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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보는 세상/시사/사회/교육

2014년 우리들의 시상식..우리 모두 대상 후보입니다!

 

2014년 우리들의 시상식..우리 모두 대상 후보입니다!

 

2014년 우리들의 시상식

 

메리 크리스마스! 이제 2014년 한 해가 1주일도 안 남았네요. 그 어느 해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지만, 남은 며칠 동안이라도 하고 싶었던 일, 못 다한 일 등 차분하게 정리하면서 올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쯤이면 각 방송사에서는 분야별로 지난 1년 동안 큰 활약을 보여준 사람들에게 갖가지 이름이 붙은 상을 부지런히 챙겨줍니다. 그러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와 멋진 턱시도 차림으로 한껏 멋을 낸 배우며 가수, 탤런트, 스태프들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상을 받으러 나와서는 "너무 과분한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천편일률적인 감사의 말과 함께 입을 크게 벌려 웃어보인 후 깊이 고개숙여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이때를 놓칠세라 한껏 떨쳐 입고 나온 모습으로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상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최대한 기쁜 표정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냅니다.  

 

2014년 우리들의 시상식..우리 모두에게 이 상을 드립니다

 

그런데 늘 그렇게 남들이 상을 받는 모습이나 지켜보면서 박수만 치고 있기에는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너나할 것 없이 힘겨운 한 해를 잘 보내온 지금 우리도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장려상이니 우수상이니 최우수상이 아니라 대상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열심히 한 해를 보내왔으니까요. 그 마음을 알아차린 지식채널e에서는 2014년 우리들의 시상식을 열었는데, 어떤 분들이 대상을 받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옆집 살고 싶은 이웃상부터 소개해 보겠습니다.


 옆집 살고 싶은 이웃상 

 

 

2015년 최저임금 100퍼센트 적용으로 경비원 대량해고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석관동 두산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이 5년 전부터 냉장고 온도를 올리고, 여름 두 달을 제외한 10개월 동안 에어컨 전기코드를 뽑고, 취침할 때나 외출시에는 인터넷 전원을 차단해서 전기료를 아껴 모은 비용으로 경비원 30명을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인건비를 19퍼센트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입주민들의 폭언과 인격모독에 시달리다 못해 경비원이 분신사망한 아파트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2011년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수습기간 3개월이 지난 경비원을 해고할 때는 반드시 주민들의 사전동의를 거치게 하는 규정을만들었다고 합니다. 입주민들이 툭하면 경비원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언행을 하거나 조금만 비위에 안 맞으면 해고해 버리는 행태가 잦은 요즘 같은 세태인지라 그분들의 선행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석관동 아파트 주민들에게 옆집 살고 싶은 이웃상을 수상합니다.

 

  영상 판독 없이 다함께 1등상

 

 

지난 가을 온라인상에 게시된 한 초등학교의 운동회 사진이 많은 사람들의 큰 응원과 갈채를 불러모은 적이 있습니다. 그 초등학교는 바로 용인 제일초등학교인데, 이 학교에서 열린 운동회 달리기 경주에서 6학년 학생 다섯 명이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나란히 달리는 사진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몸이 작고 뚱뚱해서 평소 달리기에서 늘 꼴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함께 달리기를 하던 다른 친구들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뒤처져서 달려오는 그 아이를 함께 손을 잡고 나란히 같이 뛰었던 것입니다.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은 곧 SNS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고, 경쟁을 하기보다는 협력과 상생을 보여준 이 친구들의 아름다운 마음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영상 판독 없이 다함께 1등상을 드립니다.

 

  이제 그만 퍼주세요상  

 

 

이번에는 춘천에 있는 꽃돼지분식의 이기홍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이기홍 할머니 이야기는 매체에서도 여러 번 다룬 적이 있어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1982년 춘천시 근화동에서 문을 연 뒤 32년간 장사를 해온 꽃돼지분식이 도시 재개발에 밀려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이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시민들과 꽃돼지분식을 즐겨 드나들었던 단골들이 SNS를 통해 가게를 되살리자는 캠페인을 벌였고, 결국 8평 남짓의 아담한 분식집을 다시 열게 되었던 거지요.

 

특히 건물 외벽의 벽화 그림을 비롯해서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자선공연을 여는가 하면 소소하게 모아온 인테리어 소품까지 기증해 꽃돼지 분식을 일으키는 데 저마다 힘을 보탰고, 그 덕분에 꽃돼지분식의 문을 새로 연 개업날에는 사람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이 광경을 감동어린 마음으로 보고 있던 이기홍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가게문을 닫고도 한동안 가게를 잊지 못하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너무 그리웠다며 더 많은 분들에게 더 맛있는 떡볶이를 한껏 대접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장사는 이익이 남아야 하니 이기홍 할머니에게 이제 그만 퍼주세요상을 드립니다.

 

  내일 더 배우는 학생상 

 

 

81세라는 최고령으로 수능에 응시한 일성여고 3학년 조희옥 할머니 이야기도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조희옥 할머니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데다 일제강점기에 오빠들까지 징용되어 가는 바람에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동안 억눌러온 배움에 대한 욕구를 펼쳐보이기 위해 뒤늦게나마 공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남들은 뭐하려고 학교에 가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학교에 못 가서 기죽어 지내던 생각을 하면 한 글자라도 더 배워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십니다.

 

한편 조희옥  할머니의 꿈은 60년 가까이 봉제일을 해온 만큼 그 경험을 살려 의상학과에 진학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밤길 걷는 것과 같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씀하시는 조희옥 할머니에게 내일 더 배우는 학생상을 드립니다.

 

  여유있는 주름상 

 

 

그 외에 죽어라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자녀, 그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을 해보았지만 취업을 못한 자녀들에게 치킨과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오셔서 함께 건배를 하면 "내년에는 잘될 거야"라며 따뜻하게 주름진 웃음을 지어보이는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는 여유 있는 주름상을 드립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싱글벙글상 

 

 

 

또 워낙에 공사다망한지라 깜빡깜빡하기 일쑤인 건망증으로 곰국이며 냄비까지 곧잘 태워 잡수시고도 좋아라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시는 어머니들에게는 외로워도 슬퍼도 싱글벙글상을 드립니다.  

 

  올곧은 자부심 투철상

 

 

이 상은 제가 개인적으로 지난달에 마주치게 된 어떤 아저씨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그날 한남동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서 6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던 참이었는데, 의자에 앉자마자 다리를 못써서 엉덩이로 몸을 밀고 다니며 물건을 파는 아저씨가 자신의 처지를 밝힌 글을 적은 종이와 함께 저 사진에 있는 칫솔을 승객들의 무릎 위에 쭉 놓고 갔습니다. 가격은 천 원이었습니다. 

 

출퇴근시간이 아니어서 비교적 한가한 지하철 안을 저 끝까지 밀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아저씨의 손에 칫솔은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천 원짜리 한 장과 함께 칫솔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천 원만 받고 칫솔은 제게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저는 "칫솔은 별로 필요 가 없어서 그럽니다"라며 다시 칫솔을 아저씨께 드렸는데, 아저씨는 화난 표정은 아니었어도 이를 악문 듯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말없이 칫솔을 제게 다시 건네주었습니다.

 

순간 저는 아차싶었고, 허둥지둥 칫솔을 받아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알량하게 적선을 하려 했던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드는 동시에 정당하게 물건을 팔고 그 대가를 받으려 한 아저씨에게 어줍잖은 동정심을 보인 저 자신이 부끄러워 남몰래 좀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몸은 비록 불편해도 마음만은 꼬인 데 없이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분을 본 것이 무척 기뻤으니까요. 몸은 정상이되 마음은 불구인 사람들이 수두룩한 요즘인지라 그 아저씨의 단단한 모습이 더욱 빛나보였던 것 같습니다. 불구의 몸이지만 온전한 자부심으로 정상의 몸을 가진 제 뒤통수를 세게 후려쳐주신 이 아저씨에게 올곧은 자부심 투철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대상을 발표하겠습니다..라고는 했지만, 뭐 대상을 따로 뽑아야 할까 싶습니다. 모두 다 대상감이니까요. 블친님들도 대상을 줄 만한 분들을 뽑아보셨으면 합니다. 하긴 우리 모두가 대상 후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에게 큰 상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 새해에 목표로 했던 일들을 이루었건 못 이루었건 모두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왔으니까요.

 

 

교수신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수님들이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았다고 합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좀 적어보겠습니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는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즉위시킵니다. 그리고 조정의 실권을 자신이 장악한 후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자 호해는 다른 신하들에게 이것이 사슴인데 왜 말이라고 하느냐고 물었고, 음흉하고 교활한 환관 조고는 그때 사슴이라고 대답한 신하들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였다고 합니다.

즉 지록위마에는 윗사람을 농락하여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경성대 중국통상학과 곽복선 교수님은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라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 외에 목록에 오른 사자성어는 '발을 깎아 신발을 맞춘다'는 뜻으로 합리적인 것을 도외시하고 억지로 적용하는 것을 비유하는 삭족적리(削足適履),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는데 시간은 많지 않고 할 일은 많다'는 지통재심(至痛在心),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참불인도(慘不忍睹), 여러 갈래로 찢겨지거나 흩어진 상황을 가리키는 사분오열(四分五裂) 등입니다. 2015년 내년에는 상상불허의 갑질이며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단 하나의 무기인 우리들의 가슴을 참혹하게 만드는 일이며 사분오열되어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는 일들이 더 이상 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봅니다.  

 

 

우리들의 2014년,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도 더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미리 새해 복도 듬북 받으시라고 인사드립니다.  

 

이상, 2014년 우리들의 시상식..우리 모두 대상 후보입니다에 관한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