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는 키우기가 매우 어려운 생선이라고 한다.
무조건 한쪽 방향으로만 헤엄치는 습성이 있어서 수족관 안에 따로 물의 흐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헤엄쳐 가다가 수족관 벽에 머리를 부딪쳐 바로 죽기 때문이다.
양도 흔히 순한 동물로 생각하는데, 이것은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가치관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양을 아주 이기적이고 고집스러운 동물로 풍자했다고 한다.
남이 잘 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동물로 알려진 양은 단순하기까지 해서
우두머리 뒤만 졸졸 따라가다가 앞에 선 우두머리가 절벽으로 뛰어내리면
자기도 무작정 그 꽁무니만 보고 뛰어내린다고 한다.
게다가 여름엔 다닥다닥 붙어 자고 겨울엔 하나씩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자는데,
그 이유는 여름엔 옆에 있는 양이 시원할까봐 더 더우라고 몸을 바짝 밀착시키는 것이고,
겨울엔 옆에 있는 양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싫어서 따로 떨어져 자는 것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양은 조금만 추워도 잘 얼어죽는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다른 양을 따뜻하게 해주느니, 차라리 얼어죽고 말겠다는 심뽀인 것이다.
사람들 중에도 이렇게 꽁치나 양처럼 제 고집대로만 하려는 편협함을 보이거나
남 잘 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고약한 습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처럼 본성 자체가 비뚤어진 사람들하고는 아무리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려고 해도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와 분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마음 같아서는 딱 안 보고 살면 그만이다 싶지만, 그 사람들이 배우자나 가족이고,
또 맘에 안 든다고 바로 돌아설 수는 없는 친구이거나 혹은 업무상으로나 사업상으로
함께 일을 도모해 나가야 하는 사람이어서 그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현대인들의 마음을 잠식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점차 극심한 스트레스에 휘둘릴 사회에 대비하여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인 저자 가모시타 이치로는 [관계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에서 생활을 개선하고,
사물을 보는 방법과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스트레스에 억눌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고,
나아가 어떤 성격의 사람하고든 편안하고 여유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어느 병원에서 병문안 온 사람들의 수와 입원환자의 회복속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병문안 온 사람이 많은 환자일수록 빨리 퇴원했다고 한다.
또 실험용 쥐에게 고지방 먹이를 주자 모두 병에 걸려 죽었지만, 평소 실험자가 귀여워하며
쓰다듬어주거나 말을 걸었던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성녀 마더 테레사 수녀의 일생을 담은 영화를 보여준 뒤 타액을 검사하니
감기와 같은 병에 대항하는 항체가 늘어났다고 한다.
한때 일본에서는(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젊은이들이 책은 읽지 않고 만화만 읽자
사회 일각에서 이러다간 현대인들의 지능이 점점 떨어질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만화 대신 컴퓨터 게임에 사로잡혀 있어서 걱정이라고 한다.
만화만 읽을 경우 지능이 떨어진다면, 컴퓨터 게임만 할 경우에는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바로 <마음의 힘>,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진다고 한다.
컴퓨터는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작동하지만, 상대가 인간인 경우에는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다. 오른손을 올리라고 하면 왼손을 올리는 사람도 있고, 울라고 하면
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기계처럼 하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의 힘>이란 상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그런데 마음의 힘이 떨어진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말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기계를 대하듯 “이 사람은 고장났군!”하고 단정지어 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고장난 기계는 버려도 된다고 생각해서 믿기 어려울 만큼 잔혹한 짓을 하거나
냉혹하게 대하며 때로는 끔찍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의 힘이 떨어진 것이 컴퓨터 게임의 영향 때문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
‘마음의 힘’이 떨어진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포츠 세계든 공부든 예술세계든
우수한 사람이 되려면 남들보다 몇 배나 어려운 연습과 훈련을 감수해야 하듯이,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고 싶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으면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가기 위한 연습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없으면 안 돼”, “내 방식이 최고야”, “시키는 대로만 해!” 하며
갖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과는 사실 잘 지내기가 쉽지 않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여러 가지 지혜 중 우주비행사의 사례가
특히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소개해 본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우주정거장이 완성되어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우주정거장은 매우 호화로운 건물일 거라고 상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값싼 호텔의 작은 방처럼 비좁고 답답할 것이다.
그런 곳에서 나라도 다르고 문화와 가치관,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들끼리 살 수 있을까?
지구와 같이 넓은 땅덩어리에 살아도 늘 여기저기서 으르렁거리면 전쟁을 일으키는 데 말이다.
따라서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인격적인 조건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첫째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 작은 실수를 해도 터무니없이 화를 내지 않고 관용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잘 참아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다른 사람에게 응석을 부리거나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귀찮거나 힘든 일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사실 우주정거장이 아니라 이 지구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불필요한 다툼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스피노자는 "평화란 마음의 힘에서 생긴다"고 했다.
우리는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평안과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사랑이 필요하다.
슬플 때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아본 사람은 애정이 얼마나 마음을 격려해 주고
편안하게 해주며 윤택하게 해주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로부터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서 살고 있지만,
그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 또한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