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침볼도 자연산물을 의인화한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는 뛰어난 그림 솜씨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기상천외한 그림을 그린 이탈리아의 화가입니다. 아르침볼도의 그림은 초상화라고 해야 할지 정물화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면서도 의미있고 흥미로운 표현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데, 즉 과일이며 채소, 꽃이며 동물, 사물 등이 집합적으로 그려져 있고 이것들이 모여서 사람의 얼굴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 얼굴을 한결같이 이런 식으로 그렸는데, 분명 화폭은 2차원의 평면인데 그려진 과일이나 채소는 3차원의 입체처럼 보이는 특색이 있습니다.
아르침볼도 자연산물을 의인화한 화가
당시 황제와 지배자들은 아르침볼도의 그림을 선호했으며, 이를 고관대작들에게 선물로 주어 자신들의 권위와 신망을 높이는 데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받은 사람들 또한 한결같이 아르침볼도의 풍자적이고 농담 같은 표현을 보면서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의학박사 문국진이 [질병이 탄생시킨 명화]에서 들려주고 있는 아르침볼도 자연산물을 의인화한 화가를 포스팅해 보았습다. 피아노가이즈의 The Mission / How Great Thou Art도 함께 올립니다. 이과수폭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시원한 느낌이 드실 겁니다.
The Mission / How Great Thou Art - ThePianoGuys
<봄> 1563, 싼페르나도왕립미술관
페르난도 1세에게 바친 <봄>에는 무수히 많은 꽃과 꽃봉오리, 잎으로 사람 얼굴을 형성하고 있다. 그림에서 거리를 좀 두고 바라보면 아름다운 숙녀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피부나 머리칼, 의복으로 보였던 것은 착각이며 정밀하게 그려진 꽃잎과 잎, 그리고 줄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부는 핑크색 꽃과 꽃임으로 생생해 생기 넘치는 꽃으로, 의복은 녹색 식물의 집합체이고 코는 백합의 봉오리로 귀는 튤립, 눈은 두 개의 꽈리열매와 그 꽃으로, 옷 동정은 흰 꽃잎으로 목과 의복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불>, 1566, 빈미술사박물관
<불>은 몸통에 해당되는 부위는 총과 대포, 턱은 불이 점화된 램프대, 수염은 불쏘시개, 코와 귀는 불 부시, 눈은 초, 이마는 도화선, 머리는 장작더미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사서, 1566,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사서)>(司書)는 비쩍 마른 것으로 보아 춥고 배고픈 청빈한 사서로 보인다. 이를 다소나마 위로라도 하듯 왼쪽 어깨에 애정이 담긴 포근한 커튼을 덮어준 것에 화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법조, 1566,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법조>는 법조인을 풍자한 그림이다. 머리와 얼굴은 프랑스병(당시 매독의 병명)으로 다 빠지고 망가져 얼굴 전체를 삶은 닭과 튀긴 생선으로 덮었으며, 아직 솜털이 남아 있는 닭의 눈이 사나이의 눈이 되고 입은 생선의 입이 대신하고 있다. 몸에는 고가의 모피코트를 입고 배에는 서류상자가 있으며 가슴에는 귀중한 재판서류로 가득차 있어 법조인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재판은 기지와 이치로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억울한 사람을 없애고, 법정에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상대의 주장에 흠집내고 입장을 당혹스럽고 난처하게 만들어서라도 무조건 자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내세우는 것은 도덕에 어긋나는 짓이다. 그런데 개중에는 이러한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재판을 자기 주장에 유리하게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법조인도 있다는 것을 은근히 조롱하고 있다.
플로라, 1591, 파리, 개인소장
아르침볼도의 생각을 표현한 대부분의 얼굴그림은 옆모습으로 표현되었지만, <플로라>는 전면의 그림으로 얼굴이 뚜렷이 나타나게 그렸다.
플로라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꽃의 여신'이다. 따라서 꽃의 여신답게 그 균형잡힌 아름다움을 여실히 나타내기 위해 얼굴을 전면으로 하고 검은색 배경에다 얼굴과 목은 흰색과 핑크색의 꽃과 꽃잎을 조화해서 마치 얼굴이 어둠에서 튀어나오는 것같이 표현하여 꽃의 여신'임을 강조했다.
머리에는 빛깔 짙은 꽃들이 있는데 마치 화관처럼 보인다. 목 주위는 흰 꽃의 연계로 옷깃을 삼았으며 꽃의 수술을 다수의 노란색 점으로 표현해 활기를 찾고 있다. 검은 꽃으로 된 옷을 입고 있으며 가슴에는 다산의 상징인 노란 나리꽃을 달고 있다.
베르툼누스, 1590,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베르툼누스>는 아르침볼도가 어느 황제보다 자신을 더 사랑했던 루돌프 2세를 그린 것으로, 고대 로마의 베르툼누스 신으로 분장한 루돌프 2세를 과일, 야채, 꽃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자연을 지배했던 베르툼누스 신과 마찬가지로 루돌프 2세도 자연을 지배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그림이었기에 루돌프 2세로부터 치하를 받았다고 한다.
아르침볼도의 그림에 감탄한 그의 친구이며 시인인 코마니니는 아르침볼도의 그림을 시로 예찬했다. 그리고 작가 카이카라도 아르침볼도의 그림을 이 세상 누구보다도 정확히 이해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시라고 극찬하며 "태고에는 모두가 야생동물이어서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 생물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생각으로 그림에 임한 아르침볼도는 플라톤처럼 인간, 동물, 식물을 우주의 구성단위로 보고 그 통일성을 어제나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상, 아르침볼도 자연산물을 의인화한 화가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