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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안면인식장애 안면실인증 "네가 누구더라?"

 

안면인식장애 안면실인증 "네가 누구더라?"

 

 

안면인식장애(prosopagnosia)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안면실인증으로도 불리는 이 장애는 시력장애나 시각장애,기본적인 감각이상, 지능장애, 주의력 결핍 등이 없는데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을 못 알아보는 겁니다. 몇 번 만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주 만나는 사람조차 상대의 목소리나 체취, 옷차림이나 걸음걸이 등으로는 인식이 가능해도 얼굴을 보고서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안면인식장애 안면실인증 

 

고딩 때 같은 반 녀석이 한 해가 다 가도록 마주칠 때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처럼 "네가 누구더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아서 황당하다 못해 불쾌하게까지 여겼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다들 궁극의 무관심이거나 아니면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못된 놈으로만 치부해 버렸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그 친구도 안면인식장애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에 방영된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희대의 연쇄살인마 권재희(남궁민)가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나온 적 있는데, 여주인공 오초림(신세경)이 냄새를 <맡는> 게 아니라 <본다>는 설정도 흥미로웠지만 남궁민의 안면인식장애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늘 만나는 사람도 얼굴이 읽히지 않아서 목소리나 체취, 옷차림으로 인식해야만 한다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병이어서 다행이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데 여느사람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불편이 따를 것 같습니다. 애드리언 펀햄의 [심리학, 즐거운 발견]을 바탕으로 안면인식장애 안면실인증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주변에 혹 만날 때마다 "네가 누구더라?"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어도 크게 기분나빠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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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남궁민은 그 동안 계속 만나왔던 신세경이 다가와 반갑게 고개숙여 인사하는데도 이렇게 뻥~~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네가 누구더라? 나를 아니?" 하고 묻는 표정입니다. 

 

 

남궁민 앞에 선 신세경의 얼굴은 그의 눈에 이계속 렇게 야릇한 모습으로 변해나갑니다.    

 

 

결국 신세경이 입을 열어 "저 오초림이에요"라고 목소리를 내자 그제야 비로소 남궁민의 눈에 신세경의 얼굴이 제대로 잡힙니다. 

 

 

위 그림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중절모를 쓴 남자]입니다. 사과가 얼굴의 두 눈과 코, 입을 거의 다 가리고 있는데, 안면인식장애의 개념을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안면인식장애 안면실인증

 

안면인식장애는 후천적, 선천적 요인으로 발병하는데, 후천성 안면인식장애는 얼굴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의 손상 또는 뇌중풍 등으로 발생한다. 선천성 안면인식장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유전적 요인을 연구 중이다. 한편 안면인식은 응용심리학의 중요한 분야로 오늘날에도 그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보안분야에서도 점점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안면인식 vs 사물인식

사람을 알아보고 파악하는 능력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이다. 군중 속에서 배우자를 찾지 못하거나, 파티에서 부모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사무실에서 상사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상상해 보라.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익숙한 얼굴들, 심지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자동차, 책, 안경 등 물건을 인식하는 능력은 완전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안면인식 능력은 정상적이지만 사물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안면인식 능력은 정상이지만 사물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는 시각실인증(visual agnosia)이라고 한다. 

 

 

몽타주 기법

안면인식과 사물인식을 구분하기 위해 두 과정의 모델이 제시되었는데, 하나는 전체적인 분석으로 큰 그림이나 윤곽 또는 전반적인 구조를 처리하는 과정이고 또 하나는 부분 분석으로 세부사항에 집중한 뒤 그것을 함께 조합하는 과정이다. 안면인식 과정에서는 전체적인 분석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몽타주 사진 작성법이 그러한 예다.

 

1970년대에 고안된 몽타주 기법은 여러 가지 얼굴 부분을 가지고 ‘사람의 얼굴을 구성하는’ 기법인데, 일반적인 모든 형태의 눈, 코, 입, 머리 모양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하는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몽타주 기법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많은 실험을 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런 조각들로부터 전체적인 패턴을 이끌어내는 데 몹시 서투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어떤 사람이 부분적으로라도 변장을 하면 그 얼굴을 인식할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범죄자들이 오래 전부터 간파했듯이, 사람들은 가발이나 턱수염, 안경을 더하면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또 얼굴 전면을 보여주는 대신 얼굴의 4분의 3 또는 옆모습만 보여주어도 잘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결과로 미루어볼 때 사람들은 부분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한번에 처리해서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사람들이 ‘정직한 얼굴, 강건하고 잘생긴 얼굴, 섬세한 얼굴, 교활한 얼굴’과 같은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성격적인 특성에 따라 얼굴을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면인식의 몇 가지 요인-여러 연구를 통해 다소 상식적인 결과를 포함한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가 밝혀졌다

 

- 얼굴을 오래 볼수록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

- 얼굴이 목격자의 얼굴과 덜 비슷할수록 인식하기가 더 어렵다

- 안면인식장애는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

- 어떤 사람을 실물로 보든 비디오나 사진으로 보든 인식하는 정도는 크게달라지지 않는다

- 아래위가 뒤집힌 사진은 특별히 더 인식하기가 어렵다

- 얼굴이 특이할수록(이상하고 전형적이지 않을수록)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경과/치료

안면인식장애의 경과는 원인질환에 따라 다르다. 뇌경색, 뇌출혈에 의한 경우는 병변의 위치와 초기 손상 정도가 중요하지만 재발하지 않으면 더 진행하지는 않고 그 상태가 유지되거나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반면에 의미치매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질환의 경우는 증상의 호전 없이 점차 진행하는 경과를 보인다. 뇌경색 혹은 뇌출혈에 의한 경우 각각의 기전에 따른 재발을 막는 것이 주된 치료가 되지만, 퇴행성질환에 의한 경우는 아직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다.


이상, 안면인식장애 안면실인증에 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