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합리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 모두에게는 최악의 결과가 되는 경우도 숱하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경제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일상에 숨어 있는 경제원리를 찾아 밝힌 짬짜면 같은 경제입문서 [자장면 경제학] (오형규 지음)에는
<남자들이 왜 첫사랑을 못 잊는지>에 대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사랑과 경제학이라니, 전혀 무관해 보이는 조합이지만,
저자는 사람의 행동이 경제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흥미로운 분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랑의 경제학>도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함께 올립니다.
남자들은 대개 첫사랑을 못 잊는다.
여자들도 첫사랑을 오래 기억하긴 하지만 남자만큼은 아니다.
남자는 결혼을 하고 죽는 날까지도 첫사랑을 가슴속에 새긴다고 한다.
남자들의 ‘첫사랑증후군’이 워낙 심한 탓에 청춘남녀가 만날 때면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이 ‘첫 남자’이길 바라고,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이 ‘마지막 여자’이길 원한다는 말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첫사랑의 설렘은 무수한 시와 소설, 영화나 드라마의 주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는 사춘기 때 첫눈에 반한 엘레나를 30년 동안 가슴속에 품고 산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도 ‘잔망스러운 소녀’는 죽어가면서도
입은 옷(소년에게 업혔을 때 진흙물이 묻은 분홍색 스웨터)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70대 노인이 60년 만에 첫사랑을 찾았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이 있고, 김혜수가 주연한 이명세 감독의 영화 <첫사랑>도 있다.
최수종, 배용준, 이승연이 나온 KBS드라마 <첫사랑>과 신성우, 조안, 김지수 등이 출연한 SBS 드라마 <첫사랑>도 있다.
소설로 시작해서 연극, 영화로도 만들어진 <황태자의 첫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첫사랑은 왜 그토록 오래 기억에 남을까?
왜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게 느껴질까?
추억의 아련한 탓일까, 풋풋한 시절 서로가 느꼈던 참신함 때문일까?
사랑과 경제학은 전혀 무관해 보이지만 사람의 행동이 경제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흥미로운 분석을 해볼 수 있다.
첫사랑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경제원리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얻는 효용(만족감)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예컨대 배고픈 사람이 첫번째 빵을 먹을 때 큰 만족감을 느끼지만
2개, 3개, 4개를 계속 먹으면 갈수록 만족감이 줄어든다고 비유할 수 있다.
첫사랑은 맨 처음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첫사랑의 한계효용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세번째 사랑이 첫사랑과 똑같이 설레고 두근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첫사랑은 대체재가 전혀 없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하고 희소하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역사도 누가 처음 실천에 옮겼는지를 기록하지 두번째, 세번째 한 사람은 기록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가장 먼저 정복한 사람(힐러리 경)은 기억하지만
두번째로 누가 올랐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 무엇이든지 새로운 기종이 나오면 남들보다 먼저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얼리어댑터들도 ‘최초'에 대한 욕구에서는 산악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뛰어난 선수는 해마다 MVP가 될 수도 있지만, 신인왕은 데뷔하던 첫해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
그러니 처음 또는 최초가 2, 3, 4, 5...번째보다 기억 속에 ‘날카롭게’ 각인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첫사랑도 관계의 발전 없이 오래 끌다 보면 습관적인 만남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참신함의 끝은 식상함이다. 뭐든 반복되면 싫증이 나는 법이다.
처음에는 전율이 느껴지도록 좋게 들리던 노래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들어보라.
그러고도 처음처럼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우리 속담에 " 맛있는 음식도 늘 먹으면 싫다"고 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효용(만족감)보다 비용(시간, 돈, 지겨움)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구는 이렇듯 제각각이고 욕구가 충족됐을 때 느끼는 만족감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첫사랑의 한계효용에 대해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비슷한 효용을 느끼는 것 같다.
사랑의 경제학
인류 보편의 관심사인 사랑과 경제학은 전혀 관련이 없어보인다.
그냥 서로 좋으니까 사랑하고, 사랑하니까 결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사랑도 경제적 선택의 과정이며, 남녀관계에도 철저히 경제원리가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
전혀 낭만적이지 못한 분석이지만 현실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우선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경제학의 '비용-편익'에 따르면
사랑할 때의 편익이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사랑의 비용(기회비용)을 데이트에 드는 시간, 노력, 돈에다가
사랑에 빠져 공부나 일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사랑을 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고,
목숨과도 바꿀 정도로 사랑을 하라고 경제학자들은 권할 것이다.
사랑하면서 후회하는 사람이라면 사랑 자체보다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더 크게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로의 만남에서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진 순간이 왔다면 이별을 고하게 마련이다.
쉽게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의 편익보다 이별 뒤 비용(시간, 돈, 심적 고통)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시련당한 뒤 쉽사리 다른 사람을 사귀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사랑하니까 결혼한다고 하지만, 결혼은 함께 사는 것의 효용이
싱글일 때 누렸던 이점보다 클 때 성사된다.
부부는 서로에 대해 배타적인 애정 독점권을 갖는 관계다.
결혼이란 바로 남녀가 서로에게 독점권을 부여해야 하는 계약인 셈이다.
외도는 독점계약을 깨는 행위이고 계약파기에 따른 엄청난 위약금(위자료)을 물어야 한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서로 상대방에게 한계효용이 0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것이다.
한계효용이 마이너스, 즉 계속 함께 사는 것이 괴로운 지경에 이르면 이혼을 결심한다.
지금까지 유지해 온 결혼생활에 들린 노력, 시간, 돈을 돌이킬 수 없는
손실(매몰비용)로 여겨 포기하는 것이다.
반면에 싫어도 결혼생활을 그래도 유지하는 부부도 많다.
본인과 가족의 고통, 상처받을 아이들, 사회적 시선과 체면,
위자료 등 이혼에 따르는 비용이 워낙 큰 경우다.
기업에 이익을 내려면 총수익이 총비용보다 커야 하듯이
결혼생활도 서로 '남는 장사‘가 되어야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해로하는 부부를 보면 해답은 하나다.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다.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이란 얘기다.
요즘은 청춘남녀의 결혼도 너무 계산적이어서 정말이지 경제원리가 딱 들어맞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