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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 <신세계> 리뷰 / 친구들 사이의 싸움은 적에겐 기회가 된다

 

세 마리의 황소가 들판에서 매우 평화롭고 우애있게 풀을 뜯고 있었다.

사자가 그들 중 한 마리를 포획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지켜보았지만,

황소들이 함께 있는 한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사자는 그들 사이에 질시와 불신이 조장될 때까지

은밀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악의에 찬 중상모략을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 후 사자는 그들이 서로를 피해 각자 떨어져서 풀을 뜯는 것을 보자마자

하나씩 덮쳐 손쉽게 그들을 모두 잡아먹었다.

 

이솝우화 <사자와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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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사이의 싸움은 적에게 기회가 된다.

 

신세계, 흔히 써먹은 조폭의 세계를 다룬 영화이고,

또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뻔한 스토리였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솝우화에 나오는 <사자와 황소> 이야기가 떠올랐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글귀도 떠오르고,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늘 서로를 미워하고 반목하는 세 아들이 걱정스러워

나뭇가지를 하나씩 꺾어보게 하고, 이어서 세 개씩 묶어서 꺾어보게 해서

서로 합심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가르침을 전래동화도 생각나고,

또 제 한몸 이익을 위해 서로를 궁지에 빠뜨리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단어도 입에 맴돌고,

그리고 학생들을 벌준다는 명목으로 서로의 뺨을 때리게 했던

예전의 그 무지막지한 선생님 얼굴도 불쾌하게 떠올랐다.

 

 

 

 

약자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어떤 상황에서도,

아니, 곤경에 처하면 처할수록 서로의 조그마한 힘이나마

사력을 다해 합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새삼 강하게 뇌리에 와닿았다.

 

아, '언더커버'(under-cover) 라는 단어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언더커버란 경찰・정부 등을 위해 비밀리에 첩보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지난봄  JTBC에서 총 20부작으로 방영됐던 <무정도시>라는 드라마에서도

언더커버들의 그늘진 삶을 다룬 적 있었다.

 

 

 

 

이중적인 삶은 언제나 불편하다.

정청(황정민분)이 이자성(이정재분)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덜 망가진다.

 

살아남는 것, 그것이 정의라고 외쳐야 하는 삶은 얼마나 암울할까?