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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흡연장면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동일시(identification)현상이 흡연욕구를 높인다

 

영화 속 흡연장면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

동일시(identification)현상이 흡연욕구를 높인다

 

영화 속 흡연장면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 동일시현상이 흡연욕구를 높인다 (영화 패컬티의 일라이저 우드)

 

 

지상파TV에서 흡연장면이 사라진 것은 10여 년 전이지만 영화 스크린에서는 여전히

흡연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최근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이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수록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과거 영화 속 흡연장면 노출 정도와

현재 흡연 유무와의 관련성’을 조사연구한 결과 영화 속에서 흡연장면을 접한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흡연확률 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국내개봉 영화 중 5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흥행영화에서 흡연 모습이 나오는 장면은

한국영화가 미국영화보다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흡연을 묘사하는 강도도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합니다.

 

오늘 포스팅은 심리학 교수인 찰스 브룩스와 마이클 처치의 [심리학 생활의 지혜를 발견하다] 

라는 책에 "영화 속 흡연장면이 대중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라는 관련 주제가 

있어서 발췌요약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속 흡연장면이 흡연욕구를 높이는 게 확실하다는 분석입니다.

 

 

영화 속 흡연장면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만들 때 흡연을 장려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

 

 

흡연이 사교적인 자리에서 받아들여지던 1930년대~1950년대에 제작된 영화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거의 언제나 손에 담배가 쥐어져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에 비해서 20세기 후반부에 제작된 영화들은 흡연장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전에 만들어진 영화보다는 훨씬 적어진 것이 확실하다.

 

아무튼 영화든 TV든 감독이나 연출자들은 담배를 피우는 등장인물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담배에서 수양버들처럼 피어나는 연기는 분위기를 전달하고 주변의 빛을 잡는 데 뛰어난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흡연을 통해 더욱 강회되어 등장인물에게 깊이와 치열함, 혹은 음모의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비흡연자들은 흡연행위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영화 콘스탄틴의 키아누 리브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는 점은, 이렇듯 예술적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흡연을 이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에 대한 관심에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즉 흡연이 심각한 건강문제가 된 시점에

영화에서 흡연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흡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청소년들의 담배소비를

줄이겠다는 건강캠페인과 정면충돌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논쟁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자신들과 동일시(identification)하는 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마당에, 젊은이들의 흡연을 줄이려는 노력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을까?

영화에서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만들 때 영화가 흡연을 장려하는 결과를 가져올까?

 

 

질문: 어떤 조건들이 주어질 경우 흡연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관람객들의 흡연을 증가시킬까?
연구보고서의 대답: 그렇다.

 

 

아마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렇다"라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심리학에는 영화 속 등장인물의 흡연과 관람객 사이의 연결을 뒷받침하는 연구보고서들이 많다.

 

 

 

 

캐나다 온타리오 워털루대학의 소냐 댈 친(Sonya Dal Cin)의 연구팀은 흡연장면이 담긴

영화와 관람객의 흡연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게 만드는 요인이 있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연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먼저 흡연여부와 흡연태도를 묻는 설문지에 답했다.

책과 TV 쇼, 영화 등에 빠지는 경향까지 파악하는 설문지였다. 설문지를 완성하고

몇 주일 뒤 그 학생들은 영화 다이하드에서 잘라낸 36분짜리 필름 2개 중 하나를 보았다.

한 그룹이 본 필름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담배를 피워대는 장면이 들어 있었고,

다른 그룹이 본 필름에서는 윌리스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학생들은 그 필름을 다 본 후 또 다른 설문지를 완성했다.

그 영화에 대한 사항들과 윌리스가 연기한 인물에 대한 생각, 그리고 학생들이

그 인물과 자신을 어느 정도로 동일시하는지를 묻는 설문지였다.

 

그 후 학생들은 가까이에 있는 컴퓨터실로 가서 ‘두번째 연구’에 참여했다.

두번째 단계에서는 학생들은 흡연에 관한 방대한 조사에 응답했다.

담배를 피우는지의 여부, 장차 담배를 피울 가능성,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

흡연과 관련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과 자신을 어느 정도 일관되게 연결시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조사였다.

그 결과 영화에서 윌리스가 연기한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정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말하는 ‘동일시’란 관람객이 그 등장인물의 개성을 동경하며

그 인물처럼 되기를 원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만일 담배를 피우지 않는 관람객이 윌리스가 연기한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는데 자신이 본 필름에 흡연장면이 있다면,

그는 장차 담배를 피울 뜻을 내비칠 확률이 높아졌다.

반면에 흡연장면이 없는 필름을 본 사람은 그런 뜻이 보이지 않았다.

 

장차 담배를 피우겠다는 의지 또한 흡연 관련 물건들과 자기 이미지를 강력하게

연결시킬수록 높아졌다. 그 때문에 영화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비흡연자들은

흡연행위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으며 또 흡연행위를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이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연구원들이 비흡연자들을 무작위로 데려가

유명배우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영화를 보게 할 경우

그가 영화관을 떠날 때 “담배 어디서 살 수 있어요?”라고 묻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일 영화 이야기에 곧잘 휩쓸리고 영화 속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한 비흡연자가 흡연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보게 된다면

흡연욕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