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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의식적으로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것이
무의식에서는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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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테라피] 중 영화 [잠입자](Stalker)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글귀다.
처음 이 글을 접했을 땐 이 글 속에 내포된 의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의식적으로 가장 피하고 싶은 소원이 무의식에서는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고,
실제로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인생 최악의 비극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병이나 치매에 걸린 부모님으로 인해 발목이 묶인 듯한 삶을 살고 있을 때,
혹은 남편이나 아내가 오랜 지병이나 외도 등으로 인해 내 삶을 망가뜨리고 있을 때,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이 원만치 못해서 고통에 빠져 있을 때,
의식적으로는 그들이나 내가 어서 그 불행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고 있는게 분명하지만
무의식에서는 부모님이 어서 세상을 떠나시기를,
내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남편이나 아내 곁은 어떤 방법으로든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또 나를 괴롭히는 친구나 직장동료가 불행에 빠지기를 바라고 있다면,
그리고 의식에서 바라는 소원이 아닌 <무의식에서 바라는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더더군다나 그 때문에 소원을 빌기만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비로운 장소'에 가서도
정작 어떤 소원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그 소원을 빌 수 없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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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희망을 잃을 때가 있다.
잘될 거라는 믿음이 사라질 때 우리는 간절히 소원을 빌게 된다.
"제발 한 번만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간절히 소원을 빌었건만 최악의 결과가 오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영화 <잠입자>에서 스토커라는 길잡이를 통해 그 이유를 말해준다.
하늘은 내가 바란다고 생각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내 마음 깊숙이 도사린
나도 모르는 무의식을 포함한 소원을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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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덜어내면서
헛된 욕망을 품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또 한 번 분명해졌다.
자신이 어떤 헛된 욕망을 품고 있는지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어서
소원조차 빌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 말이다.
영화 잠입자(Stalker), 소원을 빌어봐! <시네마 테라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