위해 물러나달라"고 말한다.
엎친데덮친 격의 충격을 받은 장신우 대표는 쓰러지고 만다. 그제야 비로소 그 동안 김태정 변호사가 로펌 금산의 장부를 넘기고 신영일 지검장의 지시 아래 모든 계획을 짰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에 큰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은 것이다.
신지검장의 농단으로 쓰러진 사람은 장신우 대표만이 아니다. 대화그룹의 장회장 또한 구속을 앞두고 완벽하게 배신을 때린 신지검장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고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은 권세를 누리던 두 사람이 병상에 누운 모습이 깨소금 맛이어야 할 텐데, 너무나 호된 꼴을 당한 것이 딱해서인지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도 하다.
그 동안 자신과 손을 잡고 함께 일을 도모해 온 이 두 사람, 아니,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위해 일해 온 셈이 된 이 두 거물을 한꺼번에 쓰러뜨린 신지검장은 이제 이 두 사람의 쓰러진 몸을 밟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내정된다. 비자금 300억원은 자기 손에 쥐지 못했지만 이번 일로 깨끗한 이미지와 능력을 인정받아 그 동안 꿈꿔온 검찰총장이라는 권력을 쥐는 데에는 드디어 성공 일보 직전에 다가간 것이다.
검사들 집단은 발빠르게 신영일 검찰총장 내정자를 위해 축하파티를 연다. 그러나 한껏 들뜬 기분인 신지검장 앞에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타나는"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커다란 양주를 품에 안고 모습을 드러낸다. 신지검장이나 검사들에겐 영락없는 불청객이지만, 시청자들에겐 이쯤에서 등장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정의의 사도> 조들호다. 뭐 저리 큰 술병을 들고 나타났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지만, 그 양주의 용도는 금세 알게 된다.
잠시 후 단상으로 뛰어올라간 조들호는 "그 동안 검찰총장 내정자 중에 정식으로 임명장을 못 받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조들호가 약속드립니다. 신영일 내정자는 샴페인 대신에 미역국을 먹게 될 겁니다"라며 들고 온 양주를 축하케익 위에 쏟아붓는다. 축하파티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돼버리고, 머리 끝까지 화가 치민 신지욱 검사는 단상 위의 조들호를 향해 돌진한다.
샴페인 대신 미역국을 먹이겠다니,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조들호 변호사이기에 분명히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이제 두 회를 남긴 채 종영을 앞두고 있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조들호 변호사가 어떤 활약으로 <뛰는 김갑수 위에 나는 박신양>이 되어 드라마에서나마 속시원하게 정의 구현을 실천해 보이는 대리만족을 안겨줄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이상, 동네변호사 조들호 뛰는 김갑수 위에 나는 박신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